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속 2.8독립선언, 그 역사적 의의 (젊은이들의 만남과 꿈)
재일한인역사자료관, 오노 야스테루, 배영미, 마쓰타니 모토카즈, 지쉬펑 | 삼인
15,300원 | 20230208 | 9788964362341
3.1독립운동의 도화선이라 평가를 받아온
도쿄 2.8독립선언,
동아시아 차원에서 새롭게 조명해야
1919년 2월 8일 도쿄東京 간다구神田区 니시오가와초西小川町 소재 재일본조선기독교청년회 회관 강당에 수백 명의 조선인 유학생이 모인 가운데 독립선언서가 낭독되었다. 11명의 대표로 결성된 비밀결사 조직 조선청년독립단 명의로 작성된 선언서는 ‘한국병합’이 조선인의 의사가 아니라 일본의 제국주의적 야심에 의한 것으로, 일본 및 세계 각국은 조선에 민족자결의 기회를 부여해야 하며 만일 일본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혈전血戰’, 곧 철저히 항전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2.8독립선언이다.
약 한 달 뒤, 1919년 3월 1일을 기해 거족적인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났다. 역사적으로 ‘일제감정기 조선 최대의 독립운동’으로 인정받고, 일찍이 1949년부터 3.1절이라는 이름으로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는 3.1독립만세운동이다.
1919년 6월 조선헌병대 회의 기록을 보자. “민족자결의 적용을 받아 독립을 기대할 수 있겠다고 오해하여 우선 도쿄 유학생이 멀리 있는 재외 불령자와 호응하여 독립운동을 개시하자 조선 내 일반학생, 청년의 분기를 불러일으켜 소요의 도화선이 되기에 이르렀다”라고 적혀 있다. “재외 불령자”는 재외 조선인독립운동가를, “소요”는 3.1독립운동을 가리킨다. 100년 뒤인 2019년 2월 8일, 100주년 기념사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이날 유학생들이 낭독한 「조선청년독립선언서」는 우리 독립운동의 화톳불을 밝히는 ‘불쏘시개’가 되었습니다”라고 의의를 새겼다.
100년이란 세월의 간극이 있음에도 2.8독립운동이 3.1독립운동의 전사前史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3.1독립운동을 이끌어냈고 이후 중국의 5.4운동 전개에 영향을 미치다
2019년 2월, 2.8독립선언 및 3.1독립운동 100주년을 기념하여 도쿄 소재 재일한인역사자료관에서 ‘동아시아 속 2.8독립선언의 의의’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한국, 일본, 타이완에서 연구 활동을 벌이는 학자들이 ‘2.8독립선언을 3.1독립운동의 도화선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만의 독자적인 의의를 찾아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는 자리였다. 연구자들은 2.8독립선언이 3.1독립운동을 이끌어냈고 이후 중국의 5.4운동으로 이어졌듯 동아시아 각지에서 전개된 민족운동과의 관계까지 아우르고자 하였다. 또한 동아시아 유학생들이 민족과 국경을 넘어 이국땅인 도쿄에서 만나 서로의 꿈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함께 활동하면서 당대 민족운동의 선구자로 살았던 시대의 움직임을 가능한 밝혀내 동아시아 차원에서 2.8독립선언의 의의를 논의하고자 하였다.
『동아시아 속 2.8독립선언, 그 역사적 의의』는 위 심포지엄의 발표와 토론을 바탕으로 재일한인역사자료관에서 기획, 발간한 책의 한글 번역본이다. “2.8독립선언의 의의를 동아시아라는 공간 속에 다시금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이성시李成市(재일한인역사자료관 관장이자 현 와세다대학 문학학술원 교수)의 문제제기에 대해 6인의 연구자들이 각각의 시점에서 논지를 펼치고 있다. 오노 야스테루小野容照는 이성시의 문제제기를 받아 당시 조선인 유학생의 독립운동 활동을 개관하면서 왜 2.8독립선언을 한국사의 관점에서 확대해 동아시아 차원에서 고찰해야 하는지, 어떤 논점들이 있는지 설명한다. 배영미裵姈美는 2.8독립선언의 주체였던 조선인 유학생이 2.8독립선언 이후 어떠한 변화를 겪었는지 논한다. 지쉬펑紀旭峰은 타이완 유학생의 관점에서 조선인 유학생들과의 연계를 살펴본다. 마쓰타니 모토카즈松谷基和는 2.8독립선언 및 3.1독립운동과 기독교와의 관계를 재검토한다. 오노데라 시로小野寺史郞는 중국사 연구 관점에서 3.1독립운동과 5.4운동과의 관계를 논하며, 정영환은 동아시아 연계라는 관점에서 해방 후 재일조선인에게 2.8독립선언 및 3.1독립운동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밝힌다. 책의 말미에는 심포지엄의 종합 토론 내용과 2.8독립서언 4개국(조선어, 일어, 중국어, 영어) 버전이 정리되어 있다.
2.8독립선언의 재조명은 ‘동아시아 평화 구상’ 전초 마련의 주춧돌
이성시를 비롯해 6인의 연구자들이 2.8독립선언에 주목하는 이유는 보다 큰 구상을 위해서다. 이성시는 머리말에서 그 구상을 밝히고 있다.
『동아시아 속 2.8독립선언의 의의』에서는 2.8독립선언을 재조명하여, 2.8독립선언서의 의의를 한 나라의 역사에 가두지 않고 동아시아라는 공간으로 확대하고 오늘날 남겨진 과제를 직시하고자 했습니다. 기획 취지의 이면에는 2.8독립선언을 동아시아의 역사적 맥락 속에 자리매김함으로써 오늘날의 과제인 ‘동아시아 평화 구상’으로 이어나가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8p)
이 책의 저자들은 “독립운동의 주역이었던 조선인 유학생들”, 그들의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구체적인 활동 내용이 당시 그들의 조국인 동아시아 각국이 처해 있던 역사적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아봄으로써 오늘날 동아시아 각국 ‘평화’를 화두로 삼고 연계하여 펼쳐나갈 큰 그림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