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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으)로 20,869개의 도서가 검색 되었습니다.
9791192986517

역사 속의 이성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 b
19,410원  | 20251205  | 9791192986517
도서출판 b에서 야심차게 펴내고 있는 동서양 고전의 산실, ‘b판고전’ 시리즈의 30권째 책은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의 〈역사 속의 이성〉이다. 이 책은 역시 도서출판 b의 헤겔 연구 시리즈인 ‘헤겔 총서’ 11권과 헤겔의 저서인 〈엔치클로페디: 1권 논리의 학〉에 이어 나온 또 한 권의 헤겔 저서다. 도서출판 b가 국내의 헤겔 연구에 있어 권위 있는 번역자인 이신철 선생과 함께 내고 있는 헤겔의 저서 및 연구서가 벌써 13권째에 이른다는 점은 철학 등 정통 인문학 출판의 하향세 속에서 빛나는 성취라 할 만하다. 헤겔은 〈피히테와 셸링 철학 체계의 차이〉, 〈정신현상학〉, 〈논리의 학〉, 〈엔치클로페디〉, 〈법철학 요강〉 등 오직 5권의 책만을 생전에 출간하였다. 그래서 헤겔 전집을 구성하는 다른 책들은 대부분 헤겔의 강의 원고나 학생들의 필기 노트에 기초하여 사후에 편집된 강의록들이다. 헤겔의 강의는 논리학, 형이상학, 자연 철학, 정신 철학, 법철학, 국가학, 역사 철학, 미학, 예술 철학, 종교 철학, 신학, 철학사 등 광범위하다. 그중 역사 철학과 관련해서 헤겔은 베를린 대학에서 1822/23년 겨울 학기에 처음으로 ‘세계사의 철학’을 강의했고, 이후 2년마다 네 차례씩 이어졌다. 역사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헤겔이 꾸준히 다루고 있으나, ‘세계사의 철학’ 강의와 더불어서야 비로소 역사는 헤겔 철학의 체계 속에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헤겔이 논의하는 ‘역사 철학’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헤겔이 쓴 강의 원고와 청강자들에 의한 필기록 그리고 그것들을 편집한 책들을 읽어야만 한다. 헤겔 사후에 ‘세계사의 철학’의 전체 면모를 제시하기 위해 헤겔의 강의 초고와 강의록들을 토대로 하여 기획된 〈역사 철학 강의〉는 지금까지 네 종류가 편집되었다. 편집자의 이름에 따라 붙여진 이 〈강의〉는 간스 판, 칼 헤겔 판, 라손 판, 그리고 호프마이스터 판이다. 각각의 판은 나름의 장단점을 가진다. 이중 호프마이스터는 지금까지 편집되어온 판의 ‘서론’이 1822년 강의를 위한 원고와 1830년의 강의를 위한 원고라는 전적으로 다른 두 원고에 기초하여 편집되어 있음을 지적하면서 두 원고를 구별하여 제시했고, 헤겔 자신이 쓴 원고와 필기록에 토대한 것을 서로 다른 글자체로 구별하고 있다. 다양한 자료들로부터 헤겔 ‘세계사의 철학’의 통일적인 형태를 복원하여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니는 〈역사 철학 강의〉들은 그것들이 지니는 그 모든 약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미가 있으며, 호프마이스터 판을 옮긴 이 〈역사 속의 이성〉 역시 여전히 헤겔 ‘역사 철학’의 텍스트를 공부하고 이를 제대로 탐구할 연구자들과 학생들에게 소중한 자료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전문적 연구 성과이자 정교한 독일 서지학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헤겔을 알고 싶어하는 일반 독자들의 ‘교양’을 위해서도 추천할 만하다. 헤겔의 저서를 바로 읽으며 이해하고 교양을 쌓기에 헤겔은, 익히 알려졌다시피, 너무나 난해하다. 특히 헤겔 자신이 출판을 염두에 두고 철학의 체계를 잡기 위해 집필한 책들은 구조에서부터 단어에 이르기까지 정교한 계획과 구상에 의해 구상되고 선택되었기에 그렇다. 이에 비하면 학생들에게 ‘역사 철학’을 강의하기 위해 작성한 강의록과 이를 받아 정리한 학생들의 필기록은 그 악명 높은 난해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이해가 용이하다. 이런 의미에서 헤겔 철학, 그중에서도 그 백미인 헤겔의 역사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일반 독자라면 먼저 〈역사 속의 이성〉을 읽은 후 〈정신현상학〉으로 넘어가는 게 이해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헤겔은 세계사란 역사 속에서 ‘인간적 자유의 이념’이 실현되는 과정이라고 논의하고, 이러한 과정으로서의 세계사의 궁극 목적을 ‘역사 속의 이성’이라고 명명한다. 현실 역사를 세계 정신이 구체화되어 나타난 것으로 파악하는 헤겔의 독창적인 역사론은 헤겔 철학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은 〈역사 속의 이성〉이라는 그의 ‘세계사’ 강의를 읽으면서 19세기 초 베를린 대학에서 헤겔 강의를 듣는 학생이 되어, 세계사를 자신의 철학으로 체계화하려 했던 놀라운 철학자의 육성을 경험할 수 있다. 이를 경험하는 것과 경험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9791164713080

