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점성학 1 (빛의 과학)
황원철 | 부크크(bookk)
50,000원 | 20170301 | 9791127211738
책을 펴내며
저는 2007년도,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동양철학학과에 입학하여 2009년 초, 「명리학의 격국론 연구 -정격을 중심으로-」 석사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석사 논문을 쓰기 위해 중국 고전들을 읽다가 명리학의 뿌리는 중국 점성학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나아가 중국 점성학은 인도 점성학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명리학과 인도 점성학의 상관관계에 대한 의문과 궁금증이 생겨났고, 박사과정의 연구대상을 이 분야로 정한 후 국내 대학원과 박사 과정을 지도할 수 있는 교수를 물색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이 분야의 연구가 너무 미진하여 관련 논문이나 학자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석사 논문 지도교수님이었던 박정윤 교수님과 의논한 끝에 인도에서 박사 과정을 하는 것이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2009년 6월부터 본 연구에 적합한 인도의 여러 대학원을 물색하던 중, 2010년 4월, 마두라이 카마라지 국립대학교(Madurai Kamaraj University), 산스크리트 학과(Department of Sanskrit), 베당가(Vedanga, 인도 점성학) 학과의 박사 과정으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인도에서의 박사과정은 험한 산을 넘으면 더 험한 산이 버티고 있는 형국과 같이 고난과 불편함의 연속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인도 점성학 관련 원서, 고전, 권위 있는 책, 관련 학자들이 없으므로 미리 공부할 수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기본적인 인도 점성학 용어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박사 과정을 밟아야 했기에 고민과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어로 진행되는 박사 과정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 전공 관련 원서들을 빠른 속도로 읽고 이해할 수 있을지, 무엇보다도 영어로 박사 논문을 쓸 만한 영어 실력을 갖췄는지, 어느 것 하나 자신이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인문학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인도 교수님들과의 관계는 무척이나 중요해서 행여 교수님들과의 관계가 틀어질까 항상 몸을 낮추어 공손한 태도를 유지해야 했습니다. 다른 인도인 동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그들보다 두 배 세 배 노력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닫고 무조건 성실하자는 일념으로 학교생활을 해나갔습니다.
하지만 이런 마음가짐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인도의 낯선 환경이었습니다. 상상하지도 못할 남인도의 강렬한 더위와 강한 햇볕, 수많은 모기와 이름도 알 수 없는 벌레들, 석회 성분이 많은 식수와 생소한 음식은 성실성과 인내심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장애물이었습니다. 목 근처에 햇볕 알러지가 생겨 고생하기도 했고 아무리 조심해도 피할 도리가 없는 모기 때문에 뎅기열에 걸려 심하게 앓아눕기도 했습니다. 석회석 성분이 많은 물을 마시다가 결국 신장에 담석이 생겨 병원 신세까지 지어야 했을 땐 인도에서 무사히 박사 과정을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생겼습니다. 그런데도 악화한 건강과 상관없이 매일 등교해야 하는 이 대학교의 박사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과 주변의 도움으로 무사히 박사 과정을 마칠 수 있었고 박사 논문인 『A COMPARATIVE STUDY OF CERTAIN CONCEPTS IN CHINESE ASTROLOGY AND VEDANGA JYOTISHA』(중국 점성학과 인도 점성학의 비교 연구)는 2014년 10월 18일 신디케이트(Syndicate) 위원회의 학위 심사를 통과했으며 2014년 10월 28일 박사 학위 수여식(Convocation) 에서 로사이하 타밀나두 총독(Rosaiah Governor of Tamil Nadu)으로부터 직접 박사 학위증을 받았습니다. 학위는 철학 박사이고 분야는 산스크리트(Sanskrit) 이며 전공은 인도 점성학(Vedangas) 입니다. 박사 논문에는 여러 학문적 성과들이 담겨 있지만, 그중에서도 중국 역학의 12 지지(地支)는 인도로부터 조디악(황도 12궁)의 개념을 받아들인 것으로 12 지지(地支)는 조디악(황도 12궁)을 의미하며, 이를 바탕으로 사주 명리학이 탄생한 점을 논증하였습니다. 또한, 인도의 낙샤트라(Nakshatra) 체계와 중국의 수(宿) 체계는 한 뿌리에서 시작되었으며, 지금까지 밝혀진 문헌들과 유물들을 비교해 본 결과 인도 낙샤트라는 중국의 수(宿)보다는 1,000년 먼저 사용되었음을 밝혔고, 인도의 별자리 개념인 낙샤트라가 기원전 5세기 이전에 중국으로 들어갔다는 사실도 논증하였습니다. 국내 최초로 인도 점성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것과 국내 술수학 전공자 중에서 최초로 해외에서 술수학 관련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을 큰 보람으로 느끼며 그만큼의 책임감도 무겁다는 점을 느낍니다.
