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신학자 바울 (이방인에게 보냄을 받은 메시아의 사자)
매튜 티센 | 새물결플러스
17,100원 | 20250723 | 9791161293035
- 기독교의 창시자가 아닌, 메시아를 전한 유대교 선교사
『유대인 신학자 바울』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바울의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한다. 오늘날 주목받는 신약학자인 저자 매튜 티센은 바울을 “기독교로 개종한 유대인”이나 “기독교 신학의 창시자”로 보는 전통적 시각을 넘어서, 예수를 메시아로 고백하면서도 죽는 날까지 신실한 유대인으로 살았던 인물로 그려낸다. 그에 따르면 바울은 유대교로부터 이탈한 인물이 아니라 메시아 예수를 통해 이방인 또한 하나님의 백성에 포함될 수 있음을 유대교 내부에서 선포한 선교사였다.
이 책은 바울의 정체성을 새롭게 조명할 뿐 아니라, 율법, 의, 할례, 이방 선교, 성령, 메시아 예수, 부활 등 바울 신학의 핵심 주제들을 “유대교적 상상력” 안에서 새롭게 해석한다. 저자는 루터의 반율법주의, 샌더스로부터 시작된 “새 관점”, 묵시적 해석으로 이어지는 해석 사조를 넘어 “네 번째 관점”이라 불릴 만한 “유대교 내의 바울”이라는 해석 틀을 제시한다.
티센의 가장 큰 강점은 이러한 신학적으로 깊이 있는 논의를 탁월하게 명쾌하고 생동감 있는 문체로 풀어낸다는 데 있다. 바울이 유대인이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어떤 의미의 유대인이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처럼 정밀하고 설득력 있게 답한 책은 드물다.
20세기 후반 “유대교 내 예수” 연구가 예수의 유대적 맥락을 회복했다면 이제는 바울의 차례다. 티센은 바울이 율법을 폐기한 것이 아니라 이방인도 율법 없이 하나님의 백성에 속할 수 있다고 선포함으로써 유대교 내부에서 복음을 확장한 인물임을 강조한다. 바울의 급진성은 유대교를 떠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서 새로운 신학적 상상을 제시한 데 있었다.
『유대인 신학자 바울』은 단지 바울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신약성경 전체, 기독교 신학과 유대교의 관계, 교회와 세상의 관계를 새롭게 성찰하게 만든다. 저자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용어조차도 재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신약성경에서조차 이 명칭은 외부인이 붙인 이름일 뿐, 바울 스스로 사용한 정체성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책의 각 장은 바울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는 왜 율법을 폐기하지 않으면서도 이방인의 무할례를 받아들였는가? 왜 부활은 그의 신학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가? 왜 그는 자신을 메시아 예수의 “사자”이자 “대사”로 표현했는가? 이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바울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신약학자, 신학생, 목회자는 물론, 바울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원하는 일반 독자에게도 소중한 안내서다. 학문적 깊이와 대중적 가독성을 겸비한 드문 저작으로, 바울 연구자에게는 새로운 자극을, 일반 신자에게는 명쾌한 입문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유대인 신학자 바울』은 메시아 예수를 통한 하나님의 구원이 유대교적 언어와 상상력 안에서 어떻게 정직하게 펼쳐졌는지를 보여주는 보기 드문 저작이다.
오늘날 신학은 다시 경계 위에 서 있다. 유대교와 기독교, 신앙과 역사, 학문과 공동체 사이의 경계를 새롭게 성찰해야 할 때다. 『유대인 신학자 바울』은 그 경계 위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가장 정직한 대답을 제시한다. 한 인물을 새롭게 이해할 때, 우리의 성경 읽기와 신학, 역사 인식 전체가 달라질 수 있다. 바울은 그런 전환의 열쇠를 쥔 인물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전환을 가능케 하는 가장 탁월한 입문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