양자컴퓨터 시대의 양자 교양 (문과생도 이해하는 가장 다정한 양자 안내서)

이동우  | 행성B
19,410원  | 20251210  | 9791164713080
양자역학을 모르면 다가올 10년을 대비할 수 없다! 수식 없이, 비유 없이 알아보는 AI 시대의 핵심 교양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에서 신사업을 담당하는 저자가, 문과생의 시선으로 풀어낸 다정한 양자 안내서다. 양자역학은 어렵게 느껴지지만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부터 MRI 등의 의료기까지 양자 과학이 촘촘히 박혀 있다. 그리고 이제 국제 패권의 판도를 바꿀 양자컴퓨터의 시대가 온다. 지금 컴퓨터로는 몇백 년이 걸릴 연산을 몇 초에 해결한다는 양자컴퓨터는 세계 암호화 체계를 송두리째 흔들 것이다. 『양자컴퓨터 시대의 양자 교양』은 낯선 수식과 애매한 비유 없이 직관적으로 양자의 세계를 안내한다. 독자가 어려워하는 지점을 똑같이 경험했던 저자가 섬세하게 양자역학과 양자컴퓨터의 개념을 탐구하고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하는지 짚어낸다. 이 책은 세 가지 핵심을 담고 있다. 첫째, 양자역학과 양자컴퓨터의 기초 개념을 탐구한다. 둘째, 양자 기술이 어떻게 국제 사회의 패권과 산업 흐름을 바꿀 수 있는지 조망한다. 셋째, 인간의 사고방식에 양자역학이 어떤 전환을 일으켰는지를 안내한다. 맥락과 이해로 다정하게 양자 세계를 안내하는 이 책은 좀처럼 친해지지 않았던 양자 과학을 AI 시대의 교양으로 익히게 해줄 것이다.
9791129715487

한 번쯤은, 서양미술사 (다빈치부터 파카소까지 시대별 대표 명화로 한눈에 보는 미술의 역사)

김찬용  | 땡스B
18,900원  | 20250812  | 9791129715487
인생에 한 번쯤은 꼭 배우고 싶은 지식, 지적인 어른을 위한 특별한 서양미술사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500년 서양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대한민국 대표 도슨트 김찬용의 쉽고 탁월한 해설로 보는 17개 사조, 50개 대표 명화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영감의 순간들 르네상스 화가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부터 입체주의 화가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까지, 이름은 익숙하지만 내용은 아리송했던 서양미술사. 학교에서 어렴풋이 들었던 지식만으로는 이 그림이 왜 걸작인지, 그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명확하게 알기 어려웠던 당신을 위한 책 《한 번쯤은, 서양미술사》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서양미술 500여 년의 흐름을 대표 작품과 함께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국내외 수많은 미술 전시 현장에서 대중을 미술 감상의 세계로 이끌어온 대한민국 대표 도슨트 김찬용의 쉽고 탁월한 해설은, 이 책에 담긴 50개 명화 하나하나를 깊이 있게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을 통해 르네상스, 매너리즘, 바로크, 로코코를 거쳐 인상주의, 신인상주의, 그리고 입체주의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명화들이 왜 오늘날까지 사랑받는지 그 깊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기존의 서양미술사 책들이 고대 동굴벽화부터 시작하며 미술사 용어의 나열로 지루함을 안겨주었다면, 《한 번쯤은, 서양미술사》는 독자들이 진정으로 알고 싶어 하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다루어 곧바로 아름다운 예술의 세계로 안내한다. 미술사의 방대한 지식을 담으려 하기보다 각 시기에 주목받았던 작품과 작가, 그리고 그들의 생애 중 흥미로운 부분에 집중하여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그동안 스쳤던 수많은 명작들이 어떤 배경에서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고,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 전체적인 맥락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9791192986500

