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서태평양 전쟁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어떻게 억지할 것인가)
로버트 해딕, 장성준, 박남태 | 김앤김북스
16,200원 | 20251127 | 9788989566922
중국의 A2/AD에 대응하여 어떻게 억지력을 유지할 것인가
미국은 게임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미군이 중국군의 대만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항모전단을 중국 근해로 진입시킨다면 전단의 이지스 체계가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중국군의 미사일 포화 공격을 당해내기 어려울 것이다. 단거리 전술 항공기는 주요 전진기지가 파괴당할 경우 작전 구역으로의 진입조차 어려울 것이다. 항공우주 전력이 지배하는 전장에서 미국이 중국의 함정 규모를 따라잡기 위해 해군력 증강에 자원을 투입하고 항공모함과 같은 고가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체계 강화에 집중하는 것은 중국을 상대로 이길 수 없는 게임을 하는 것이다. 해딕은 미국이 중국에 의해 비용을 부과당하는 불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게임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의 강점으로 중국의 취약점을 공략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중국에 비용을 부과하는 경쟁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딕은 중국 A2/AD에 맞서 미군의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분산 작전 개념과 장거리 타격 및 잠수함 전력 강화를 제안한다. 분산 작전은 소형, 고기동, 분산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중국군이 소수의 주요 표적에 공격을 집중하지 못하도록 전력을 분산 배치해 중국군의 미사일 공격 후에도 반격 능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억지력 개념이다. 미군은 실제로 주요 미사일 및 항공 전력을 제2도련선을 따라 다수의 기지들에 분산 배치하는 작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해딕은 가장 효과적인 억지 수단으로서 장거리 타격 능력, 특히 장거리 스텔스 폭격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전략 폭격기는 공중급유 없이도 11,000km 이상을 비행할 수 있으며 장거리 대함 미사일(LRASM)을 16발까지 장착할 수 있다. 중국의 방공망 밖에서 또는 방공망을 뚫고서 중국 본토의 주요 시설이나 수상함을 타격할 수 있다. 현재 미군이 보유한 유일한 장거리 스텔스 폭격기인 B-2 스피릿은 실제 운용 가능한 수가 10대 미만에 불과하며, 개발 중인 B-21 레이더 폭격기는 2026년부터 전력화될 예정이어서 심각한 억지력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의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중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이 핵심적인 억지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최근 미군의 다크 이글이 중국에 대한 억지력 차원에서 호주에 배치되었다.
해딕은 또한 중국의 A2/AD를 피해 은밀히 대만 해협의 중국 수상함을 탐지하고 타격할 수 있는 잠수함 전력을 핵심적 억지 수단으로 강조한다. 정찰 위성 등 우주 전력과 무인기, 무인잠수함 등의 무인 전력도 중국이 방어 체계에 자원을 투입하도록 강제하는 비용 부과 수단이 될 수 있다. 중국의 A2/AD를 가능하게 했던 바로 그 센서와 미사일 능력이 바로 중국군 상륙함대의 대만 공격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로버트 해딕은 B-21 레이더 100여 기가 실전배치된다면 한번의 공격으로 중국 수상함 1,000여 척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미국이 강점을 지닌 장거리 폭격기 및 미사일, 잠수함, 우주정찰 자산을 강화하는 것이 수상함을 이용한 대규모 상륙전을 해야 하는 중국의 취약점에 공략하면서 가장 비용효율적으로 억지력을 발휘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로버트 해딕의 한국어판 서문
중국 군사력의 성장에 대응하는 한국의 국방기획
해딕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중국 군사력의 성장으로 동아시아의 역학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으며 그 한가운데 한국이 놓여 있다고 말하면서, 한국에 2가지 조언을 한다. 하나는 이러한 복합적인 안보 도전에 대응하는 데 있어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네트워크의 중요성이고, 다른 하나는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상황이 요구하는 한국의 국방 개혁에 관한 것이다.
미국이 동맹을 통해 제공하는 군사적 자산과 능력은 한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지하면서 중국의 위협들로부터 대응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지만, 한국의 안보에 있어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포괄적인 공식, 비공식 안보 체계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한국이 그러한 안보 체계의 일원이라는 사실의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매우 강력하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현대전이 정보전이 되고 있으며 더 많은 정보원을 가질수록 정보 우위에 설 수 있게 된다는 점과도 관련 있다.
해딕은 한국의 국방 기획, 특히 해양 방위와 관련해 몇 가지 필요한 개혁 방향을 제시한다. 한국 해군은 어뢰와 미사일로 한국의 상선과 전투함을 공격할 수 있는 북한의 소형 잠수함에 대응하기 위해 소형 수상 전투함과 연안 초계정, 대잠초계기 전력을 지속적으로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새롭게 대두하는 “전방위적” 해양 위협과 관련해서는 한국 연안에서 멀리 떨어진 원해(blue water)에서 장기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해군 전력을 필요로 하며, 이러한 전력은 비정규 해상 민병대부터 첨단 해군 전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적에 맞서 싸울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향후 10년 간 무인 항공기, 무인 수상함, 무인 수중함의 급속한 확산이 일어날 것이며, 한국의 경우도, 제한된 예산과 인적 자원을 고려할 때 무인 항공 및 무인 해군 전투체계가 해양 안보 개혁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다행히 이러한 개혁의 많은 부분이 한국이 이미 경쟁 우위를 갖고 있는 기술들을 활용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은 다가오는 재앙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서태평양의 군사적 균형을 위한 전략적 행동
만약 대만이 제2차대전 직전의 체코이고 미국과 일본이 중국과의 무력 충돌을 우려하여, 영국과 프랑스가 히틀러의 독일에 그랬듯이 대만을 양보한다면, 중국의 다음 기정사실화 공격 목표는 남중국해의 도서들은 물론이고 일본의 센카쿠열도와 오키나와, 한국 서해의 경제수역과 이어도로까지 확대될 것이다. 중국은 더 나아가 서태평양과 인도양까지도 자국의 세력권 하에 두고자 할 것이다. 한국의 주요 통항로인 대만 해협은 물론이고 남중국해와 말라카 해협까지 중국의 통제 하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지금은 억지력 대 억지력의 시간이다. 중국은 A2/AD 전력을 고도화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대만 사태에 개입할 여지를 아예 주지 않으려 하고 있다. 반대로 미국과 동맹국들은 A2/AD를 무력화하고 그럼으로써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지할 수 있는 전력에 집중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중국 경제에 대한 제재는 물론이고 본토 타격과 해상봉쇄까지,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억지 옵션들이 검토되고 있으며 가능한 조건들이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강력한 억지력은 중국에게는 없는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라고 해딕은 말한다. 중국은 미국 동맹국 내에 있는 미군 기지를 선제 공격하지 않고는 대만을 침공할 수 없으며, 선제 공격하는 순간 확전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을 때, 그 누구도 그 전쟁이 그토록 잔혹하고 오래 지속될지 상상하지 못했다. 핵이 아니더라도 인공지능과 무인무기체계 그리고 우주 전력이 결합된 또 다른 패권 전쟁이 동아시아에서 벌어진다면 그 재앙은 우리의 모든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고 서태평양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충분한 능력과 동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은 중국의 대만 침공과 서태평양 전쟁이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준비태세가 서태평양 전쟁의 발발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억지수단이 될 것이라는 점이 《다가오는 서태평양 전쟁》이 진정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