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고령화 시대의 조세구조에 대한 연구 (연구보고서 2024-07)
김학수 | 한국개발연구원
5,400원 | 20241231 | 9791159329562
제1장 서 론
초저출생 및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국가적 난제 중 하나는 향후 재정여력 훼손을 완화하고 국가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누가, 언제부터, 얼마나 더 부담해야 하나”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재정수입 측면에서 급변하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증가하는 재정수요에 원활히 대응하기 위해서 견지해야 할 세입 확대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다시 말해서, 본 연구의 목적은 인구고령화 시기에 안정적으로 재정을 조달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조세구조의 기본방향과 함께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필요한 정책적 노력을 살펴보는 데 있다.
먼저 제2장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인구고령화를 경험했던 주요 선진국들은 인구고령화 과정에서 재원조달을 어떻게 해왔는지를 살펴본다. 제3장에서는 조세수입을 확대할 때 고려해야 할 세수의 안정성, 경제성장 및 형평성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어 주요 세목을 실증적으로 평가하고, 향후 우리나라의 세입 확대에 필요한 정책 방향의 시사점을 살펴본다. 제4장에서는 주요 선진국들이 어떠한 목적으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강화했는지 유형화해서 살펴보고, 소득세나 부가가치세와 같이 세입 기반이 넓은 기간 세목의 증세가 필연적으로 큰 조세저항을 초래했는지 다른 나라의 역사를 살펴보고 시사점을 제시한다. 끝으로 제5장에서는 증세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도출하는 데 요구되는 선결 요건과 정책적 노력에 대해 검토하며 본 보고서를 마친다.
제2장 인구고령화 시기의 재원조달 방식 국제비교
인구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증가하는 재정지출을 어떻게 조달했는지를 비교해 보기 위해서 국민부담률(일반정부 총수입의 GDP 대비 비율), 조세부담률(일반정부 조세수입의 GDP 대비 비율), 사회보장기여율(사회보장기여금의 GDP 대비 비율), 정부규모(일반정부 총지출의 GDP 대비 비율)과 같은 재정총량의 연도별 추이와 노년부양비의 국가별 추이를 살펴본다. 노년부양비 구간별 추이에서는 연도별 추이에서 볼 수 있는 주요 선진국 평균 재정총량과의 격차 축소는 대체로 관찰되지 않고 오히려 노년부양비가 증가하고 인구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재정수입 관련 총량지표들은 주요 선진국이 같은 수준의 노년부양비를 보였던 시기의 평균 수준과의 격차가 더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나 재정수입 확대를 위한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요약 그림 1 참조).
국민부담률의 연도별 추이 비교의 경우 1972년 주요 선진국 평균 대비 15.8%p 낮은 수준에서 2022년에는 4.4%p 낮은 수준으로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노년부양비 10~15% 구간에서 OECD 평균과의 차이가 3.6%p로 가장 작았고 이후 노년부양비 15~20% 구간에서 6.3%p, 20~25% 구간에서 5.8%p로 확대된 채 큰 변화가 없었다.
일반정부 총지출의 GDP 대비 비율로 살펴본 정부규모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던 시기에는 주요 국가 평균과의 격차가 확대됐으나 이후 재정지출 확대로 격차가 축소되는 모습이 연도별 및 노년부양비 구간별 비교에서 나타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1995년 이후 2008년과 2020년의 경제?사회 위기 시기에 확대되는 양상이지만 이후 위기 극복 국면에서 지출을 통제하는 모습이 관찰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위기 대응과정에서 확대된 재정지출이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통제되기보다는 소폭 축소된 이후 다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
재정수지와 일반정부 부채비율의 연도별 및 노년부양비의 구간별 추이를 살펴보면, 재정수지나 부채비율의 연도별 추이는 여타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해 보인다(요약 그림 2 참조). 이러한 연도별 추이의 양상은 노년부양비 20% 미만의 구간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후 노년부양비 구간에서 적자로 전환되며 해당 노년부양비 구간에 속했던 주요 선진국 평균 재정적자 비율을 보이며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년부양비 20~25% 구간에서 주요 선진국 평균 부채비율을 소폭 상회하며, 노년부양비 증가에 따라 과거 주요 선진국의 부채비율의 경로보다 양호하다고 볼 수 없다. 특히 노년부양비 20~25% 구간에서 주요 국가의 일반정부 부채비율 평균을 상회하고 있는 점은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일반정부 부채비율이 확대되며 재정여력이 상당히 훼손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나라 재정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재정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위에서 살펴본 국민부담률 수준의 주요 선진국 평균과의 차이는 조세부담률의 추이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바, 주요 선진국 평균과의 격차는 대부분 조세부담률의 차이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요약 그림 3 참조). 연도별 추이 비교에서 2022년에 주요 선진국 평균 대비 3%p 정도 낮은 수준으로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지만, 노년부양비 10~25%의 모든 구간에서 주요 선진국 평균 대비 5%p 내외의 낮은 조세부담률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사회보장기여율의 경우 연도별 추이 비교에서 주요 선진국 평균과의 차이가 2022년에 1.8%p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노년부양비 10~15% 구간에서는 해당 구간에 속하는 주요 선진국의 평균을 소폭 상회했으나 이후 사회보험료 인상 지연으로 주요국 평균보다 낮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노년부양비 20~25% 구간에서는 1.3%p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세목의 부담 수준(GDP 대비 세목별 세수 비중)의 연도별 및 노년부양비 구간별 추이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소득세와 소비세 부담 수준이 모두 주요 국가들보다 상당히 낮지만, 법인세와 상속증여세의 경우 더 높고 차이가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세의 경우에는 연도별 및 노년부양비 구간별 비교에서 주요 선진국 평균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요약 그림 4 참조).