너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기

리사 전샤인  | b
21,600원  | 20251118  | 9791192986500
서사와 스토리텔링을 위한 우리 시대 첨단 문화 이론, 타자의 ‘마음 읽기’ 도서출판 b에서 리사 전샤인의 〈너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기〉를 ‘가디내러티브총서’ 1권으로 발간하였다. 원서가 존스홉킨스대학 출판부에서 2012년에 발간되었고, 인지 심리학과 인지 서사학 연구의 성장이 이미 도드라졌음에도 그 경향의 중요한 이론가인 전샤인의 책은 한국에 뒤늦게 소개된 감이 있다. 실제로 앵거스 플레처의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의 발간(2021)을 제외하면 한국에는 인지 서사학 연구가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다. 전샤인의 이 책을 필두로 도서출판 b의 ‘가디내러티브총서’에서 이 분야의 저서들이 하나씩 소개될 예정이니, 이제야 한국의 독자들은 인지 심리학 기반의 인지 서사학 연구들의 밑그림을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전샤인의 〈너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기〉를 비롯한 인지 서사학 연구서들은 1960~70년대에 꽃피웠던 소위 ‘전통적’인 서사학, 즉 구조주의 언어학 이론에 바탕을 둔 롤랑 바르트나 제라르 주네트의 서사 연구와는 확연히 다르다. 인지 서사학 연구는 인지 과학과 인지 심리학의 최신 연구들을 토대로 삼아 문학을 비롯한 서사들과 인지 작용과의 연관성을 세밀히 파고든다. 따라서 이 책에도 역시 전통적 서사학의 용어들은 “믿을 수 없는 서술자” 등을 제외하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이 책에는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이라는 인지 심리학 용어가 등장한다. 마음 이론이란 “행동을 밑에 깔린 마음 상태에 의해 야기된 것으로 보게 만드는 진화된 인지적 적응”(20쪽)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인지적 적응 내지는 능력 덕분에 우리들, 호모 사피엔스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몸짓을 보면서 그들의 마음 상태를 추측한다. 실생활에서 언제나 중요한 이 마음 이론이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도 활발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이제 여기서 전샤인은 알아본다. “마음 이론은 실생활 사회적 상호작용들에 수반된 마음 상태들을 추적하기 위해 진화했다. 하지만 어떤 수준에서는 우리의 마음 이론 적응들은 실제 사람들의 마음 상태와 허구 캐릭터들의 마음 상태를 안 구별한다.” 마음 이론의 이런 특이한 성질 때문에 우리는 실생활에서 허구로 쉽게 넘어올 수 있다. 실제 사람들의 마음 상태와 허구 캐릭터들의 마음 상태를 구별하지 않는 그것의 성질, 또는 어디서든 마음 읽기를 하려는 그것의 욕심. “우리의 마음 읽기 인지 적응들은 난잡하고 게걸스럽고 선제적이다.”(30쪽) 이런 마음 이론을 진화를 통해 장착한 우리를 전샤인은 “욕심 많은 마음 읽는 이들”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아는 바로서의 우리의 그 문화를 “욕심 많은 마음 읽는 이들의 문화”라고 부른다. 이 책에서 전샤인은 소설을 비롯해 영화, 경마장, 모큐멘터리, 리얼리티 TV, 스탠드업 코미디, 사진, 뮤지컬, 회화 등 주요 서사 장르들을 경유하면서 ‘마음 이론’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 과정에서 특화된 이 ‘마음 읽기’의 능력이 서사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는 점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서사와 인간, 혹은 서사학과 인문학의 경계라는 것이 이미 허물어졌음을 깨닫게 된다. 아직까지 서사학을 하나의 ‘학문’으로만 어렵게 생각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서사(학)이 다른 게 아닌, 우리 인간의 가장 핵심적인 능력임을 알게 될 것이고, 서사와 삶의 경계를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시작으로 하여 도서출판 b에서는 ‘가디내러티브총서’ 시리즈를 시작한다. 이 총서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문학에서 정치까지, 유튜브에서 AI까지 모든 곳에서 ‘서사’라는 개념이 쓰이고 있는 시대면서도, 서사의 유행과는 달리 서사 자체에 대한 진지한 질문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가디내러티브총서’는 서사의 이론, 활용, 가능성 등 서사와 관련한 모든 영역을 망라하여, 그 질문을 수행하려는 시도다. 좁게는 고전과 현대의 서사 이론서 등을 소개하고, 넓게는 서사와 관련한 비평과 창작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은 넓고 유연하다. ‘가디’는 가산디지털단지의 준말로 ‘내러티브 총서’를 기획하고 격주간으로 ‘서사학 세미나’가 이루어지는 공간 좌표를 가리킨다. 이 총서가 서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께 등대의 역할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9791192986425

실재론 되찾기

휴버트 드레이퍼스, 찰스 테일러  | b
18,000원  | 20250722  | 9791192986425
현대 철학의 두 거장이 만나 데카르트적 인식론의 대전환을 시도한다! “이 책은 철학이 최고의 경지에 도달할 때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현대 철학의 쟁점에 진지하게 천착하는 모든 이들의 필독서 목록에 오를 것이다.” -뱅상 데콩브(파리 고등사회과학연구원)
9791192986364

셰익스피어 4대 비극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 b
39,600원  | 20250415  | 9791192986364
257개의 역주, 원고지 420매 분량의 해설, 각 막의 줄거리. 모든 형식을 지키되 모두가 읽기 쉽게 번역한, 셰익스피어 학자 진영종 교수의 ‘대중을 위한 셰익스피어’! “400년이 넘는 역사를 거쳐 온 ‘셰익스피어’라는 거대한 문화적 실체는 사실 매회의 공연, 매번의 독서를 통해서 언제나 새롭게 해석된 것일 수 있다. 이는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또 되어야만 한다. 자유로운 마음, 그것은 셰익스피어를 읽기 위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9791190920599

