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철학의 통합에 관하여 (철학자를 위한 철학)
김주호 | 자유정신사
26,100원 | 20251016 | 9791194648475
철학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것은 방대한 과제이다. 그 기원은 자연철학의 탈레스에서 시작하여, 엘레아학파의 헤라클레이토스와 제논, 플라톤학파의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 원자론의 데모크리토스, 견유학파의 디오게네스, 스토아철학의 키케로·세네카·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회의론의 섹스토스 엠피리쿠스, 스콜라철학의 아퀴나스와 오컴으로 이어진다.
근대에 이르러 합리주의 철학의 데카르트·스피노자·라이프니츠, 경험론의 로크·흄·베이컨, 관념론의 칸트·헤겔·쇼펜하우어, 실용주의의 존 듀이, 유물론의 마르크스와 엥겔스, 심리학적 전환을 이끈 융과 프로이트가 등장하였다. 현대에는 실존주의의 키르케고르·니체·하이데거·사르트르·후설·카뮈, 포스트모더니즘의 푸코, 과학철학의 콰인과 아인슈타인 등이 더해져 철학사의 지형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러한 수많은 사조와 철학자들의 사유를 하나의 체계로 통합한다는 발상은 급진적으로 보일 수 있으며, 전통적으로 특정 사상가나 한 철학적 전통만을 연구해 온 학자들로부터는 무모하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비판을 감수하고자 한다.
철학의 본질적 과제는 진리 탐구이다. 진리에 대한 논의가 지루하고 무익하다고 평가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철학적 사유는 “진리란 무엇인가, 신은 무엇인가, 영혼은 존재하는가, 시간은 무엇인가, 인간에게 자유가 가능한가, 우리는 행복할 수 있는가”와 같은 근본적 물음으로 귀결된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경험과 증명으로 확인할 수 없는 사유는 철학적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았고, 비트겐슈타인은 『논리철학논고』에서 논리적으로 명확히 서술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이 우리 철학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 질문에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회피하거나 침묵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철학은 실용적이고 흥미로운 학문이 될 수 있겠는가.
만일 철학적 사유가 통합될 수 있다면, 칸트와 몇몇 철학자들이 배제했던 영역, 그리고 현대 언어철학자들이 무의미하다고 보았던 순수 이성 한계 너머 세계에 접근할 가능성이 열릴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철학이 지닌 잠재력은 무한할 것이다. 이제 감추어진 문을 열고 본 연구, 새로운 철학의 문으로 진입할 것을 제안한다.
우선, 물(物, 대상)은 존재와 반존재로 구성된다. 존재는 실존적 실재를 의미하며, 반존재는 존재 속에 은폐된 허상적 차원을 가리킨다. 따라서 물 (物) 의 세계는 존재와 반존재가 이루는 선형적 구조를 형성한다.
또한 힘은 의지와 반의지로 구성된다. 의지는 자유로운 운동을 의미하고, 반의지는 자유롭지 못하며 억압된 힘을 지시한다. 힘의 세계는 의지와 반의지가 대립적으로 구성하는 선형 세계를 이룬다.
마지막으로 앎은 인식과 반인식으로 구분된다. 인식은 드러난 앎이며, 반인식은 은폐된 앎이다. 따라서 앎의 세계 역시 인식과 반인식이 대칭을 이루는 선형적 구조를 형성한다. (문헌1: 김주호 [통합사유철학강의])
니체와 같은 위대한 철학자는 존재를 통해 진리에 접근하였고, 쇼펜하우어는 의지를 통해 진리에 다가섰으며, 데카르트 등 합리주의 철학자는 인식만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상이한 철학적 입장은 모두 인류 사상사에서 중요한 성과이지만, 서로 충돌하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의 주장을 신뢰해야 하는가? 철학이 복잡하고 난해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이질적 관점들의 충돌에 있다. 그 결과 철학은 일반 대중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처럼 분열되고 난해하게 보이는 철학의 역사를 단순히 연대기적으로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할 방법은 없는가? 시간적 순서를 넘어 모든 철학을 일목요연하게 배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본서는 바로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하여 철학적 사유 공간을 3차원적 구조로 배치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본 연구에서 논거 되는 32개 철학 사상과 그에 속하는 모든 철학자의 주장은 그 명확성이 불분명할 경우, 저자의 주관적 해석을 일부 적용하여 인용되었고, 같은 철학자라도 그의 저서 내용에 따라 다수 철학 공간에 포함되어 있음을 밝혀 둔다. 예를 들어, 니체는 제1 공간 (실존주의), 제3 공간 (염세주의), 제5 공간 (상대주의)에 위치하고, 플라톤은 제1 공간 (보편주의), 제2 공간 (관념주의, 이상주의)에 분류된다. 본 연구는 ‘철학자를 위한 철학’이다. 난해한 해석과 분석을 포함한다. 읽기 쉽도록 부드러운 윤문이 고려되지 않았고, 따라서 일반교양 서적처럼 그 뜻과 의미가 읽는 즉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