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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으)로 1,048개의 도서가 검색 되었습니다.
9791172133061

말뚝들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 한겨레출판사
15,120원  | 20250830  | 9791172133061
“바다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내 앞으로 말뚝이 왔다” 서로에게 진 빚을 빛으로 기억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표표한 마음을 위하여 웃음과 눈물의 이야기꾼 김홍의 파란만장 미스터리 활극! 1996년 한국문학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이 2025년 30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한겨레문학상은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장강명의 《표백》, 이혁진의 《누운 배》, 강화길의 《다른 사람》, 박서련의 《체공녀 강주룡》, 하승민의 《멜라닌》 등 탁월한 역량과 개성을 지닌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며 국내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장편소설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오랜 시간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한겨레문학상이 서른 번째 수상작 《말뚝들》을 출간한다. 서른 해를 기념해 5천만 원으로 상향한 고료로 공모한 한겨레문학상은 전년보다 110편이 증가한 총 응모작 349편 가운데 김홍 작가의 《말뚝들》을 올해의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8인의 심사위원은 “재미, 거침없는 문장, 계엄 사태를 놀라운 속도로 반영한 시의성, 설교 없는 서사” 등을 당선작 선정 사유로 꼽았다. “현재의 정치적 풍경과 위기의 징후들을 비켜가지 않고, 문학의 방식으로 응전”하는 이 작품이“한겨레문학상이 걸어온 30년의 궤적에 부응하는 의미 있는 성취이자, 문학이 여전히 유효한 윤리의 형식이라는 믿음을 되살려준 작품”이라고 상찬하며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말뚝들》은 억울하게, 서글프게, 쓸쓸하게 이름도 없이 죽었던 자들이 ‘시랍화’ 되어 도심 곳곳에 ‘말뚝들’로 출몰한다는 기이한 설정으로부터 시작된다. “말뚝들의 출현과 소멸의 미스터리를 중심축으로 삼고, 타락한 정치와 자본의 행태, 그 시스템 안에서 먹고살아야만 하는 소시민의 자아를 지키려는 발버둥과 보통 사람이라면 능히 가져야 할 연민과 연대에 이르기까지 21세기 대한민국을 전천후로 조망한다”. 심사를 맡은 서영인 문학평론가는 《말뚝들》이 전달하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가 바로 ‘눈물’로 “제련소에서 유독 물질에 중독되어 죽은 외국인 노동자, 나흘째 잠을 못 잔 상태로 인도를 덮친 택배 노동자, 그 택배차에 받혀 숨진 아이, 그들이 모두 말뚝들이 되어 나타난 순간 이 죽음이 사회적 죽음이라는 사실은 명백”해지는데“이 사회적 죽음과 사회적 슬픔을 추적하고 반추하며” 기록하는 작품이라고 평했으며, 편혜영 소설가는 “이 소설이 가닿은 애도와 연대의 윤리는 근래에 보기 드문 서사적 활력과 함께 찾아와 굳건한 말뚝처럼 독자에게 내리꽂힐 것”이라고 밝혔다. 강화길 소설가는 “개인의 불행과 세계의 불행이 만나는 지점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대담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박서련 소설가는 “한 사람이 평생 쌓아온 소설관을 거침없이 깨부수며 쇄도하는 장광 요설의 파괴력”과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와 개연의 관계를 처음부터 재정의하려는 듯 과감하게 내달리는 서사”를 김홍 작가만의 특기로 강조했다. 심윤경 소설가는 우리가 불과 반년 전에 겪은 계엄 정국과 관련해 “그런 상처와 무력감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활자로 맺혀 마침내 이 소설이” 되었음을 높이 추켜세웠으며 정지아 소설가는 “미스터리와 정치, 자본, 계급, 말만 들어도 현기증 나는 거대 담론들이 얽히고설켰는데” 전혀 산만하지 않고 단순하다 싶을 만큼 깔끔하다며 모처럼 단숨에 읽히는 재미있는 작품을 만났다고 극찬했다.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홍은 장편소설 《스모킹 오레오》 《엉엉》 《프라이스 킹!!!》을 발표하며 기발한 설정과 엉뚱한 상상력,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빛나는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단단하게 다져왔다. 《말뚝들》은 작가가 등단도 하기 전인 2014년 “거꾸로 박혀 있는 사람들의 말뚝”(2014년 9월 14일의 작가 노트)을 떠올린 뒤 10년여간 공들여 쓴 작품이다. 날렵한 시대감각과 예측 불가한 전개, 견고한 해학성 등 자신의 매력을 이어가면서도 또 한 번의 진화를 이루어냈다는 면에서(한창훈 심사위원) 더욱 돋보인다. 소설가로서 활동을 이어간 지 8년, 2023년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은 데 이어 네 번째 장편소설인 《말뚝들》로 한겨레문학상까지 거머쥔 그의 행보는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다. “내가 당신을 기억할게요” 세계의 불가해성 속 소시민의 분투 다른 존재를 향한 연민과 연대, 그리고 애도의 이야기 죽은 자들이 바다에 나가 거꾸로 박혀 있다는 전설로 전해지는 말뚝들. 어느 날 해변으로 말뚝들이 밀려들고, 은행의 대출심사역 ‘장’은 영문도 모른 채 트렁크에 갇히는 기이한 사건에 휘말린다. 결혼을 준비하던 연인과 파혼하고, 은행에서는 본부장의 눈 밖에 나는 등 장에게는 좀처럼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반상의 엄연한 법도 속에 자신을 쌍놈이라 자조하는 장이지만 아직은 만회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런 장의 바람과 달리 잇달아 터지는 악재들 속에 아무도 그의 편이 되어주지 않고,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불행은 하루하루 그를 압박한다. 경찰은 피해자가 된 장에게 냉소적이고, 은행도 뜻밖의 일로 장을 몰아붙인다. 모든 것이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고 생각할 때 절친했던 옛 친구 태이의 부고마저 듣게 된다. 태이의 유품을 전해 받은 장은 친구와의 오랜 오해를 다시 돌아본다. 그러는 동안 뭍으로 올라온 말뚝들은 심상찮은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건만 정부는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말뚝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들은 무엇을 하기 위해 뭍으로 올라왔고, 사람들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말뚝들 앞에만 서면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고, 흰 방호복을 입은 수거자들이 말뚝들을 실어 간다. 치워도 다시 나타나는 말뚝들. 바다에서 뭍으로, 뭍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당신들에게로 계속 다가오는 말뚝들. 누군가에겐 불안으로, 누군가에게는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된다. 그런데 조금씩 밝혀지는 말뚝들의 과거 가운데 십수 년 전 장이 한 어떤 행동이 연루되어 있다니. 적대와 회유가 교차하듯 장에게 쏟아지고, 이제는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를 만큼 이상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난다. 장은 과연 자신에게 닥친 불행들을 극복하고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미지의 타자를 조우한 사회는 공포와 불안을 이겨내고 진정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 《말뚝들》은 “6시면 퇴근을 기대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날이 많고, 외근 잦고, 자기 삶에 불만족하는 평범한 사람”인 ‘장’에게 일어난 믿기지 않는 불행에서 출발해, 편리와 합리로 포장한 자본주의가 호령하는 신 계급사회에서 우리가 쉽게 소거했던 사회적 죽음의 면면을 ‘말뚝들’로 호명한다. 바다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내 앞으로 말뚝이 진군해 들어올 때 우리는 알 수 없이 눈물을 흘린다. 최루의 존재를 눈앞에 두고 아수라장이 되는 인간과 기업, 정부의 시스템을 꼬집는 눈매는 날카롭다. 예리한 문제의식과 비현실과 현실을 아우르는 소설적 재미가 작가 특유의 리드미컬한 문체로 생생히 살아난다. 아무에게도 빚지지 않은 사람의 마음은 가난하다. 서로에게 내어준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노트에 눌러쓰고, 그 빚을 기억하며 평생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으로 언젠가 세상을 설득할 것이다._본문에서 한겨레문학상, 한국문학의 활력 30년 미스터리, 페이소스, 유머로 설득한 기발한 작품 한국인 최초로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휩쓰는 작가들을 비롯해 그 어느 때보다 한국문학에 대한 국내외적인 관심이 뜨거워지는 이즈음 30주년을 맞는 한겨레문학상의 다짐은 각별하다. 한국문학의 활력과 미래를 도모해온 서른 해를 마무리하는 작품으로도 《말뚝들》은 의미가 깊다. 급격한 압축성장을 이룩한 한국 사회의 문제를 관통하는 주제의식과 미스터리, 페이소스, 유머로 설득한 이야기 자체의 기발함을 무기로 단단한 문학적 징표를 획득한 소설 《말뚝들》을 경유해 한겨레문학상은 한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를 무한한 상상력으로 발굴하여 앞으로도 한국문학의 새로운 영토를 굳건히 다져갈 것이다.
9791172132477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최강 형제가 들려주는 최소한의 정치 교양)