소득세의 경우 소득세 세수의 GDP 대비 비중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며 주요 선진국 평균과의 차이가 2010년 이후 빠르게 축소된 것처럼 보이지만 노년부양비 구간별 차이는 여전히 4%p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편, 법인세의 경우 연도별 및 노년부양비 구간별 법인세수의 GDP 대비 비중이 추세적으로 확대되며 2000년대 중반과 노년부양비 15% 이상의 구간에서 더욱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
부가가치세 등 일반소비세의 경우 1980년대 초반에 주요 선진국 평균과 유사한 수준을 보이던 일반소비세 세수의 GDP 대비 비중은 주요 선진국 평균과의 격차가 확대되다가 최근 격차가 소폭 축소되는 모습을 보인다. 한편, 노년부양비 20~25% 구간에서 주요 선진국 평균과의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 재산세 세수의 GDP 대비 비중은 연도별 비교와 노년부양비 구간별 비교에서 모두 주요 국가의 평균에 근접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상속증여세 세수의 GDP 대비 비중은 연도별 및 노년부양비 구간별 비교에서 모두 주요 국가의 평균을 3~4배 정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3장 인구고령화를 고려한 조세구조 실증분석
국가의 재정을 어떻게 조달하는지를 보여주는 조세구조는 크게 세목별 세수 비중과 부담 수준으로 요약될 수 있다. 세목별 세수 비중은 조세수입 대비 세목별 세수의 비율로 나타내고 세목별 부담 수준은 GDP 대비 세목별 세수의 비율로 나타낸다. 인구고령화 심화 과정에서 조세구조의 변화를 통해 세수를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세수입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경제성장과 형평성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가급적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조세왜곡을 조금이라도 축소하고 세후 소득의 형평성 제고에 긍정적이면서 안정적으로 조세수입을 확대할 수 있는 조세구조를 갖추는 것이 인구고령화 심화과정에서도 바람직하다.
OECD 회원국이면서 IMF 선진경제인 31개 국가의 가용한 자료를 이용하여 실증분석을 통해 조세구조의 변화가 조세수입 변동성, 경제성장, 형평성에 미치는 영향을 인구고령화 정도를 반영하여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세구조의 변화를 통해 변동성을 축소하고 경제성장을 덜 위축시키고 형평성 개선에 긍정적인 정책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인구고령화 수준을 고려한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되며, 개인소득세와 부가가치세의 세수확보 기능을 확대할 필요가 있음을 잠정적으로 시사한다(요약 표 1 참조).
