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으로 뭘 하라는 거야 (안전 패러다임 전환)
이정철 | 율곡출판사
14,400원 | 20251120 | 9791194359357
“스테이블코인으로 뭘 하라는 거야?” 최근 제 주변의 직장인들로부터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궁금해서 던지는 질문일 수도 있고, 낯선 변화를 마주하는 순간의 답답함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으며, 과거 유행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졌던 여러 기술들에 대한 피로감이 섞인 반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25년 6월 10일, 국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한 이후 많은 기업의 경영진들이 분주해졌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거나, 외부 위협에 대한 방어책을 마련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대응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비즈니스 현장의 실무자들은 정작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지식이나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그동안 가상자산과 암호화폐는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영역이라서 비즈니스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닌 밤중의 홍두깨’라는 표현이 딱 맞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변화의 속도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5년 7월 18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GENIUS 법」에 서명하며 스테이블코인을 제도에 편입시켰고, 이로 인해 2028년까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2조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전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인 USDC의 발행사 써클 Circle 은 2025년 6월 5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는데 공모가 31달러로 시작해서 2025년 10월 초 기준으로 150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디지털 자산 생태계 구축’이 포함되었고,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 법안을 앞다투어 발의하고 있습니다. 내로라하는 금융회사와 대기업들은 서로 연합할 파트너를 찾기 위해 은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디지털 튤립’, ‘투기 광풍’이라 불리던 가상자산이 이제는 ‘디지털 자산’, ‘디지털 금’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한 셈입니다.
이런 변화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이 일상생활에서도 화폐처럼 통용될 거라고 합니다. 이미 서울 남대문에는 원화로 출금 가능한 스테이블코인 ATM도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왜 이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지 제대로 설명해 주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미 모바일 결제가 편리하게 자리 잡았는데 왜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한지,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와는 무슨 관계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너무 많습니다.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실체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가상자산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하고, 누군가는 세상의 불합리 중 하나로 치부하기도 합니다. 블록체인, 스테이블코인, CBDC, 디파이 DeFi 와 같은 낯선 개념들 속에서 혹시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시나요?
어느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낮다고 합니다. 아마도 세상은 변한다고 하지만 정작 내 주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경험이 쌓여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정말 변하지 않았을까요? 사실은 끊임없는 변화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건 아닐까요? 10년 전에 비해 내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완전히 달라졌고, 블록체인, 스테이블코인 같은 단어가 이제는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뭔지도 모르는 가상자산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는 소문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여러분의 10년 뒤, 아니 5년 뒤는 지금과 같을까요? 혹시 자녀가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선택하는 게 좋을지, 어떤 직업을 준비하는 게 좋을지 물어온다면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나요? 먼 미래에는 지금의 변화를 어떻게 기록할까요?
운좋게도 저는 2015년부터 금융 분야 디지털 기획 업무를 하며 블록체인을 초기부터 차근차근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지식과 정보들을 연결하고, 변화의 흐름을 스스로 해석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기회로 관련 주제를 설명하는 자리가 종종 있었는데요. 이전에는 주로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도대체 스테이블코인이 왜 필요한가? 실제로 뭘 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해 제가 지금까지 차근차근 설명해 왔던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변화의 방향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을 드리지는 않습니다. 아니, 드리지 못한다는 말이 더 정확합니다. 지금의 현상을 단편적인 지식으로 정의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저는 비즈니스 현장의 실무자로서 변화에 대한 해석이라는 역할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대신 저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최대한 체계적이고, 객관적이며, 담백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신다면 스테이블코인으로 인한 변화와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확한 이해와 체계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그릇’을 만들 수 있다면, 수많은 정보와 지식을 추가로 담아가면서 점점 더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책을 통해서 여러분들 각자의 ‘그릇’이 완성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많은 분들, 특히 빠른 변화에 힘겨운 고민이 많은 저와 같은 직장인들과 미래 변화에 대한 관심과 지적 호기심을 가진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두 개의 PART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ART 1에서는 블록체인 원리부터 스테이블코인 개념과 활용까지를 차근차근 설명했습니다. PART 2는 기본 이해를 전제로, 구체적으로 궁금해할 만한 질문들을 모아서 답변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구성했습니다. 최대한 “쉽지만 얕지 않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기초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면서도, 비즈니스 현장의 실무자들도 참고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내용으로 구성했습니다. 어느 정도 이해가 있으신 분들은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먼저 읽어도 좋지만, PART 1에 있는 ‘블록체인부터 이해하기’는 먼저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2025년 11월
이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