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지시 말씀하시는 하나님
정주영 | 부크크(bookk)
15,000원 | 20240819 | 9791141900878
우리의 신앙생활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삶이 항상 기쁘고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사랑하라”는 말씀만 봐도 말씀을 따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면, 사랑하라 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성령을 힘입어 우리는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 사랑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힘든 것은 힘든 것입니다. 특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섬기며 복음을 따라야 할 때는, 정말 감당하기가 너무도 힘이 듭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는 것이 가능한지의 문제를 논리적으만 생각해 본다면, 가능하다 또는 불가능하다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텐데, 하나님께서 우리가 지킬 수도 없는 말씀을 주셨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본다면, 성경에 있는 하나님의 말씀들은 지킬 수 있는 말씀들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을 지킬수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상황속에서 우리가 처한 여건들과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들과 감정들을 고려해 본다면, 말씀을 지켜낸다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말씀대로 살 수는 있다고 할지라도, 실제로 그렇게 살아내야 하는 우리들이 처한 상황이라는 것은 그렇게 살 수 없다고 한탄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여러 상황들 속에서 우리는 말씀대로 살 수 없는 수많은 이유들을 갖게 되고, 그런 이유들을 이겨내면서 어떻게든 말씀을 따라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 우리들이 처한 입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씀대로 순종하기 어려운 이유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야 하는 까닭을 스스로 납득하는데에도 많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어려움을 감당해 내면서, 다른 사람들까지도 순종의 삶을 살도록 권면해야 하는 것이 기독교인들이 처한 삶의 딜레마라 할 수 있습니다.
요나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길로 인도받는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감당해야만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요나서에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기 힘들어했던 그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요나서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불순종에 대하여 하나님의 무서운 징벌이 있었고, 회개함으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게 되어, 하나님의 역사가 나타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요나서는 이러한 과정을 단순하게 말해주지 않습니다. 보통 요나는 배타적인 민족주의와 선민의식으로 인해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죽고 싶다고 불평하는 요나의 모습과 그런 요나에게 하나님께서 권면하시는 것으로 요나서가 끝나는 것을 보면, 요나의 이야기가 불순종했던 사람이 순종했더니 하나님이 일하셨다는 명제로 단순하게 말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이라는 것은 권선징악이라는 논리로 단순하게 말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권선징악, 인과응보로만 설명하기엔 그 뜻이 너무 깊습니다. 하나님의 목적은 결과에만 있지 않고, 그 과정에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변화시키시기 위해서 너무도 위험한 방법(?)을 택하셨습니다. 위험한 방법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우리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우리로 믿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시려고 ‘설득’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시기 때문입니다. 설득하는 것이 위험한 방법인 까닭은 거부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죄에 대해 벌하신다 할지라도, 설득하려 하십니다. 억지로 하게 하지 않으시고, 순종하게 하십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억지로 가는 것 같을 수 있으나, 그렇게 되기까지 하나님께서 얼마나 많이 참으셨는지, 얼마나 많이 기다리셨는지, 얼마나 많이 도와주셨는지를 안다면, 우리가 느끼는 억지스러움마저도, 하나님께서 인내해주시고 참아주셨다는 것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감격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하나님께서 우리를 설득하시려 권면하시고 기다려주셨음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그분의 방법으로 역사하시면서도 우리로 이해하고 납득함으로 순종하게 하시려고 넌지시 말씀해 주십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순종하기 어려워서 괴로워하는 것을 아시고 기다려 주시는 하나님은, 우리에게 강압적으로 하지 않으시고 넌지시 말씀하시며 자발적으로 순종하기까지 기다려 주십니다. 우리의 거절과 불순종과 불신앙까지도 용납해 주시고, 참된 믿음을 갖고 순교의 신앙에 이르기까지 기다려 주시고 도와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왜 하나님이 내게 이렇게까지 하시는지 납득할 수 없어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이게 조금이나마 경험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은혜를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