노년부양비가 25% 이상인 경우 조세구조의 변화를 통해 세수변동성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확대하지 않거나 축소하여 안정적 재원조달에 기여할 수 있는 세목은 재산세와 상속증여세로 평가된다. 한편, 개인소득세와 일반소비세는 부담 수준 변수를 이용하여 분석한 경우에 세수변동성을 확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법인세 세수 비중이나 부담 수준의 확대는 전체 세수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고 이러한 가능성은 모든 노년부양비 구간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갖는 것으로 분석됐다. 2025년부터 우리나라는 노년부양비 25% 구간에 속하고 재산세와 상속증여세의 강화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통해 세입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세수변동성 완화 측면에서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세목은 법인세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의 부담 수준이 확대될수록 경제성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노년부양비 25% 구간에서 더욱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2025년부터 우리나라의 노년부양비가 25% 이상 구간에 속하며 법인세 부담 수준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부담이 되는 법인세 부담 수준의 확대는 지양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세후 소득의 형평성 개선에 긍정적인 세목은 개인소득세뿐으로 평가되고 있다. 본 연구의 실증분석에서 부가가치세 등 일반소비세의 형평성 악화 효과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기존 연구에서 우려하는 소비세의 형평성 악화 가능성은 개인소득세 강화와 함께 취약계층에 대한 재정지출로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제4장 3대 기간 세목의 유형별 강화 사례
1979년 영국의 부가가치세 도입 시점부터 현재까지 조사 가능한 참고문헌이 존재하는 515건의 3대 기간 세목-소득세, 일반소비세, 법인세-의 세율 개편 사례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분석했다. 첫 번째 유형은 재정여력 회복을 위한 소비세와 소득세 강화 사례이고, 두 번째 유형은 특정 사업 및 정부 정책 기조 구현을 위한 3대 기간 세목의 세율 개편 사례이고, 세 번째 유형은 부가가치세 도입을 위해 기존 세목의 세율을 인하한 사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가가치세나 개인소득세와 같이 납세자의 범위가 넓은 세목의 세수확보 기능을 강화하는 데 매우 소극적인데, 그 이유는 국민적 조세저항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가 실증적으로 타당한지를 살펴보기 위해서 다른 나라의 3대 세목의 세율 개편이 정권 변화 등 정치적 입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했다.
유형 1의 경우 재정위기 등 심각하게 훼손된 재정여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자국의 결정 또는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국제기구의 조건에 의해 부가가치세나 소득세의 세율을 인상한 사례는 총 116건으로 집계되고 이중에서 직간접적으로 정권 변화에 영향을 준 경우는 21.6% 수준으로 파악된다. 또한 특정한 사업의 재원을 마련하거나 정부의 정책 기조 구현을 위해서 세율을 개편한 사례 중에서 부가가치세 또는 소득세 세율을 인상한 사례는 총 29건이고 정권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경우는 13.8%인 4건에 불과했다. 사례 수가 가장 적은 유형인 부가가치세 도입을 위해 기존 세목의 세율을 인하한 유형 3의 경우 정권 변화를 가져온 경우는 20%로 파악된다.
이러한 해외 사례 검토 결과는 우리나라의 우려와 다소 상반된다. 우리나라는 부가가치세 세율 10%를 도입한 이후 50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 안정적 세입 확충을 위해서 부가가치세 세율 인상이 대안으로 논의되지 못하는 것은 세율 인상으로 인해 정권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트라우마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독일의 2007년 부가가치세 세율 인상 계획은 2005년까지 집권했던 진보성향의 사회민주당에서 이루어졌으나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보수성향의 기독교민주연합 메르켈 총리 시기에 실시됐다. 정당의 성향과 이념이 다르더라도 국가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성향이 다른 이전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여 실시하는 사례는 우리나라의 정치과정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제5장 향후 조세정책 방향
향후 조세부담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와 개인소득세의 세수확보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 세수변동성을 확대하지 않고 경제성장에 덜 부정적이며 형평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주요 세목은 부가가치세와 개인소득세로 판단된다. 부가가치세의 경우 형평성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있을 수 있지만 경제성장을 덜 저해하며, 마련된 재원을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재정지출로 보완하면 형평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축소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부가가치세와 개인소득세의 세수확보 기능이 주요 선진국에 비하여 낮은 경우에는 두 가지의 세금을 함께 조금씩 인상하면서 소비세 인상으로 유발될 수 있는 형평성 저하를 개인소득세 강화로 보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납세자의 규모가 큰 두 가지의 세금을 동시에 인상할 경우 예상 밖의 조세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선결되어야 할 요건들이 있다. 첫 번째는 재정의 효율성과 효과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이다. 다시 말해, 현재 징수되고 있는 세금이 12대 지출 분야에 시대적 우선순위에 따라 합리적으로 배분되고 있으며 효율적이며 효과적으로 집행되고 있다는 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있어야 한다. 현재의 재정지출에 대한 국민적 동의와 신뢰가 없다면, 세입 확대를 위한 증세 기조는 결코 성공적으로 시행되기 어려울 것이다. 지출구조 조정을 통해 재량지출의 효율화를 상시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비합리적으로 과다하게 산정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같은 의무지출의 합리화도 선행되어야 한다.
두 번째 선결요건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장기재정전망 결과를 산출하여 투명하게 공개하고 일반대중의 재정 문해력(fiscal literacy)을 제고하는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재정위험을 평가하고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일반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함으로써 증세가 향후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여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현재의 재정제도하에서는 아무리 지출효율화를 하더라도 재정수입이 부족하여 현재 향유하고 있는 공공서비스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정기적이고 반복적으로 일반대중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는, 재정 문해력 제고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