영어도서 - 북프라이스

이 책은 1945년부터 1960년대까지 미국 정부가 냉전에서 승리하고 문화의 헤게모니를 장악한다는 세계 전략 아래 미국인이 사용하는 영어와 미국인이 쓴 도서를 대대적으로 전파하고, 그 속에 담긴 반공과 친미의 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선전한 정책과 활동을 세밀하게 고찰한다. 언어와 도서는 가장 일반적이며 기본적인 매체이며, 장기 계획 아래 활용할 때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늦은 매체(Slow Media)이므로, 빠른 매체(Fast Media)인 방송에 뒤이어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미국은 이를 통해서 군정기 이래 오랫동안 반공국가의 형성과 비대칭적 한미관계의 유지라는 대한 정책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물론 미국 문화를 이식함으로써 한국인의 세계관과 한국 문화의 미국화를 조장하였다. 여기에는 해외 선전 기관인 미국공보처를 비롯한 국무부, 국제협조처 등 원조 기관, CIA, 학술과 도서 단체, 출판사 등 정부기관과 민간단체가 동원되었다. 최우선 타깃은 당대와 미래의 엘리트였고, 그들은 대개 미국유학으로 배우고 익힌 영어와 ‘원서’, 번역서로 미국이 의도하는 바를 충실히 실행하였다. 또한 일반인도 각종 선전 활동, 제도권 교육, 문화상품 판매를 통해서 미국화라는 거대한 흐름에 휩쓸리게 되었다. 특히 한국전쟁 종전부터 1960년대 중반에 이르는 시기에 미국 정부는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도서 출판 및 유통 업체를 가담시켰고, 한국 지식계와 학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이런 전파의 과정과 결과는 흔히 말하는 문화의 상호이해나 교류가 아니라 미국의 정치적이며 일방적인 선전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미국 정부 문서로써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특장을 지녔다. 저자는 그를 언어제국주의와 문화제국주의라는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본다. 하지만 외래문화의 전파와 수용의 전체 과정에서 전파 측면에만 치중한 연구이므로, 그 역사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용에 관한 실증 연구가 필요함을 말한다. 미국 정부의 압력을 받으면서도 군사동맹을 넘어 ‘가치동맹’까지 외치는 이 시점에서 한미관계를 진지하게 성찰하면서 읽어야 할 두툼한 저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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