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우리도 그렇게 만났잖니)
하정 | 좋은여름
25,200원 | 20250912 | 9791196702960
한국 독자들을 만나 한층 깊고 넓고, 더더 귀여워진 세계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5주년 기념 확장판!
이런 책이 될 줄 몰랐던 기획 단계부터 좌충우돌 제작기, 과몰입 독자들과의 신박한 협업까지. ‘나’에서 ‘우리’가 된 이야기들이 가득 담긴 특별 에디션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책의 놀라운 여정을 만난다.
에세이 한 권은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을까? 여정의 시작은 덴마크 여행을 마치고 독일로 향하던 버스 안, 자기만의 고민에 빠져 누구와도 친구가 되고 싶지 않던 ‘당신’에게서 시작된다. 당신은 옆자리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 담담한 미소가 오가고, 곧 친구가 된다. 옆자리 사람은 덴마크인이고, 당신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우리 집에 올래?”
하지만 당신은 독일에 머물다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당신의 선택은?
어떤 이는 예정된 일정을 따를 것이고, 어떤 이는 독일 여행을 포기하고 그 초대에 응했을 것이다. 여기 ‘썸머’(한국 이름 하정)라는 사람은 후자였다. 그는 덴마크 집에서의 시간을 기록했고, 그 경험을 엮어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2019, 좋은여름)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은 곧 ‘할머니’, ‘장래희망’이라는 낯선 조합의 키워드를 통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책 속에는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세계적으로 꾸준히 사랑받는 덴마크 라이프스타일의 비밀이 숨어 있었다. 바로 자연스럽지만 정교하게 전해지는 가족문화였다. 덴마크의 아버지(어위)는 딸(아네뜨)에게 평생 엽서를 보내고, 딸은 훗날 자신의 딸(쥴리)을 위해 30년간 자수 작품을 만들어낸다.
엽서, 뜨개질, 플리마켓, 정원…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 삶의 정수를 담아 세대 간에 물려주는 사람들. 그 모습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좋은 예시이자, 미래의 한 단면이었다. 한국 독자들은 책 속 덴마크 가족과 자신 사이에 이어진 보이지 않는 끈을 단박에 알아보았다.
자녀에게 엽서를 써야겠다고 다짐하거나, 가족의 기록을 소중히 보관하겠다는 서평이 잇따랐다. 독자들은 아네뜨의 뜨개 가방을 함께 뜨는 ‘함뜨’ 모임을 만들어 전시를 열기도 했다. 그렇게 멀고도 가까운 덴마크 가족의 감각이 한국에 잔잔하게, 그러나 꾸준히 전해졌다.
결국 2023년 1월, 공식 전시회가 열렸다. 아네뜨의 뜨개 가방과 어위의 드로잉 등이 전시되었고, 작품은 쥴리가 덴마크에서 한국으로 직접 가져왔다. 버스 안에서 저자를 집으로 초대했던 그 사람이, 이번에는 저자의 나라와 집으로 초대받아 온 것이다.
책은 독자들을 만나며 한층 깊고 넓어졌고, 독자들은 책 속 인물과 물건을 직접 만나 더욱 귀여워졌다. 그리고 2023년 크리스마스이브, 첫 인쇄 5주년을 맞아 특별한 책이 다시 태어났다. 바로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5주년 기념 확장판이다. 이 책을 둘러싼 사람과 시간, 공간의 이야기를 수집해 풍성하게 담았다.
사진집을 만들려다 엉뚱하게 에세이가 된 사연, 저자의 ‘꾀임’에 넘어가 소중한 연말을 반납하고 책 작업에 참여한 친구들, 지금과는 전혀 다른 표지로 나올 뻔한 비화, 그리고 “이렇게 멋진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감탄을 불러온 독자들의 이야기까지 - 책은 더 다정하고 입체적으로 확장되었다.
“다 읽어버리기 아까워 한 장 한 장 아껴 읽었다”는 독자들의 아쉬움은 이제 조금 덜어질지도 모른다. 혹은 앞으로 또 어떤 사람의, 어떤 이야기가 더해질까 궁금해져 10주년 기념판을 벌써 기다리게 될지도 모른다.
저자는 처음엔 덴마크 가족을 관찰했고, 그다음엔 책의 삶을 관찰했다. 만든 사람, 읽은 사람, 앞으로 읽을 사람, 그리고 자신까지 -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는 “에세이 한 권이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기꺼이 답하려는 사람들의 여정을 담은 기록이다.
썸머와 덴마크 가족은 지금도 우리 독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새 독자에게는 환영의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여전히 묻는다.
“우리 집에 올래?”
자, 당신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