수퍼판 우정욱 레시피

우정욱  | b.read(브레드)
22,500원  | 20251223  | 9791190920599
흑백요리사 시즌 2, ‘서울 엄마” 우정욱 셰프의 인생 레시피 “요리 수업을 하며 알려준 비법은 엄마에게 배운 것들이에요. 진미채를 쪄서 부들부들하게 무치는 법, 꽈리고추 새파랗게 볶는 법, 어묵조림 부드럽게 하는 법…. 셀 수 없이 많지요. (중략) 마요네즈는 오뚜기가 진하고, 케첩은 하인즈가 새콤하고, 간장은 샘표, 조청은 한살림이 맛있어요.” 우정욱 스타일로 풀어낸 한식은 재료와 간의 밸런스가 탁월하다. 외할머니의 찬합에 담겨 있던 궁중요리와 어머니의 서울 음식을 먹고 자란 그는 새댁 시절 이북 요리를 만들고, 요리 수업과 수퍼판을 운영하며 35년간 음식 내공을 쌓았다. 이번 책에 ‘서울 엄마’의 단아한 집밥 메뉴와 함께 수퍼판 오픈 10주년을 기념해 최초로 히트 레시피를 공개한다.
9791192986470

파리 코뮌 (한 보수주의자의 기록)

샤를 베르즈랑  | b
14,400원  | 20250924  | 9791192986470
한 보수 언론인에 의한 파리 코뮌의 생생한 증언과 기록 “절대적인 권력을 두 달간 행사한 후, 이제 코뮌은 모든 계층에서 선량한 사람들만큼 많은 적을 가지고 있다. 선량한 사람 중 다수는 코뮌의 시도에 기대하려 했고, 그렇게 해보았지만, 그 결과를 목격했다.” 샤를 베르즈랑의 〈파리 코뮌: 한 보수주의자의 기록〉이 ‘b판고전’ 29번으로 도서출판 b에서 발간되었다. 저자 베르즈랑은 1871년 당시 한 지방지의 편집장이자 파리 특파원으로 파리에 주재하던 중 파리 코뮌이라는 대사건을 맞이하게 되었고, 기자 정신을 발휘해 매일 일지를 적어 자신이 목격한 일들을 기록했다. 지금껏 한국에서 발간되었던 파리 코뮌 관련 도서 중 어디에서도 파리 코뮌의 복판에서 매일의 사건들을 기록하고 거기에 코멘트를 한 이토록 자세한 일지는 없었다. 한국의 독자들은 파리 코뮌에 관해서 가장 생생한 당시의 기록 하나를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일지는 3월 18일부터 파리 코뮌이 정부군의 진압으로 막을 내린 후인 5월 31일까지 거의 매일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이 일지에 당시 파리 코뮌 지도부와 정부가 파리 시민들에게 선포한 다양한 ‘포고문’들이 실려있다는 점이다. 베르즈랑은 포고문들을 남김없이 그대로 기록하였고, 그래서 독자들은 당시 파리 코뮌 지도부와 그 반대편에 있던 정부의 언어를, 그들의 고민을, 그들의 희망찬 계획과 조급한 임시방편 등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책에서 이 포고문들만 따로 떼어서 읽어도 파리 코뮌의 진행 과정들은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파리 코뮌〉의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의 부제인 ‘한 보수주의자의 기록’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의 저자 베르즈랑이 파리 코뮌의 반대편에 있던 정부 지지자였다는 점이다. 파리 코뮌에 대해 그동안의 역사적 시각은 대개 ‘위대한 민중 자치의 사례’로 정리된다. 특히 지금까지 한국에 소개되었던 파리 코뮌 관련 도서들은 예외 없이 파리 코뮌의 입장에서 서술된 책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하는 베르즈랑의 책은 우리에게 익숙했던 시각의 반대편에 자리 잡고 있다. 베르즈랑은 당대의 에밀 졸라나 귀스타브 플로베르와 같은 입장, 곧 파리 코뮌에 반대하는 보수적 입장을 가졌다. 개인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을 중시했던 그의 눈에 파리 코뮌은 모든 자유가 침해당하는 야만과 폭력의 사례였다(“불법적이고 자의적인 체포가 파리에서 늘어나는 것을 보면 3월 18일의 사람들[파리 코뮌 참여자들]이 개인의 자유를 얼마나 무시하는지 알 수 있다. 성직자의 체포와 교회의 폐쇄를 통해 그들이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얼마나 무시하는지 알 수 있다. 대규모의 수색과 약탈을 통해 그들이 재산을 얼마나 무시하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은 곧 가족을 얼마나 무시하는지도 우리에게 증명할 것이다.” 126~127쪽). 그가 파리에서 일어난 일을 매일매일 상세히 기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수적 기자로서 베르즈랑은 후대를 위해 노동자와 민중을 운운하는 좌파들이 (자신의 시각에서)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어떻게든 기록해서 남기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바로 이러한 저자의 정치적 입장으로 인해 이 책의 모든 기록이 보수주의자의 시각을 통해 왜곡된 기록일 수도 있다는 의혹도 가능하다. 맞는 말이다. 이 책 역시 ‘한쪽의 시각’이며, 특히 오늘날의 이 민주주의 시대에는 퇴행적이라는 비판을 받을만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어쨌든 베르즈랑은 왕당파이자 혁명 반대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확히 바로 그 이유로 인해, 이 책 〈파리 코뮌〉은 1871년 파리 코뮌 당시 투철한 언론인의 사명을 가진 한 보수주의자의 시각, 그의 내면까지도 볼 수 있는 기록이 된다. 언제나 그렇듯, 이미 판정이 끝난 역사에 대해서는 그 반대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흔치 않다. 하지만 역사적 사건은 그 자체가 하나의 ‘서사’이므로, 다양한 목소리들, 다양한 시각들, 다양한 서사들을 알면 알수록 사건에 대한 입체적 판단 역시 가능해진다. 지금까지의 파리 코뮌과는 완전히 다른 증언과 기록인 〈파리 코뮌〉은, 어쩌면 그러한 새로운 역사적 서사를 가능케 하는 놀라운 책이다.
9791192986494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

