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성시도 연구 (조선후기 이상도시의 시각화)
이수미 | 진인진
29,700원 | 20240610 | 9788963475981
『〈태평성시도〉 연구』
조선후기 지배층이 지향한 이상도시를 묘사한 걸작 〈태평성시도〉에 대한 심층 연구서인 『〈태평성시도〉 연구』가 발간되었습니다. 저자인 이수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1995년 국립중앙박물관에 부임한 이래 30년 동안 학예연구직으로 봉직하면서, 한국 회화사 연구자로서 작품의 제작 과정 및 기능, 수용 양상을 중심으로 작품의 실증적 연구에 매진하여 왔습니다. 저자와 이 책의 연구 대상인 〈태평성시도〉의 인연은 초임 학예사 시절인 2000년 후반 수장고에서 시작되었으며, 2002년 3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 “풍속화전” 전시를 계기로 이 작품에 〈태평성시도〉라는 제목을 부여한 장본인이 저자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간행된 『〈태평성시도〉 연구』는 2002년 전시회 도록에 게재된 해설을 필두로 시작된 저자의 해당 작품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것으로 오랜 기간 작품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다양한 시각과 차원에서 연구 작업을 축적해 온 최종 완성본이라 하겠습니다.
『〈태평성시도〉 연구』는 동원고고미술연구소가 기획한 동원학술총서 6권으로 발간되었는데, 동원고고미술연구소는 동원 이홍근 선생의 유지에 따라 매년 국립중앙박물관 출신 연구사의 전공별 연구 성과를 지속적으로 발간해 오고 있습니다. 동원학술총서는 한국미술사연구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연구서 시리즈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태평성시도〉 연구』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태평성시도〉라는 8폭 병풍에 그려진 그림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서입니다. 저자는 이 작품을 주제로 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태평성시도〉 병풍 연구』 논문으로 2004년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이후 20년 동안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하여 해당 작품에 대한 다양하고 풍부한 시각과 분석을 지속하여 마침내 이 저작을 완성했습니다.
『〈태평성시도〉 연구』는 모두 7개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연구의 배경과 취지 및 이 책의 내용 전개를 소략한 서론 격인 1장과 결론인 7장을 비롯해서, 본문에서는 이 작품의 연원, 등장인물과 동물의 표현, 이 작품이 가지는 회화사적 특징, 제작 의도 등을 5개의 장으로 구분하여 설명하였습니다.
1장 서론은 〈태평성시도〉가 세상에 소개된 과정과 ‘태평성시도’로 명명된 일화를 비롯한 이 책이 저술되기까지 선행되었던 논리적, 시기적 전개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이 책의 논리적 전개에 대한 사전적 설명을 제시합니다.
2장 〈태평성시도의 연원〉에서는 2013년 이왕가박물관이 구입하여 ‘풍속화’라는 제목으로 등록된, 정확한 작자와 연대조차 불명한 이 작품이 제작된 시대적, 미술사적 배경을 탐구하는 장입니다. 조선과 중국에서 ‘성시도’라는 개념의 그림들이 그려지게 된 과정을 이전에 존재했던 여러 양식의 그림들을 열거하여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제작되었던 〈?명상하도〉의 성격과 〈태평성시도〉의 유사성이 부각됩니다.
3장 ‘인물과 동물의 표현’에서는 〈태평성시도〉에 등장하는 인물과 동물들에 대한 설명입니다. 총 2,234명이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서 성별, 직업, 행위, 그려진 배경 및 상황, 복식 등이 상세하게 분석되어 이 그림의 제작 연대나 제작 목적 등에 대한 판단의 근거로 소개됩니다. 등장 동물들로서는 말, 나귀, 소, 돼지, 염소, 닭, 병아리, 개, 고양이와 같은 친숙한 동물들 이외에도 낙타, 코끼리, 매, 닭, 사슴, 호랑이와 같이 희귀한 동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동물들의 사례는 〈태평성시도〉의 작가들이 중국, 일본과의 해외 교류에 식견이 있었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4장 ‘사물과 건물의 표현’은 교통수단 및 생활용구가 표현된 양식과 건물에 등장하는 건물들의 배치나 구성, 표현 방법 등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소개됩니다. 바퀴 달린 수레가 많이 등장하며, 중국의 첨단 문물이 다수 소개되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5장 ‘회화사적 특징’은 〈태평성시도〉의 회화사적 특징 및 위상에 대한 고찰입니다. 병풍의 장황 형태 및 화면 구석, 공간 표현법을 살피고, 제작연대가 알려진 관련 작품들과의 비교를 통한 상대편년을 시도하고, 제작자들을 추측하여 비정하고 있습니다.
6장 ‘제작의도’에서는 지배세력의 이상향을 표현한 〈태평성시도〉가 가지는 정치문화적 성격에 대한 설명입니다. 격상된 가상 공간을 조성하여, 상업화, 도시화를 추구하는 조선후기 지배층의 의도가 반영되었으며, 수용자인 통치자에게 이 그림이 가지는 감계적 기능과 간접경험 매체의 성격을 부각했습니다.
7장 ‘결론’은 〈태평성시도〉가 산수감상적, 기록적, 지도적 성격의 종래의 성시도를 넘어선 인간의 일상적 삶과 이상적 희망이 혼재된 ‘새로운’ 성시도임을 주장하며, 이 책의 서술 내용을 종합적으로 요약합니다.
『〈태평성시도〉 연구』는 박물관 학예사이자 미술사 연구자인 저자가 20여 년간 연구해 온 성과를 집대성한 완성작입니다. 1개 작품에 대한 연구가 이 정도의 밀도와 시간으로 진행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총 430여 매의 도판과 도면 및 6 쪽 사이즈로 제공되는 전체 도판은 저자가 이 그림에 대해 얼마나 세밀하고 정교하게 분석하고 연구해 왔는지를 방증해 줍니다.
『〈태평성시도〉 연구』는 미술사 전공 연구자들을 위한 학술연구서로 발간되었지만, 그 내용의 다채로움과 흥미로운 사례 소개는 국립중앙박물관을 관람하는 일반 시민들도 〈태평성시도〉를 관람하면서 그 감상화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좋은 교양서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