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오심요 역주
원오극근 | 운주사
26,600원 | 20180330 | 9788957465097
1. 선의 종장宗匠으로 이름 높은 원오선사의 「심요」가 온전한 모습으로 출간되었다. (굳이 ‘온전한’이라는 말을 붙인 것은 앞서 번역되어 나온 책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역주서의 가장 큰 특징은 원문의 한 글자 한 글자도 소홀히 하지 않는 철저하고 꼼꼼한 번역과 주요 한문 및 한자어에 대한 풀이, 그리고 1,060여 개의 주註에 있다. 특히 원문에 버금갈 정도의 방대하고 상세한 주석은 본문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2.「원오심요」는 중국 송대宋代의 원오극근 선사가, 당신에게 법을 묻는 이들에게 보낸 답글을 제자들이 모아 엮은, 일종의 서간집이다.
편지를 보면 선사와 교류하며 가르침을 주고받은 이들이 매우 광범위한데, 먼저 출가자로는 당시의 큰스님들과 제자들, 수좌를 비롯한 6두수頭首와 시자, 비구니까지 포함하고 있다. 또한 재가자로는 당대의 최고 관직에 있던 거사들은 물론이고 도교 계통의 수행자들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수록된 143편의 글은 편지임에도 불구하고, 오직 ‘불법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공부(수행)해야 하는가?’ 등 철저하게 수행에 관한 내용만 보일 뿐, 시대적인 문제나 사중의 일, 개별적인 신변잡기 등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오로지 화두참선(마음공부)에 대한 일관된 가르침만이 편지의 주제인 것이다. 따라서 스님의 편지 한 편 한 편은 물론이고, 문장 하나 하나에도 선의 깊은 뜻과 마음을 이끄는 가르침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책의 어느 곳을 펼치더라도 수행자라면 허투루 넘겨버릴 내용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물론, 누구나 말하는 것처럼, 선은 불립문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불과할지언정 우리는 언어문자를 통해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원오 선사의 글은 바로 달을 직지直旨하는 가르침이다. 바르게, 곧게, 전광석화처럼, 군더더기없이 달을 가리켜 보여준다. 어리바리, 어리둥절, 흐리멍덩할 수가 없다.
그리고 스님의 이런 가르침은, 무엇보다 자신의 철저한 수행에서 우러나온 결과물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며, 또한 방대한 경전(금강경·유마경·법화경·열반경·화엄경·능가경·능엄경·원각경 등)과 중국 고전(논어, 맹자, 한비자, 노자 등), 그리고 역대 조사들의 어록에 근거하고 있어서 신뢰와 객관성을 더해 준다. 즉 이 책은 원오 선사가 폭넓은 교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수행 경험과 깨달은 내용, 수행 과정상의 오류까지도 친절하게 담아낸, ‘참선수행의 최고의 안내서’이자 ‘수행 고백서’라고 하겠다.
3.원오 선사는 간화선의 주창자이자 역시 서간문 모음집으로 유명한 『서장』의 저자인 대혜종고 선사의 스승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물론 그 자신 오조법연 선사로부터 인가를 받고 불감혜근佛鑑慧懃, 불안청원佛眼淸遠과 더불어 ‘법연 문하의 삼불(演門三佛)’로 칭해졌으며, 「심요」 외에도 「어록」, 「격절록」 등의 저서가 있고, 특히 공안집인 「벽암록」은 ‘종문제일서’로 불릴 정도로 선가에서 중요시하는 책이다.
「원오심요 역주」는 역자와 출판사가 기획하고 있는 선어록총서의 첫 번째 권이다. 앞으로 다양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역대 선사들의 선어록들을 정확하고 꼼꼼하게 번역해 펴낼 예정이다. 관심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