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의 시작 사회복지 노동법
박정연, 장연수 | 박영사
19,800원 | 20251030 | 9791130398563
‘왜 사회복지 노동법인가’
이 책은 ‘쉽게 쓰여진 실무서’를 지향한다. 그러나 ‘쉽다’는 말은 결코 피상적이거 나 단순하게만 접근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처음 노동법을 접하는 종 사자나, 인사노무 실무를 맡고 있으나 기초 개념을 배울 기회가 없었던 이들이 적어 도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의 차이, 근로시간 앞의 ‘소정’이라는 개념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법의 기본 구조와 입법 취지까지 충실히 설명하고자 했다.
책 제목 『노동법의 시작, 사회복지 노동법』에는 두 가지 의도가 담겨 있다. 하나는 누구나 노동법의 기초를 시작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는 실용적 목표이고, 다른 하나 는 이 책이 단순한 이론서가 아닌, 현장의 문제를 풀기 위한 실무 경험의 산물임을 밝 히기 위함이다.
이 책의 바탕에는 수년간 여성가족부 가족지원사업의 현장 자문 경험이 있다. 아 이돌보미, 다문화 방문교육지도사 등 돌봄노동자들은 사업 초기 ‘프리랜서’로 위촉되 었고,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이어졌다. 근로자성이 인정된 이후에도, 소정근로시간이 명확히 설정되지 않는 특수한 고용형태로 인해 노동법 적용에서 실 무자와 관리 주체 모두가 큰 혼란을 겪었다.
이러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가족부와 함께 아이돌보미 및 방문교사 대상 인사노무 가이드라인을 수립한 것이 약 7년 전의 일이다. 사용자가 아닌 행정부 처가 노동법 적용 기준을 제시하는 일은 그 자체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지만, 현장 의 절박함 앞에 결단을 내리고 예산을 마련해 어렵게 완성해 낸 결과였다.
이 책은 그 매뉴얼을 단순히 되풀이한 것이 아니다. 당시의 실무적 판단과 법률 검토를 토대로, 이후 변화된 제도와 현장의 수요를 반영하여 내용을 전면적으로 재구 성하였다. 구조를 정비하고 개념을 명확히 하여, 하나의 실무서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이제는 아이돌보미나 방문교사뿐 아니라,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노인사회활동지원사, 지역아동센터 교사, 정신건강복지센터 종사자 등 다양한 호출형 · 비정 형 돌봄노동자들이 유사한 인사노무 문제를 겪고 있다. 소정근로시간 미설정, 단시 간 · 단속적 근무형태, 위탁기관 구조 속에서의 사용자 책임 불명확성 등은 공통된 고 민이 되었다.
이 책은 이러한 현실을 바탕으로, 과거의 범위를 넘어 보다 포괄적인 사회복지 노 동법 실무서로 확장해보려는 시도이다.
물론 이 책은 사회복지 종사자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노동법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 없는 인사노무 실무자나 입문자도 실무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 다. 근로계약서 작성, 근로자성 판단, 통상임금 판단 등 기초적 주제부터, 소정근로시 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의 연차 부여,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범위 등 고난이도 주제 까지 폭넓게 다루었다.
‘사회복지’는 사전적으로 “개인이나 집단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 적 위험, 빈곤, 질병, 장애, 노령, 실업 등의 문제를 예방 · 완화 · 해결하고 삶의 질 향상 을 도모하는 제도적 · 정책적 · 실천적 활동의 총체”로 정의된다. 나는 ‘노동법’이야말로 이러한 사회복지 실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강력한 제도적 기반 중 하나라고 생각 한다.
노동이 단순한 생계유지 수단이 아니라 인간 존엄과 자아실현의 토대라면, 노동 법은 바로 그 토대를 보호하고 지탱하는 제도이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이 사회복지 현장의 실무자들에게는 실천적 지침이 되고, 노동법 초심자에게는 든든한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