최강욱, 최강혁  | 한겨레출판사
18,000원  | 20250515  | 9791172132477
당신은 ‘왜’ 보수입니까? 당신은 ‘왜’ 진보입니까? 설명하기 어렵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최강욱 전 의원과 그의 동생 최강혁이 함께 쓴 보수·진보의 역사와 정의, 현재의 쟁점과 시대적 과제까지 남녀 노소 좌우를 모두 아우르는 민주 시민의 필독서 위헌적 계엄과 탄핵, 대통령 파면을 넘어 조기 대선 정국에 들어선 대한민국은 다시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 간의 치열한 전장이 되었다. 정치와 개혁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다 지금은 잠시 디지털 크리에이터(유튜버)로서 대중과 만나고 있는 최강욱 전 의원. 다양한 매체에서 촌철살인의 정치 평론을 선보이는 그에게 정치학을 전공한 동생 최강혁은 자주 당부했다. “건강한 보수의 성장을 위해서, 누군가는 보수의 가치와 장점을 계속 말해야 한다”고. 지금 우리 사회에는 그 어느 때보다 상대 진영을 향한 증오의 언어가 난무하고 있다.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어 가는 극단적 대결 구도도 점점 심화되고 있다. ‘최강 형제’는 우리 정치가 갈라치기와 혐오에서 벗어나 화합과 연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가 서로에 대해 잘 알아야만 한다고 여겼고,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쉽고 친절한 정치 교양서를 함께 써 보기로 했다. 신간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는 생생한 정치 현장을 온몸으로 겪어 온 정치인이자 법률가인 형 최강욱, 정치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론적 역량으로 무장한 동생 최강혁이 의기투합하여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이 책에는 보수 성향의 ‘봉수 씨’와 진보 성향의 ‘진봉 씨’라는 50대 동갑내기 가상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의 대비되는 삶의 모습과 가치관은 보수와 진보의 세계관, 정치적 입장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 준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 ‘보수와 진보의 위대한 탄생’에서는 ‘보수·진보’ ‘우파·좌파’ 개념이 어떻게 생겨났고 발전해 왔는지를 세계사적 배경, 프랑스혁명의 전개 과정 속에서 살펴본다. 2부 ‘보수와 진보는 어떻게 세상을 바라볼까’에서는 ‘봉수 씨’와 ‘진봉 씨’가 각 주제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다크 나이트〉 〈킹스맨〉 〈기생충〉 〈죽은 시인의 사회〉 〈머니볼〉 〈설국열차〉 〈두 교황〉 등 익숙한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보수와 진보의 특징과 차이를 보여 준다. 지극히 일상 친화적이고 친절한 스토리텔링이어서 누구나 쉽게 내용의 흐름에 올라탈 수 있다. 3부 ‘혐오와 배척이 아닌 화합과 연대를 위해’에서는 가난과 빈부 격차, 평등과 복지, 능력주의와 학벌, LGBTQ, 낙태와 사형, 태극기부대와 키세스 시위대, 빈곤층의 보수성 등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이슈들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입장 차이,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고 세상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는 서로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4부 ‘이상적인 정치의 모델’에서는 이로운 보수의 모델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의로운 진보의 모델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소개하며, 우리나라에서 보수와 진보의 개념이 달라진 이유와 함께 진짜 보수정당과 새로운 진보정당 탄생에 대한 저자들의 기대를 이야기한다. 바람직한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각자의 가치관과 정치적 성향 차이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모른 채 ‘무지성’으로 보수·진보를 지지하거나 배척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한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자신과 다른 이념적 위치에 있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진정한 사회 통합과 민주주의의 성숙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특히 청소년과 청년처럼 아직 정치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세대에게 보다 균형 잡힌 지식과 시각을 선사한다. 중장년 독자에게는 오래도록 관철해 온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새삼 성찰해 볼 기회, 남들에게 내가 왜 보수(또는 진보)인지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넉넉한 근거를 제공한다.
9791172132521