김준태  | b
14,400원  | 20251023  | 9791192986494
시와 소설의 일치를 보여주는 시인 김준태의 첫 소설집 “과거와 현재, 이곳과 저곳을 종횡무진 내달리는 화자에 의해 인간의 온갖 감정과 살아온 이야기가 담긴 「이어도를 본 사람은 죽는다」는 한국 현대사의 「천일야화」라고도 부를 만하다.” 김준태 시인의 첫 소설집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가 도서출판 b에서 발간되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김준태 시인은 1980년 5월 18일부터의 광주민주화운동 기간에 진압군들의 만행을 목격한 후 그 참상과 광주의 부활을 노래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라는 시를 6월 2일자 〈전남매일신문〉에 실은 후 강제 해직 등 고난을 당했던 작가이다. 광주의 아픔을 알린 최초의 시로 유명해졌던 시인은 이후에도 중고등학교와 언론사, 대학에 재직하며 꾸준히 이 땅의 현실에 기반을 둔 시를 발표하며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준태 시인은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은 지 15년이 지난 1995년에 〈문예중앙〉 여름호에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라는 중편소설을 발표하면서 15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광주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포함한) 주인공들을 다루기도 했다. 김준태 시인은 이 소설을 발표함으로써 현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는 시와 소설이라는 장르로 구분되지 않을 수 있음을, 그가 하는 말처럼 ‘시와 소설은 한 몸’임을 보여주었다. 그때 이후로 30년이 지난 2025년에 김준태 시인은 다시 한번 〈이어도를 본 사람은 죽는다〉라는 제목의 장편 액자소설을 도서출판 b를 통해 발표하게 된다. 이 소설은 작가의 페르소나인 허만중 씨가 화자로 등장해 광주와 서울, 미국과 베트남, 베를린 등 세계 곳곳에서 과거와 현재를 망라한 사람들을 만나, 그 사람들의 이야기와 화자/작가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90편의 액자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여든을 바라보는 노시인이 450쪽이 넘는 액자소설을 펴낸다는 점은 대단하다. 하지만 더 주목해야 할 점은 그의 시선이 이미 광주를 넘어 세계 전체를 향하고 있고, 1980년이라는 과거를 넘어 현재와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김준태 시인의 이 소설은 광주를 담고 있으면서도 광주를 한국과 세계 곳곳에 녹여내고 있으며, 과거를 잊지 않으면서도 현재와 미래를 내다보는 포용과 화합, 에너지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 포용과 화합은 과거를 ‘잊고’ 넘어서는 포용과 화합은 아니며, 그 에너지와 희망은 역사의 아픔을 뒤로 넘기면서 주워 담는 에너지와 희망이 아니라는 점에 이 소설의 깊이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김준태 시인의 이 소설집에 담긴 모든 그림은 그의 아내인 이명숙 여사가 그린 것이다. 아마 남편의 글에 담길 그림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아내일 것이고, 그 일을 부부가 이 소설집을 통해 해냈다. 두 사람이 다정히 찍은 사진을 싣고, 표지에도 글쓴이와 그림 그린 이의 이름을 나란히 배치한 것 역시 그런 이유다.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는다〉는 아흔 편의 액자소설과 한 편의 중편소설이 30년의 격차를 두고 모인 소설집이다. 독자는 이 격차 속에서 한 시인이 중년에서 노년이 된 모습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광주에서 세계로 확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소설집의 제목은 그러한 김준태 시인의 정신을 오롯이 담고 있다. 그리스의 시신 오르페우스는 사람과 동물을 넘어 나무와 돌까지도 움직이는 강력한 노래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감히 김준태 시인에게서 그 오르페우스의 모습을 목격한다. 피가 끓던 1980년부터 미소가 아름다운 2025년까지 이어지는 김준태 시인의 ‘노래’들이야말로 한국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과 그들 각자의 역사가 가진 아픔과 사랑과 희망과 미래를 놓치지 않고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노래들은 때로는 시가 되고, 때로는 소설이 되어 우리에게 다시 말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1995년 〈문예중앙〉에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는다〉가 실렸을 때, 소설가 이호철 선생이 김준태 시인에게 “시인이 ‘소설’까지 쓴다면 우리 소설가들은 뭘 먹고 살지요?”라고 물었다는 일화가 있다. 농담이 아니라 덕담일 이 질문은 사실 시와 소설이 그리 다르지 않음을, 서사와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점에서 둘은 ‘한 몸’이라는 김준태 시인의 생각과도 조우하는 듯싶다.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는다〉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이미 오늘날 ‘굿즈’와 ‘힙’이 되어버린 ‘소설책’을 그저 멋지게 읽는 게 아니다.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는다〉를 읽는다는 것은, 다시 한번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느끼는 것이고, 그 경험 속에서 내가, 우리가 누군지를 찬찬히 곱씹는 일이다. 김준태 혹은 오르페우스는 그렇게 죽지 않고 우리 곁에서, 우리를 노래하고 있다.
9791192986463

