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재즈와 심리
원윤경 | 부크크(bookk)
20,000원 | 20240102 | 9791141063558
영화. 어떻게 보는가?
나에게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음악이고 하나는 마음이다.
나는 영화도 좋아하고 뮤지컬도 좋아하고 연극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 영화를 더 좋아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도 영화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따라가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는 영화 속에 나오는 춤을 중심으로 영화를 보고 <영화 속 춤과 사랑>이라는 책을 쓴 적이 있다.
누구는 영화 속에 나오는 음식을 따라가며 보는 재미를 더하는가 하면, 누구는 영화 속에 나오는 유명한 명화를 따라가며 보기도 하고, 누구는 영화 속에 주인공들의 패션을 따라가며 보는 사람도 있다.물론 영화는 편안하게 아무 생각 없이 마음을 내려놓고 볼 때가 제일 좋기도 하지만, 그렇게 보다가도 어느새 관심 있는 나만의 포인트가 나오면 영락없이 또 집중해서 보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나에게는 재즈다. 영화 속에는 많은 장르의 음악이 나오는데 클래식, 재즈, 블루스, 리듬앤블루스, 포크, 컨트리, 하드록, 헤비메탈, 소울, 힙합, 팝 등 다양한 음악이 있다. 영화를 보면서 '저 영화 음악 뭐지? 끝내준다.'라고 느낄 때가 있는데,
그 끝내주는 음악이 재즈일 경우에 나는 곡의 가수를 찾아보고 그 곡이 영화에 미치는 느낌이 어떤지 찬찬히 다시 들여다본다.
재즈는 노래를 이야기하듯 부르는 것도 좋고, 악기마다 자신의 느낌을 솔로로 연주하며 연주자만의 느낌을 해석하는 것도 좋고, 다른 악기가 연주할 때는 서로 소리를 낮추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음 연주를 기다리는 부분도 좋다. 이런 연주는 규모가 크고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재즈만의 맛이다.
재즈 영화 중에서 양조위, 장만옥이라는 홍콩 배우가 출연한 영화 「화양연화」 속에 나오는 주제곡인 <Quizas, Quizas, Quizas>는 재즈 한 곡만으로도 영화에 빠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영화를 보는 다른 하나는 스토리다. 스토리 중에서도 심리를 본다. 영화 「화양연화」에서 주인공 양조위와 장만옥이 서로 좋아하면서도, 가까이하지 못하는 상황을 ‘고슴도치 딜레마’라고 한다.
주인공을 통해 만나는 이러한 영화 속 심리는 영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나에게는 누군가와 친밀함을 원하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원하는 마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된 상태인 고슴도치 딜레마는 없는지.’ 나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영화를 보면서 나를 돌아보고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한다는 것은 복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하루를 살아가기도 힘들고 벅찬 삶이지만, 그나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마치 무더운 여름날,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처럼, 나의 형편없는 거칠고 메마른 사고에 단비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며 잠시나마 영화 속 주공들의 심리를 나에게 비춰보는 시간은 귀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영화 속에는 많은 장르의 음악도 나오고 많은 심리적인 상태도 나오는데, 이 책은 ‘재즈’라는 주옥같은 영화 음악과 주인공들의 ‘심리’라는 마음을 담았다. 책을 보며 영화를 읽는 재미와 재즈를 듣는 기쁨과 심리를 통해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