죽은 다음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 한겨레출판사
19,800원  | 20250506  | 9791172132521
‘일하다 다치고 병든 이들의 삶과 노동’을 이야기해온 기록노동자 희정이 이번엔 죽음과 애도를 둘러싼 노동의 세계에 노동자로, 기록자로 선다. 직업병과 산업재해로 사라져간 사람들과 매해 치솟는 자살률, 거듭되는 참사 소식, 혼자 죽을 가능성을 걱정하게 된 비혼·비출산 가구의 증가로 우리 사회 ‘죽음’ 문제에 주목하게 된 저자는 타인의 죽음을 ‘관음’하는 마음을 경계하며 장례 노동자가 되기로 한다.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 염습실에서 직접 고인을 마주하고, 의전관리사, 시신 복원사, 화장기사, 수의 제작자, 묘지 관리자, 상여꾼,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등 각 분야 장례업 노동자들을 인터뷰하여 점차 산업화되어가는 장례 문화와 다변화된 가족 구성을 포괄하지 못하는 장례 제도를 경유해 이 시대의 죽음과 애도 문제를 탐구한다. 나아가 한국과 사뭇 다른 타국의 장례 문화와 ‘생전장례식’ ‘공영장례’ ‘여성 노동자가 이끄는 장례’ 등 국내에서 시도된 색다른 장례도 살펴본다. 우리 사회가 죽음과 애도를 대해온 방식을 탐구하는 것은 물론, 사회가 장례 노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장례업 노동자 개인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는 무엇인지, 생의 마지막 의례에서 고인이 소외되지 않을 방법이 있을지 등의 이야기를 장례 노동자와 예비 사별자, 예비 고인의 시점을 오가며 풀어낸다.
9791172132392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 한겨레출판사
19,800원  | 20250501  | 9791172132392
허위 없는 지식인, 두려움 없는 저널리스트, 20세기 영문학이 낳은 가장 명철한 작가 조지 오웰! 15년간 꾸준히 사랑받은 초판에 국내 초역 2편 추가 가장 빼어난 에세이 31편을 새로운 장정에 담다 조지 오웰의 에세이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2010년 출간 이후 가장 폭넓게 사랑받았던 『나는 왜 쓰는가』가 개정증보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의 삶과 사유의 정수가 담긴 에세이 29편을 묶었던 초판에 국내 초역 2편(「브레이 주임신부를 위한 한마디」, 「작가의 수입」)을 더했다. 오웰은 대표작인 소설 『동물농장』과 『1984』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오랜 세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생계를 꾸려가며 엄청난 분량의 에세이와 칼럼, 서평을 썼다. 『나는 왜 쓰는가』는 삶의 각 국면, 정치적 입장, 현실을 마주하는 작가로서의 태도 등 인간 오웰을 면밀하고 입체적으로 바라보고자 할 때 선택해야 할 책으로 그의 대표작 두 권에 못지않게 깊고 꾸준한 호응을 얻어왔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라고 선언하는 데 일말의 거리낌 없는 작가가 되기까지, 그의 모든 자전적 스토리가 밀도 높게 담겨 있다. 열 살 전후 무렵 부잣집 아이들만 다니는 예비기숙학교에 장학생 신분으로 입학했지만 심각한 차별을 경험했고, 명문 이튼스쿨을 졸업했으나 대학생 대신 피식민지 버마의 경찰간부가 되었으며, 죄책감에 짓눌린 채 유럽에 돌아와서는 런던과 파리를 떠돌며 부랑자 생활을 하는 등 전 생애에 걸쳐 항상 조금씩 비켜나 남들의 기대를 배반하는 선택을 감행했던 오웰의 모든 전환적 순간을 엿볼 수 있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동기들 중에 어떤 게 가장 강한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게 가장 따를 만한 것인지는 안다. 내 작업들을 돌이켜보건대 내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 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소리에 현혹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 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였다.” _「나는 왜 쓰는가」 중
9791172133115

울림 (한국의 기독교 영성가들)

조현  | 한겨레출판사
15,300원  | 20250822  | 9791172133115
종교전문기자인 저자는 유교와 불교의 전통이 뿌리 깊게 박힌 우리나라에서 기독교가 착근할 수 있었던 까닭이 무엇인지를 자문하며 이 책을 시작한다. 3·1운동 당시 국민의 1.3퍼센트에 불과했던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16명이나 참여하면서 민족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할 수 있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거대 권력이 되어 맘몬(돈)숭배, 교권주의, 배타주의로 국민의 신망을 잃어버린 채 표류하고 있는 한국 교회의 현실 속에서 저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기독교의 숨은 영성가들을 찾아 떠난다. 얼어붙은 이 땅에 뜨거운 발자국을 남긴 이 땅의 진짜 예수들의 삶은 우리들의 가슴에 뜨거운 울림이 되어 돌아온다.
9791172133108

검찰의 세계 세계의 검찰 (23개 질문으로 읽는 검찰 상식과 개혁의 길)