초월 신경증 (초월 감각의 탐닉과 예술의 운명)

김홍식  | b
12,600원  | 20250915  | 9791192986463
초월 신경증 시대의 풍경화, 이 책은 세계 이해를 뒤흔드는 개념 미술이다. “의식의 무한함과 경우의 수의 대결, 이것이 초월 신경증 시대의 당면 과제이다. 인간 의식의 확장을 통해 또 한 번의 커다란 도약을 시도할 것인가, 아니면 초월 감각의 착각 속에서 안주할 것인가의 기로 앞에 우리는 서 있다.”
9791192986319

끝낼 수 있는 분석과 끝낼 수 없는 분석 (정신분석 치료 기법에 대한 논문들)

지그문트 프로이트  | b
16,200원  | 20241128  | 9791192986319
정신분석 치료 기법에 대한 프로이트의 미출간 원고들 한국 초역! ‘여러 가지로 부족한 옮긴이가 감히 프로이트의 글을 번역할 용기를 낸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번역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많은 수의 오역들이었다.’
9791187036371

다자이 오사무 전집

다자이 오사무  | b
185,160원  | 20240827  | 9791187036371
“일본 근대문학 사소설의 금자탑” 다자이 오사무는 20세기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특히 〈사양〉, 〈인간 실격〉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말년의 작품들은 패전 후 실의와 허무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선풍적 인기를 누리기도 하였는데 사후 6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다자이 오사무는 더욱 활발히 읽히고 있다. 일본 문학계에서는, 사상적 혼돈에 빠졌던 20세기를 풍미했던 다자이라는 아이콘이, 21세기 들어 경제 불황과 높은 실업률,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으로 방황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다시금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다자이 오사무 전집은 일본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누군가에게는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보는 창이 되는 동시에, 인생의 터널 속에 갇힌 누군가에게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며 어깨를 다독이는 위로의 책이 되어줄 것이다. 전집에는 다자이 오사무의 모든 문학 작품이 빠짐없이 다 실려 있다. 소설을 발표 순서에 따라 각권 500쪽 내외로 1-9권으로 묶고, 10권에는 에세이를 모았다. 초판에 이어 재판에서는 〈다자이 오사무 전집〉(전 10권)이 더욱 섬세하게 다듬어져서 고급 양장본으로 재탄생했다. 전집의 번역은 와세다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하고 있는 삼십 대 문학도 세 명에 의해 이루어졌다. 다자이 오사무(1909~1948)는 27세에 첫 창작집 〈만년〉을 발표해 39세에 〈인간 실격〉, 〈굿바이〉 등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는데, 전집에서 이삼십 대 저자의 감성에 어울리는 젊고 감각적인 문체로, 여성적 어법과 문어적 요설체를 살려 다자이 오사무 특유의 감각을 우리말로 옮기는 데 힘썼다. 특히 옮긴이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고 재미를 더하도록 힘을 기울였다. 각 권마다 권말에 붙여 놓은 깊이 있는 해설에서 저자의 작품은 물론 편지, 대화록, 평전, 전기를 비롯해, 다자이 오사무의 부인과 딸, 편집자, 선후배의 진술, 또 작품 속에 토막으로 등장하는 시나 노래 가사, 하이쿠, 이에 대한 사연 등등 정확하고 풍부한 자료를 끈질기게 추적하여,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다자이 오사무의 전모를 밝혀 놓았을 뿐만 아니라, 각 개별 작품에서는 저자가 그 작품을 썼을 당시 상황이나 심경, 저자가 영향을 받은 사람들과의 일화, 편지, 회고, 관련 저작 등의 소개를 통해 감상 포인트를, 또 필요한 곳곳에 주석을 덧붙였으며, 연표 등을 정리해 놓고 있다.
9791187036463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 b
19,800원  | 20240826  | 9791187036463
도서출판 b에서 한국어판으로는 처음으로 출간된 「다자이 오사무 전집」(전 10권)이 더욱 섬세하게 다듬어져서 고급 양장본으로 재탄생했다. 전집 제9권은 〈인간 실격〉이다. 「인간 실격」, 「굿바이」 등 15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제9권은 다자이가 생애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보고 느끼며 글을 써내려 갔는지 시기순으로 훑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표제작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으로 국내에 가장 많이 번역된 작품이기도 하다. 「인간 실격」은 다자이가 죽기 한 달 전 탈고하는데 다자이의 자전적 면모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즈음 폐결핵이 도지고 불면증도 심해 건강이 매우 악화되었음에도, 이 작품에 대한 오랜 염원이 있었기에 광기 어린 의지로 집필에 매달렸다. 주인공 오바 요조는 초기작 「어릿광대의 꽃」(전집 1권 수록)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모델로 한 것이기에 더욱 애착이 있었을 터다. 그러나 「인간 실격」 속 요조의 인생은 사실과 허구, 혹은 누군가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 등이 얽히고설킨 ‘구성된 삶’으로, 다자이의 실제 경험과는 차이가 있다. 1948년 6월 13일 강으로 뛰어든 다자이는 「인간 실격」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알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다.
9791192986449