이같이 힘겨운 과정을 거쳐 쓴 책이 바로 『인도 점성학 1』과 『인도 점성학 2』입니다. 이 책의 내용은 고전의 고증(考證), 인도 대학원의 점성학 교과서를 1차 교재로 삼고 점성학 교수님들이 저술한 권위가 있는 점성학 관련 도서를 2차 교재로 삼았습니다. 또한, 아난타 라만 부 지도교수님의 강의 내용과 석사 과정, 박사 과정 중인 인도 학생을 직접 가르치면서 준비했던 강의 내용도 포함하였습니다.
『인도 점성학 1』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장 ‘인도 점성학의 체계’에서는 인도 점성학의 기원, 판창가와 낙샤트라의 소개, 조디악, 라시 그리고 행성과 라시와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 하였습니다.
제2장 ‘그라하(행성)’에서는 인도 점성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9개의 행성인 태양,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라후, 케투의 핵심적인 역할을 쉽게 적었습니다.
제3장 ‘바하바(하우스)’에서는 하우스의 분류, 12개 하우스의 성질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제4장 ‘행성과 하우스의 관계’에서는 고전을 통하여 9개의 행성이 12개의 하우스에 있을 때의 내용을 상세하게 기술하였습니다.
제5장 ‘하우스 로드와 하우스의 관계’에서는 12개의 하우스 로드가 12개의 하우스에 있을 때의 변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제6장 ‘라그나와 하우스 로드의 관계’에서는 12개의 라그나에 따라서 성질이 변하는 하우스 로드를 정리하였습니다.
이어서 곧 출간할 예정인 『인도 점성학 2』에는 애스펙트, 컨정션, 요가, 다사북티, 아쉬타가 바르가, 터칭, 고차라 등을 다룰 것입니다.
술수학에서 가장 오래된 학문은 인도 점성학으로 수천 년을 거쳐 오늘날까지 내려오면서 전승, 발전되어 왔습니다. 그만큼 인도 점성학의 체계는 매우 복잡하고 이론과 내용이 방대하여 조금이라도 공부 방향이 잘못되면 난해함에 빠져 스스로 위축되고 주눅이 들어 공부에 대한 자신감마저 사라져 버립니다. 따라서 모든 군더더기를 싹 없애고 깔끔하게 핵심적인 이론과 중요한 내용에만 충실하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쉽고 단순 명료하게 썼습니다. 진리는 단순합니다. 그러므로 책의 내용도 꾸미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공부하고 나면 누구나 인도 점성학에 대한 자신감과 실력이 붙을 것으로 확신하며 인도 점성학이 얼마나 정확하고 예측력이 높은 학문인지 스스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나아가 인도 점성학의 매력에 푹 빠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우주로부터 왔습니다. 이것은 과학적인 사실입니다. 그래서 밤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보면 뭔가가 느껴지는 것입니다. 천문(天文)을 공부하는 것은 우리의 본질에 다가가는 과정입니다. 시시각각 바뀌는 하늘의 모양에서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고 있는지 알고자 했던 인도 성인들의 노력과 그 결실이 바로 인도 점성학입니다. 인도 점성학은 애매하지 않고 매우 구체적이고 직설적이어서 인생의 MRI 사진을 보는 것과도 같습니다. 또한, 이 학문은 자신의 존재의미와 미래를 아는데 다른 술수학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하다고 확신합니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의 삶을 개선할 수 있지만, 운명 자체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들의 고단하고 팍팍한 인생길에 좋은 벗이 되어 하늘의 소식을 다정하게 전해줄 것이며 나아가 자신과 하늘의 서로 유기적인 감응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이제 인도 점성학이라는 씨앗이 한국이라는 대지에 뿌려졌습니다. 이 씨앗이 장차 거목이 되고 숲을 이루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실력과 인품까지 겸비한 전공자들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 한국의 여러 대학에 인도 점성학 학과가 개설되길 희망합니다. 그날이 멀지 않았음을 확신하며 인도 점성가가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보잘것없는 저에게 인도 점성학을 배울 수 있도록 허락하셨고 올바로 인도해 주셨으며 한결같은 격려를 보내주셨던 수파르나 지도교수님과 아난타 라만 부 지도교수님께 큰절을 올립니다. 제게 이 두 분은 학문적인 부모님과도 같습니다. 더불어 물심양면으로 성원해 주신 한국의 후원 회원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분들의 도움과 지지가 없었다면 그리고 용기를 북돋워 주지 않았다면 이 책은 결코 출판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