박용현  | 한겨레출판사
18,000원  | 20250915  | 9791172133108
우리 검찰만 이렇게 문제인가? 과연 다른 나라 검찰은 어떨까? 세계 검찰이 걸어온 길은 우리 검찰이 걸어갈 길이다 교양으로 읽는 글로벌 검찰 상식과 개혁 쟁점들 검사는 전시의 군대를 제외하곤 이 나라에서 가장 힘 있는 집단입니다. 검사는 다른 어떤 집단과 견줘도 시민의 생명·자유·평판을 좌우할 더 큰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 이런 권한을 올바로 행사할 때 검사는 우리 사회에 가장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집단의 하나이겠지만, 만약 악의나 비도덕적 동기로 행동한다면 가장 악한 집단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1940년 4월 1일, 미국 연방 법무부 장관 로버트 잭슨이 연방 검사 회의에서 한 연설의 일부분이다. 정의의 구현자도, 파괴자도 될 수 있는 검찰의 양면성을 명확하게 보여 주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검찰의 부상과 몰락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극적인 양상으로 전개되었고, 나라 전체를 혼란으로 몰아가는 잔혹극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우리 검찰만 이렇게 문제인가? 다른 나라 검찰은 어떤가?' 《한겨레》 편집국장을 거쳐 현재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박용현 저자는 그 답을 구하기 위해 세계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오랜 고민과 탐구의 결과를 독자들에게 보다 쉽고 편하게 전하고자 이 책을 썼다. 《검찰의 세계 세계의 검찰》은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세계 각국 검찰의 역사와 특징을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소개하고 그들이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시스템을 발전·개혁시켜 왔는지 폭넓게 살핀다. 그리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 검찰이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모색한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 '세계 각국의 검찰은 우리와 무엇이 얼마나 다를까'에서는 프랑스 혁명과 예심 판사, 미국의 검사 선거 제도와 다수 검찰총장제, 영국의 기소청과 독일의 객관 의무 등을 통해 글로벌 검찰의 역사와 특징을 알아본다. 2부 '대한민국을 집어삼킨 검찰 공화국의 흑역사'에서는 윤석열 정부와 12·3 내란 사태 이후 불거진 검사동일체, 법 기술, 절차적 정의, 정치적 기소, 불체포 특권 등의 이슈를 짚고 우리 검찰의 무분별한 검찰권 남용과 부끄러운 정치 검찰의 민낯을 확인한다. 3부 '글로벌 사례에서 발견한 검찰 개혁 쟁점들'에서는 미국의 진보적 검사 운동과 대배심 제도, 일본의 검찰심사회와 독일의 법왜곡죄, 각국의 영장 청구 제도와 검사 징계 장치 등 검찰 제도에 대한 각국의 감시·견제·응징·개혁 수단을 살펴본다. 각 나라가 고유의 검찰 제도를 형성해 온 과정은 정의롭고 인간적인 사회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다. 우리가 검찰이라는 문제와 씨름하며 맞닥뜨리고 있는 여러 질문은 우리보다 앞서 검찰 제도를 만들고 발전시켜 온 나라들이 멀게는 200년 전부터 숙고했고 어떤 것은 지금도 논의 중인 주제들이다. 이를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는 사실은 검찰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힘은 주권자인 국민의 의지라는 점이다.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검찰 제도에서 벗어나 검찰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제도적 상상력을 키워야 할 때다. 외국 검찰의 역사와 경험을 살피는 일은 이 상상력의 밑거름이 된다. 검찰에 대한 상식이 필수 교양이 된 시대, 새로운 형사 사법 체계가 형성되고 제자리를 잡아 가는 여정에 이 책은 탁월한 '검찰 교양서'이자 '개혁 참고서'가 될 것이다.
9791160401967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리커버:K) (신형철 산문)

신형철  | 한겨레출판사
14,400원  | 20180922  | 9791160401967
출간 후 7년 여전히 유효한 ‘오늘의 책’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교보문고 특별판 출간 우리 문학을 향한 ‘정확한 사랑’으로 시대와 호흡해온 신형철 평론가의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 2018년 출간된 뒤 7주년을 맞았다. 연재했던 글과 미발표 원고를 모아 엮은 이 책은 시와 소설에 국한되지 않고 영화, 노래, 사진 등 다양한 작품을 정확히 읽고 듣고 보면서 온기를 잃지 않으려 했던 저자의 흔적이 빼곡히 담겨 있어 쇄를 거듭하며 독자와 평단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왔다. 작품과 세상 사이에 가교를 놓아온 저자의 성실한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 산문집을 통해 비로소 우리는 평론가 신형철의 삶과 철학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7주년 기념 특별판은 특유의 감성으로 문학책에 생동하는 숨을 불어넣는 김마리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표지는 종이 위에 삼베 조각을 얹어 씨실과 날실로 인생의 슬픔을 직조하는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성립 작가의 그림 〈어깨동무를 한 사람들〉을 ‘함께하는 슬픔’으로 해석해 평론가의 목차 텍스트에 포갰다. 신형철 평론가의 말대로 세상엔 슬픔이 여전하고 슬픔에 대한 공부 또한 멈출 수 없으므로, 그 공부를 곁의 사람들과 부단히 함께해가자는 응원과 염원에 한껏 답했다고 할 수 있다. 판형을 날렵하게 손보고 양장으로 장정도 새로이 바꿔, 견고하고 단단한 이 책의 사유를 물성으로 돋보이게 하였다. 기존 독자뿐만 아니라 새로운 독자에게도 소장 가치가 있는 특별한 책이 될 것이다.
9791160406191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외곽주의자’ 검사가 바라본 진실 너머의 풍경들)

정명원  | 한겨레출판사
13,500원  | 20210709  | 9791160406191
“사람을 의심하고 판단하는 데 인간에 대한 이해와 상상력이 얼마나 들어가 있을까” 피해자·민원인·피고인·증인… 이름만 달리하여 출몰하는 상처투성이인 사람들에게 생의 한 귀퉁이를 내어주는 어느 검사의 이야기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은 현재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부부장으로 재직 중인 16년 차 여성 검사 정명원이 쓴 첫 책이다. 저자는 검사라는 직업이 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듯 차갑고 공격적이고 조직 논리로 움직이는 듯 보이지만, 실상 신문이나 뉴스에 나오는 검사들은 특수부·공안부 검사 들일 뿐이며 이들은 대한민국 전체 검사 중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나머지 90%인 형사부·공판부 소속의, 야근 많고 재판 도중 울기도 하고 민원인과 좌충우돌하기도 하는 ‘비주류’이자 ‘회사원’ 검사들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상이 지향해야 할 완전무결함이나, 거악 척결 등 거대한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늘 서늘한 바람이 부는 검찰청 한 귀퉁이에 기록으로 실려 오는 수많은 인간 군상과, 때론 ‘웃프고’ 때론 애잔하게 저자를 심적으로 괴롭히고 보람을 느끼게 했던 사연들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가 직접 만난 사람들에게는 유죄·무죄를 넘어 회색지대가 존재했으며, 공소장에는 다 담지 못하는 이야기가 그득하게 남았다. 재판 도중 사라진 피고인, 상복을 입고 검찰청을 방문한 사기 피해자들, 법정에서 갑자기 자신의 범행을 고백한 증인 등 상처투성이인 사람들의 못다 한 이야기가 여러 편의 드라마를 보듯 전개된다. 저자는 정량의 범죄 너머 부정량까지 이 책에 모두 담고자 했다. “살고, 사랑하고, 속이고, 일하고, 다투고, 찌르고, 외면하고, 울고, 탓하고, 쾌락하고, 절망하고, 그러고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밀려왔지. 기록으로 인쇄되어 오는 삶들을 가르고 계량해서 그에 적합한 이름표를 붙여주는 일은 언제나 버거운 것이었어. 하물며 그것을 직업으로 밥 벌어 먹고사는 일이란 늘 고단하고도 두려운 것일 수밖에.”_8쪽
9791172131395