그대가 보이지 않는다

이중현  | b
10,800원  | 20250820  | 9791192986449
“기술 문명 세계에서 살아가는 자의 저항과 고투의 시” 이중현 시인의 신작 시집 〈그대가 보이지 않는다〉가 도서출판 b의 ‘b판시선’ 76번으로 출간되었다. 4부로 편성하여 총 56편의 시를 수록했다. 시집의 중심 주제는 AI로 상징되는 고도로 발달한 문명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이다. 그 문명적 세계는 수많은 정보를 제공해주고, 손쉬운 소통 가능성을 열어주고, 인간의 사유와 노력을 덜어주는 등 다양한 편의를 도모하지만, 이중현의 시들은, 그 속에서, 그로 인해 조금씩 상실되고 훼손되어가는 인간성 회복을 꿈꾸고 있다. 시인이 꿈꾸는 세계는, 첨단 문명이 제공하는 “위성 지도로도 찾지 못할 겁니다 / 갈참나무들이 팔 벌려 지붕과 마당을 숨기고 / 빈틈이라면 철쭉, 참나리, 구절초꽃이 나서서 / 철마다 교대로 메우니까요 / 나뭇잎이 떠난 한겨울이면 한눈에 보일 것 같지만 / 그즈음에는 눈에 눈꽃만 무성”한데 “내비게이션을 믿는 여러 사람이 길을 잃었지만 / 마음을 등불처럼 앞세워 기어이 찾길 당부드립니다 / 꽃과 별로 엮은 그리움의 약도”(「초대」)를 가지고 찾아갈 수 있는 세계이다. 또 문명을 통한 소통 가능성이 더 열려 있다고 해도 “당장 당신을 열고 들어갈 비밀번호가 난감한데 / 나보다 인공 지능과 대화가 더 다정하고 / 바리스타 로봇의 커피가 더 맛깔나다고 할 때는 / 나를 내던진 세계의 진심을 엿보고 싶기도”(「당신의 비밀번호」) 할 만큼 답답하고 절실하기만 하다. 나아가 “아예 손을 놓아버린 것도 있었다 / 상품은 사지 않고 광고만 맛보는 일 / 인간을 비웃는 인공 지능과 대화를 끊고 사는 일”(「거리 조율」)로 소극적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그런데 삶의 영역 전체에 편재해 있는 기술 문명의 인공 지능적 환경은 인간의 삶을 유도하고 조정하는 일까지도 가능한 수준이다. 이 세계로부터 벗어날 길은 없다. “나를 친구로 저장할 사람들에게 / 삭제당하거나 차단당하지 않으려고 / 눈에 꿈틀거리는 신상품 감정을 배송”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세계로부터 멀어지려거나 저항을 하게 되면 “그대의 외로움이 진화”(「광고문-가상 현실」)한다. 그럴 때 가능한 것은 꿈꾸기가 아닐까. 시집 속 서정적 자아의 꿈꾸기는 그리움의 세계로의 여행이다. 일단 “저녁 8시부터 낮 12시까지 금식 // 검색창을 단단히 잠갔지만 / 오늘은 불안해서 전원마저 까맣게 끄고 / 소파에 누워 세상을 눈감”(「스마트폰 단식」)은 채 그리운 곳으로 날아가 보는 것이다. 어떤 세계나 대상을 그리워하는 일은 중요하다. “우리 살아가는 나날도 조명 벗기고 / 질긴 그리움의 가림막 걷어내면 / 어둠의 정장을 입고 자신을 조문하”(「가림막」)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이 나를 떠나 2박 3일 홀로 여행을 다니거나 / 아침에 나가 거리를 헤매다가 밤을 업고 오기도 해 / 마음과 차분히 대화하려고 가을 산에 오”(「마음」)르기도 하고, 세월을 무한히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존재의 근원이고 세계 전체이기까지 했던 유년의 어머니를 만나보는 것이다. “늦가을 무렵 어머니가 나를 버린 듯하여 / 가슴에 무서리가 자랄 때면 / 동생 데리고 밭일하는 어머니 품을 / 마당에서 멀리 그리워했다 // 한 줌 체온이라도 껴안고 싶어 / 부엌에서 어머니를 불피우다가 집을 태운 그날 / 방죽에 숨어 가슴 새카맣게 바라본 밤의 하늘 / 꽃잎 같은 불티들이 반짝였고 // 마지막 증거인 어머니가 사라진 지금 / 세상은 왜 아직 어머니들로 가득한지 (…) 덧셈이 되지 않는 나와 그대의 체온 / 또 어머니를 불피우고 싶었다 // 오늘 밤도 하늘엔 그날의 불티가 눈짓한다 / 방화의 유혹이 비상등처럼 번쩍인다”(「방화」). 그리움만 한 유토피아도 없다.
9791192986487