믿을 수 없는 영화관

황벼리  | 한겨레
18,000원  | 20241030  | 9791172131395
“한 사람이 품고 있는 고독의 크기는 바다만 하고, 그 바다를 켜켜이 접으면 이 한 권의 책이 될 것이다”_천선란(소설가) “어떻게 미래를 상상하나요?”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상에 조금 더 머물기 위해 맞서고 버티며 떠나는 우리들의 이야기 《사진 한 장의 무게》《아무런 맛이 나지 않을 때까지》《다시 또 성탄》《보통권》 등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선보여왔던 ‘독립출판 만화계의 성취’ 황벼리 작가의 첫 장편 그래픽노블이 출간된다. 섬세한 작화와 진솔한 서사로 마술적 리얼리즘의 세계를 담백하고 유려하게 선보이는 《믿을 수 없는 영화관》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다양성만화 제작지원사업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만화웹툰 콘텐츠 출판유통 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출간 전부터 300퍼센트가 넘는 펀딩률을 선보이며 독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온 작품이다. 나는 부적응자, 외톨이, 이방인.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은 나만 빼고 돌아가는 듯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것 같은 하루하루, 이 세계에서 어떻게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외로움은 무엇으로 견뎌내지? 나는 잘못 살고 있는 건가? 혹시 나를 위해 마련된 다른 세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다른 세계’가 있다고 믿으며 그곳으로 가기 위해 수없이 몸을 내던지는 ‘믿을 수 없는 영화관’의 파수꾼 풀잎과‘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관객 이소, 사람들이 떠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풀잎의 애인 무섭은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또 서로의 사연에 얽히고설키며 이 고독한 물음에 대한 아름다운 해답을 그려나간다. 전 오래전부터 다른 세계가 있다고 믿었어요. 왜냐면 그곳이 원래 제가 있어야 할 곳이니까요. 다른 세계는 어떤 곳일까?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했어요. 하지만 문제는 문이었죠.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문을 찾는 게 쉽지는 않았거든요. 그날도 평소처럼 괜히 힘껏 문을 밀었어요. 그리고 문을 열면서 깨달았어요. 그토록 바라던 다른 세계에 이미 도착했다는 걸요. _본문에서
9791172132538

진공 붕괴

해도연  | 한겨레
16,200원  | 20250430  | 9791172132538
현직 우주과학 연구원이 직조해낸 정교하고 장엄한 정통 SF 소설집 “지구는 사라진다. 태양도 사라진다. 이 빌어먹을 행성을 떠나야 한다” 지구라는 유한한 땅 밖으로 거침없이 뻗어 나가는 살인, 사랑, 광기가 뒤엉킨 압도적 서사 정통 SF 독자를 만족시킬 여섯 편의 소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으며 현재 가장 믿음직한 SF를 써내는 소설가로 꼽히는 해도연 작가가 세 번째 소설집 《진공 붕괴》를 출간한다. 이 책을 가리켜 “개연성 있는 과학적 상상력에 푹 빠지기 좋은 기회”라고 평한 정보라 소설가의 말처럼 해도연 작가가 직조해낸 우주에는 우주선과 우주인, 미지의 외계 생명체가 등장하는 건 물론 각 존재의 근거와 이유도 제시된다. 이는 우주를 수학의 대상으로, 또 사랑과 믿음과 배신과 광기가 펼쳐지는 삶의 형형한 무대로 바라보는 작가의 복합적이고도 치밀한 시선 덕에 가능하다. 많은 SF 작가가 ‘해도연’ 세 글자를 신뢰하는 배경이다. 현직 우주과학 연구원이기도 한 해도연 작가는 장편소설 《베르티아》 《마지막 마법 사》, 소설집 《위그드라실의 여신들》에서 미래와 외계를 주제로 독창적인 세계관을 선보인 동시에 영미 SF소설 《라스트 휴먼》을 우리말로 옮기는 등 소설가와 번역가 양쪽을 오가며 다방면으로 활동해왔다. 《진공 붕괴》는 작가가 이토록 부지런히 다져온 문학적 감수성과 지적 상상력의 총체라 할 수 있는 여섯 편의 매력적인 단편들을 싣고 있다. 우연한 기회로 지구에 당도해 인간의 생기를 모조리 빨아들임으로써 자기 몸을 완성해나가는 기이한 생명체부터 거대 항성을 옮겨 다니며 그 원기에 기생하는 미지의 인공물, 자기 욕망을 위해 타인의 하루를 끊임없이 반복시키는 잔악한 타임루퍼까지. 각 소설은 사랑과 배신, 믿음과 기만, 희망과 좌절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들은 우리처럼 뻔하게 사랑하고 일상적으로 번민하고 예사롭게 무너지면서도 우주인이 보낸 지구 탈출선이나 멸망한 지구의 유토피아, 혹은 무한히 반복되는 하루라는 특별한 시공간을 산다. 이러한 생경한 공간으로 우리가 매일 느끼는 평범한 갈등의 감정을 태연스럽게 끌어들이는 작가의 능력은 독자가 눈앞에 펼쳐지는 환상 세계로서의 우주를 읽고 상상하는 것을 넘어서 온 마음을 다해 작가가 던지는 철학적 화두에 몰입하게 만든다.
9791172133214

파사주

강성봉  | 한겨레출판사
15,120원  | 20250920  | 9791172133214
오직 서로에게 의지하며 참담한 생을 견뎌온 존재들 환한 빛을 마주하기 위한 마지막 여정에 오르다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강성봉 신작 장편소설 출간 “인생은 미로고, 미로를 통로로 만드는 건 우리 자신의 선택과 의지다. 《파사주》는 그러한 진실을 말하고 있는 소설이다” -박혜진(문학평론가) 《카지노 베이비》로 제27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강성봉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파사주》가 출간되었다. 《카지노 베이비》는 카지노 특구에서 나고 자란 ‘전당포 아이’의 성장소설로 과거에 탄광촌이었던 마을을 배경으로 그곳 주민들의 희로애락과 도시의 흥망성쇠를 다룬다. 작가는 수상 당시 “인물들이 품은 저마다의 사연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생생하게 구현”(조해진 소설가)하여 “매력적인 캐릭터가 이야기를 얼마나 풍성하게 만드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편혜영 소설가)는 찬사를 받았다. 《파사주》는 유림과 해수의 긴 여행기이자 성장소설이다. 두 아이는 불행했던 기억으로 점철된 벽돌집을 벗어나 물 건너 숲과 산을 지나 바다에 이르기까지 험난한 여정을 떠난다. 그 과정은 다채로운 인물과 신비로운 장소들을 경유하며 독창적인 로드무비의 형식을 취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유림과 해수는 ‘하나의말씀’이라는 사이비 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보육원에서 길러진 아이들임이 드러난다. 선한 명목을 내세운 어른들의 이기심과 무자비함이 아이들의 언행을 통해 하나둘 밝혀질 때 둘의 여정은 지옥에서 떠나온 순례길처럼 읽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걸어가는 것, 세상의 끝을 향해 부단히 나아가는 아이들에게 ‘파사주’란 자신에게 주어진 틀과 한계를 깨부수며(破四柱) 스스로 개척해가는 생의 여로(passage)와 같다. 불행을 극복하기 위한 두 아이의 고투는 궁극적으로 긴 애도를 끝마치기 위한 수행으로서 애틋하고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 침묵과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의 피폐함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들을 이용하는 어른들의 교활함과 잔인함, 그리고 무심함일 것이다. ‘하나의말씀’이 교활하고 잔인하며 무심한 사회에 대한 알레고리로 충분히 작동하기 때문이다. 계속 걷다 보면 환한 빛을 마주하리라는 작은 희망이 아이들의 발걸음을 계속 앞으로 이끈다. 아이들은 친구, 즉 타인이라는 통로를 통해 자기 운명에 참전한다. _박혜진(문학평론가) “이야기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지도 죽어 있지도 않은 것만은 피하기 위해서” 어둠과 침묵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 금기를 깨뜨리며 탈주하다 《파사주》는 벽돌집 아이들의 탈출과 그 이후를 따뜻한 시선으로 뒤쫓는 소설이다. 믿음과 소망을 심어주는 어른들의 말이 실은 세뇌와 착취의 말이었음을 유림과 해수의 여정을 따라 밝혀간다. 벽돌집에서 유림과 해수는 지독한 괴롭힘의 대상이었다. 해수는 밤마다 야구 놀이를 빙자해 다른 아이들이 던지는 공을 맞아야 했고 유림은 고통에 신음하는 해수를 보며 억지로 박수 쳐야 했다. 그것은 두 아이가 벽돌집의 절대 권력인 아버지 선생님의 심기를 거스른 탓이다. 한 달에 한 번, 벽돌집 아이들은 무대에 올라 아버지 선생님 앞에서 저지른 죄를 고백해야 했다. 회개하고 용서받고 다시 회개하고 용서받으며 ‘하나의말씀’의 교리에 따르고 순종해야 했다. 그렇지만 해수는 죄를 고백하기는커녕 이에 맞서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유림은 그런 해수의 용기에 동조하고 만다. 그 결과 둘은 벽돌집을 탈출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게 된 것이다. 유림은 꼭 무덤에서 살아 나온 송장 같다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그들이 빠져나온 건 무덤이 아니라 벽돌집이었으니까. 죽지 않고 여기에 이렇게 살아 있으니까. 유림은 그림자 속에서 나온 해수의 손을 마주 잡고 약속했다. 진짜로 죽기 전에는 먼저 죽지 않겠다고.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_55쪽 그렇게 시작된 여정은 얼핏 보면 크나큰 사고나 위험 없이 흘러가는 듯하다. 하지만 유림과 해수가 여행 중 거듭 회상하고 진술하는 이야기들 속에는 두 아이가 견딘 괴롭힘 이상의 끔찍한 비극이 내포되어 있다. 그것은 벽돌집 같은 보육원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전국에 일곱 개나 된다는 것, 그곳의 아이들은 모두 유림과 해수처럼 ‘하나의말씀’에 따라 교육받고 노동하며 거의 노예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벽돌집 아이들이 모두 아버지 선생님의 자식이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무대 아래에서 유림은 생각한다. 화면 속 아버지 선생님의 얼굴이 신도들 얼굴과 닮았다고. 아이들의 얼굴과 닮았다고. 좁은 이마와 찢어진 눈매, 뭉툭한 코와 작은 입. 거울을 보면 해수 얼굴이 떠오르고, 아버지 선생님 얼굴이 겹친다. 그건 헛것이 아니다. _249쪽 벽돌집은 아버지 선생님이 신도들을 강간하여 낳은 자식들을 양육하는 시설로 서사 말미에 이르면 회개 시간에 이를 언급한 해수는 벽돌집을 운영하는 어른들에게 끔찍한 폭력을 당했음이 밝혀지는데…… 과연 두 아이의 여정은 어떠한 결말에 이르게 될 것인가. 성장소설을 뛰어넘는 성장소설의 탄생 고난의 길을 거쳐 비로소 완수한 애도의 이야기 유림은 여행 내내 배낭 안에 ‘R’을 가지고 다닌다. 은박지에 싼 계란처럼 동그란 그것을 시시때때로 끌어안고 위로받는다. R은 유림과 해수의 여정에서 수시로 등장하며 가끔은 도박판에 올려두는 ‘가장 소중한 것’으로, 신당 안의 신주를 열기 위한 ‘열쇠’로도 역할한다. 그리고 두 아이가 더는 나아갈 수 없는 바다에 이르렀을 때 마침내 본래의 쓰임을 다한다. 이렇듯 《파사주》는 두 아이가 기나긴 여정을 거쳐 일종의 애도를 완수하며 끝을 맺는다. 비밀을 품은 고난의 길이 결국에는 인간의 성장을 위한 여로였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파사주》는 서정적이고 암시적인 대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캐릭터, 신비롭고 환상적인 공간 묘사 등을 통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사이비 종교 시설로 인한 사회적 문제와 윤리적 이슈에 관한 날카로운 질문도 던진다. 무엇보다 비선형적 구조의 이 소설은 에필로그 격인 〈종(終)〉 장에서 벽돌집을 벗어나기 직전의 유림과 해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순서상 가장 먼저 일어난 일을 이야기의 가장 마지막에 배치함으로써 어쩌면 둘의 여정이 끝나지 않고 순환하며 지속될 여지를 남긴다. 그러므로 《파사주》는 비참을 이겨내고 종내 스스로 삶을 치유하며 연장해가는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다. 사납고 무정한 현실 속에서도 타인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의지로 뭉근한 위로와 희망의 빛을 전한다. 불빛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림이 걸음을 멈추지 않은 건 이 길이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언젠가는 끝이 보일 터널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계속 걷다 보면 환한 빛을 마주하리라는 작은 희망이 유림의 발걸음을 앞으로 이끌었다. _171쪽
9791172133221