송전탑 이슬

지창영  | b
10,800원  | 20250923  | 9791192986487
“강철의 육체 위에 맺힌 이슬처럼 시대를 견뎌낸 자들의 통증과 희망, 기억과 연대의 시” 지창영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송전탑 이슬〉이 도서출판 b의 ‘b판시선’ 77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집은 4부로 편성하여 총 55편의 시를 수록했다. 송전탑은 대개 해안가의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거대한 도심이나 공업단지 등으로 공급하기 위한 대형 구조물로 된 전신주이다. 해안을 지나거나 벌판, 산의 “능선에서 능선으로 불의 암호를 주고받는” 기능을 하고 있다. 송전탑은 대부분 인가에서 멀리 떨어져 설치되어 있기에 무심하게 보이는 구조물이지만 종종 노동자들이 점거하여 농성을 하기도 한다. 또 발전소는 지역에 건설되는데,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대도시와의 에너지 불평등의 문제로 지역 주민들의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으로 주목되는 시설이기도 하다. 이미 첫 시집 〈송전탑〉을 출간한 바 있는 지창영 시인에게 송전탑은 고도의 상징성을 갖는다. 그에게는 송전탑이, 해고자 복직이나 노동 인권 보장을 요구하며 “눈발이 후비는 어깨뼈 아래 / 심장처럼 일렁이는 횃불을 품고 / 부동의 밤을 지”키는 장소이다. 그때 송전탑의 전선 가닥은 “아빠, 힘내세요 / 응원하는 아이의 편지는 / 암호처럼 전선을 타고”(「송전탑 농성」) 흘러 서로 “아직 살아 있는가 / 소리 없이 맞잡은 연대의 전선”(「송전탑 안부」)을 형성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나아가 연대를 상징하는 전선 가닥은 삶의 네트워크를 이루는 선형적 이미지로 확장되기도 한다. “아홉 가닥 거미줄이 최면을 건다 / 좌표를 찾아 이리저리 구르는 동안 / 안구는 건조해지고 핏발이 선다 / 거미줄을 사이에 두고 너와 나는 서로 표적이 된다 / 빨리 쫓고 빨리 숨고 빨리 쏘아야 살아남”(「거미의 도시」)을 수밖에 없는 거대한 도시에서의 유기적 활동을 네트워크화한 지하철을 시인은 거미줄 망으로 비유한다. 도시에서 인간은 이 거미줄 망 안에 포획된 존재일 수밖에 없기에 절망적이지만 시인은 다른 시편에서 “도시가 어두울수록 빛나는/네트워크의 눈동자들”이라는 이미지로 네트워크를 재전유하며 “우리는 새롭게 만날 것이다 / 내일은 다시 밝아 올 것이”(「촛불을 밝히며」)라고 밝은 전망을 담아낸다. 지창영은 그만의 방식으로 사물과 대상을 파악하는 시선을 가졌다. ‘시인의 말’에 등장하는 “송전탑, / 치명적 위험을 안고 / 유배지에서 비바람 맞으며 / 세상에 말없이 빛과 온기를 전한다 /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고 / 해로움과 이로움이 공존하는 / 그 이중적 존재”라는 성찰이 잘 보여준다. 한 세계에 맞서 싸우는 숙명을 지닌 시인에게 모든 대상은 최소한 이중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집의 해설에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이병국은 “지창영 시인이 형상화한 파수꾼으로서의 송전탑과 무욕의 숭고로서의 보자기는 모두 ‘연대의 전선’, ‘연대의 그물’의 다른 모습이자 “개벽의 시대”(「송전탑 이슬」)를 이끌 우리의 표상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분명한 것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빛을 나누는 일로부터 새로운 아침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창영 시인의 「송전탑 이슬」은 그 희망의 곁에서 “빛의 서사시”(「하얀 밤」)의 과정을 받아 쓴 기록이자 그로부터 열릴 새날에 대한 믿음의 서(書)”라고 평한다. 또 시인 백수인은 “이 시집은 지창영 시인이 다시금 어둠 속에서 전류처럼 흘려보내는 시대의 증언이다. 그는 강철의 육체 위에 맺힌 이슬처럼 시대를 견뎌낸 자들의 통증과 희망, 기억과 연대를 섬세하게 포착해 낸다. ‘송전탑’은 다시 깨어 있는 파수병이 될 뿐만 아니라, 거미줄처럼 얽힌 도시의 고단한 삶과 분단의 상흔, 플라스틱 문명의 비정함까지 날카롭고도 따뜻하게 시인의 언어로 껴안는”다고 추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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