두 번째 미술사 (‘정설’을 깨뜨리고 다시 읽는 그림 이야기)

박재연  | 한겨레출판사
18,000원  | 20250924  | 9791172133221
‘최초’, ‘원조’, ‘천재’의 신화 너머… 섬세하고 입체적인 ‘두 번째 해석’ ‘고흐는 생전에 그림을 하나도 못 팔았다?’ ‘고갱에게 타히티는 원시의 파라다이스였다?’ ‘이탈리아 출신 다빈치가 프랑스 국왕의 품에 안겨 죽었다?’… 한 번쯤 들어봤고 그렇게 믿어왔던 ‘신화’들을 과감하면서도 섬세하게 재해석하는 미술교양서 《두 번째 미술사》가 출간됐다. 미술문화의 대중 확산에 활발하게 기여하며 2023년부터 2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은 미술사학자 박재연 아주대 교수의 저서다. 우리가 배워온 익숙하고 단정적인 미술사를 새롭게 검토하고 새 시대의 관점에서 ‘끊임없이 다시 읽혀야 할’ 예술가와 작품의 가능성을 탐구해온 박 교수는, 세간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이 어떤 시대적 맥락에서 태어났으며 어떤 사회문화적 상황이 이 믿음을 지탱해왔는지 35가지 질문을 통해 살펴본다. ‘거장’과 ‘천재’, ‘최초’와 ‘원조’, ‘남성’과 ‘권력자’ 중심의 서사를 깨고 예술이 언제나 ‘개인의 창작을 넘어선다’는 데서 《두 번째 미술사》는 출발한다. 루벤스의 수많은 작품들이 조수와 제자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오늘날 기준으로는 대작(代作)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당대 상황을 살펴보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베르트 모리조는 인상주의 미학을 정립한 핵심 인물이었지만 ‘거장’ 에두아르 마네의 제수씨 또는 모델이라는 설명 아래 독립적인 화가로서의 정체성은 오랫동안 가려졌다. 지금은 유수의 영화와 광고, 앨범 커버 등에 인용되고 변주되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비너스의 탄생〉은 보티첼리의 스타일이 ‘아마추어적’이라는 이유로 400년간이나 미술사에서 밀려났다. 역사는 ‘공평’하지 않다. 어떤 이름은 어떤 이유로 지워지고 어떤 작품은 또 어떤 이유로 재발견된다. 《두 번째 미술사》는 작가와 작품을 둘러싼 신화를 해체하며 거장과 명작 뒤에 가려진 사회적 조건과 제도의 힘에 주목한다. 예술가 개인의 재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선택과 망각의 메커니즘을 친절한 언어와 폭넓은 시선으로 따라가며, 궁극적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예술 세계에 ‘미완의 이야기’들이 존재함을 말한다. “왜 그런 이야기들이 생겨났고 지금까지 이어져왔는지 차분히 살펴보고, 우리가 왜 특정 이야기를 더 진실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지 그 바탕에 놓인 문화적 욕망과 기억의 힘도 함께 탐구하고자 했다. 결국 이 책은 미술사 자체를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바라보려는 작은 시도이기도 하다.” _프롤로그 중에서
9791160409680

문학이 필요한 시간(큰글자책)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 한겨레
39,000원  | 20230502  | 9791160409680
“모든 것이 끝난 듯 보이는 순간 오히려 환하게 떠오르는 생의 진실이 있다” 우리에게 빛이 되어준 세상 모든 이야기의 힘 인생 탐독가 정여울의 신작 산문 문학으로 회복하는 마음에 대하여 문학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늘 반복됨에도 우리는 왜 문학을 계속 찾는 걸까. 문학의 죽음까지 거론되는 이 시대, 문학을 통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글을 수집하고 탐독하며 ‘마음 들여다보기’로 세계를 읽어온 작가 정여울은 자신 있게 말한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절망의 시간에 문학은 더욱 의미가 있다”고. 그러므로 문학을 통해 축적해온 생의 모든 온기를 끌어모아 “깊은 슬픔의 늪에서 홀로 흐느끼는 당신의 어깨를 꼭 보듬어주고 싶다”고. 작가는 사회적 가면에 지친 나를 위로하는 일에서부터 내 안의 잃어버린 가능성을 만나는 일까지, 슬픔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나를 지켜주는 힘은 문학이었다고 고백한다. 정여울의 신작 산문 《문학이 필요한 시간》은 문학으로 치유받은 작가의 값진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내미는 다정한 손길이다. 작가는 《오디세이아》 《마담 보바리》 《바리데기》 《행복한 왕자》 등과 같은 동서양 고전부터 권여선, 윤이형, 이언 매큐언, 니콜 크라우스 등의 현대 문학, 영화와 음악 같은 대중문화까지도 종횡무진 넘나들며 문학이 말을 걸어오는 시간 속으로 독자를 친절히 안내한다. 작가는 문학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끊임없이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 마담 보바리에게선 누구에게도 제대로 이해받지 못했으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소중한 단독자인 나 자신을, 오이디푸스에게선 운명의 저주에도 불구하고 끝내 인간의 존엄함을 지켜낸 자의 용기를 읽는다. 바리데기에게서는 이름조차 없이 추방당하고 사랑받지 못했음에도 아무런 대가 없이 세상을 구원하는 더 큰 사랑의 힘을 읽는다. 《문학이 필요한 시간》에서 우리는 인문, 심리, 철학, 여행, 평론 등 장르의 구분 없이 세계를 탐독해온 작가 정여울이 포착한 다정하고 용감한 문학의 세계를 마주하고, 그 속에서 우리를 구원해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갈 결심’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9791172133153

더 컬트

전건우  | 한겨레출판사
15,120원  | 20250905  | 9791172133153
한국의 스티븐 킹 전건우 작가가 그려내는 압도적 긴장감의 K 오컬트소설 “내가 곧 너이니 이 세상에 지옥을 만들라” 삶과 죽음, 천국과 지옥의 정의를 뒤엎는 광신도들의 대도시 사이비 오컬트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듯 세세하고도 박진감 넘치는 묘사로 《뒤틀린 땅》 《살롱 드 홈즈》 등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한국의 스티븐 킹, 소설가 전건우가 대도시 서울의 변두리 동네에 자리 잡은 의문의 사이비 집단을 다룬 《더 컬트》를 선보인다. 《입속 지느러미》 《식물, 상점》 《낭만 사랑니》 《플라스틱 세대》 《열세 번째 계절의 소녀들》 등 장르소설 독자에게 사랑받아온 턴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이기도 한 이 소설은 앞선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속도감 있는 전개와 사이비 종교의 기이하면서도 폭력적인 이면을 현실감 있게 다룬 개연성을 강점으로 K 오컬트소설의 가능성을 다시금 증명한다. 여섯 개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촘촘하게 묶인 소설은 사이비 집단 '에덴선교회'가 가상의 동네 나안동에 터를 잡기 시작하면서 발생하는 실종과 살인, 저주와 광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숨에 빠져들게 만든다. 늘어지는 부분 없이 잘 만든 영화 한 편을 읽은 느낌”(sge***), “사이비 종교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날카로운 반전이 돋보인다”(jjh***), “더 거대해진 사이비 종교가 되어 2탄도 나올까요?”(gar***) 등 리디 선공개 당시 쏟아진 격찬의 말은 《더 컬트》의 가장 큰 매력인 신속한 사건 진행이라는 장점을 정확히 짚는다. 돌진하고 규명하고 무찌르는 데 주저함이 없는 전건우의 인물들은 난관 앞에서 고민하고 좌절하는 대신 일단 행동함으로써 이야기를 밀고 나간다. 동네의 방범대장을 자처하는 전직 깡패, 무당의 피를 물려받아 귀신을 보는 여성, 살인 사건 현장에 투입된 신출내기 순경 등 각 인물에게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에덴선교회의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얄팍한 사기꾼이라고 생각했던 교주 류백주와 그 주변의 인물들이 실제로 알 수 없는 영능을 행사하면서 주인공이 혼란에 빠져드는 과정은 독자를 진짜와 가짜, 믿음과 기만의 아이러니로 몰아넣으며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사이비는 사람을 어떻게 홀리는가? 무엇을 무기로 사람들을 모으는가? 어떤 철학을 내세워 사람들을 조종하는가? 사람들은 거기에 왜 이끌릴 수밖에 없는가? 다양한 질문에 소설적 상상력으로 답하는 《더 컬트》는 사이비의 폭력성, 종교의 배타성은 물론 믿음이라는 행위의 맹목성, 그 말을 무기로 이익을 꾀하는 이들의 위선을 낱낱이 폭로한다. 루시퍼를 받드는 교주가 뭐라도 믿고 싶어 하는 인간의 연약한 마음을 해치고 지옥을 욕망의 분출을 돕는 진정한 천국으로 묘사할 때 독자는 그 말에 동조, 혹은 반대하며 이야기에 속절없이 빨려 들어간다. 축축하면서도 음습한 나안동 현장을 세밀화 그리듯 묘사하는 전건우의 문장 역시 피비린내 나는 제사가 열리는 낡은 건물의 지하를, 초현실적 소문이 나도는 한밤의 골목을 눈앞에 현현히 펼쳐놓는다.
9791160405750

단 한 사람 (최진영 장편소설)

최진영  | 한겨레출판사
10,800원  | 20230930  | 9791160405750
“영원한 건 오늘뿐이야. 세상은 언제나 지금으로 가득해.” 수천 년 무성한 나무의 수명 가운데 이파리 한 장만큼을 빌려 죽을 위기에 처한 단 한 명만을 구해야 한다 삶과 죽음, 신과 인간의 틈에서 피어나는 최진영식 사랑의 세계 2023년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는 최진영이었다. 2006년 〈실천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2010년 첫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린 지 10여 년. 지독한 비관의 세계에서 시작한 그는 “등단 이후 10여 년간 한결같은 걸음걸이로 걸어온 작가의 작품 세계가 마침내 새로운 경지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눈이 부시다”(소설가 윤대녕)라는 평을 받기에 이른다. 불멸하는 사랑의 가치를 탁월하게 담아낸 《구의 증명》, 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덮은 혼란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아포칼립스 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내밀한 의식과 현실을 정면으로 주파한 《이제야 언니에게》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거침없는 서사와 긴 여운을 남기는 서정으로 그만의 세계를 공고히 했다. 상실을 경험한 여성, 학대 가정에서 자라난 소녀, 비정규직 청년 등 폭력과 고통의 어두운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따스한 진심을 담으려 한 그의 이야기는 내내 주목받고 신뢰받았다. 그럼에도 어떠한 동요 없이 어떠한 소비 없이 묵묵히 쓰기를 계속해온 작가. “쓰다 보면 견딜 수 있다”라는 그의 말은 “최진영은 끝까지 우리 삶의 전부를 써낼 것이다”(소설가 황현진)라는 말로 통한다. 이런 그가 2년여 만에 발표하는 신작 장편소설 《단 한 사람》으로 한발 더 나아갔다. 지구에서 가장 키가 크고 오래 사는 생물, 수천 년 무성한 나무의 생 가운데 이파리 한 장만큼을 빌려 죽을 위기에 처한 단 한 명만 살릴 수 있는, 나무와 인간 사이 ‘수명 중개인’의 이야기다. 열여섯 살 목화는 꿈을 빌려서 그러나 현실처럼 생생한 순간들을 목격한다. 투신과 살해, 사고사와 자연사 등 무작위한 죽음의 장면. 동시에 한 목소리가 들린다. 네가 구하면 살아. 나무의 알 수 없는 소환은 이어지고 일상은 흔들린다. 수많은 죽음 가운데 오직 한 사람만을 살려야 한다는 것, 그런데 이 일은 대를 이어온 과업. 할머니인 임천자는 이를 기적이라 했고, 엄마인 장미수는 악마라고 했다. 이제 목화는 선택해야 한다. 삶과 죽음은 무엇인가? 신에게는 뜻이 있는가? 사람은 서로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신념과 사랑 없이 인간은 살 수 있을까?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묵직한 주제와 더불어 문명과 세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돋보임은 물론, ‘수명 중개’라는 판타지적 요소까지 더해 읽는 재미가 배가된다. 최진영 소설 세계의 전환점이 될 《단 한 사람》은 작가가 3년 전 착안해 지난 1년간의 집필 끝에 출간하는 전작 소설이자 여덟 번째 장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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