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법학개론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책학과 법학전공 교수진 | 박영사
29,700원 | 20260301 | 9791130399805
머리말
법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되었고, 학문으로서 법학의 역사는 대학의 역사만큼 오래되었습니다. 중세 유럽 최초의 대학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볼로냐(Bologna)대학의 핵심적인 강의 과목은 단연 법학이었습니다. 유럽 각지에서 볼로냐대학으로 유학을 온 학생들은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여 그들이 배운 법학 지식을 모국으로 전파하게 되고, 이를 통해 유럽 각국의 법학은 로마법을 기반으로 상당한 공통성을 가지게 됩니다. 유럽의 보편적인 법문화는 수 세기를 거쳐 세계 각지로 전파되면서, 마침내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법학을 통해 서구의 법문화를 계수하게 됩니다.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헌법을 비롯하여 새로 출범한 국가에 적용되는 각종 법률이 차례차례 제정되면서 학계와 실무계는 일본 법학을 벗어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법학 수준은 빠르게 높아지게 되었고, 대한민국 사회의 급속한 성장에 발맞추어 법학은 크게 발전하였습니다.
그런데 2009년 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 우리나라의 법학교육은 큰 변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주된 목적은 종래 사법시험 중심의 수험법학에서 벗어나 다양한 전공 지식을 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잘 본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법학교육을 받은 사람’을 법조인으로 길러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목적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입니다. 현재의 로스쿨 시스템에서는 법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이 변호사시험을 보기까지 섭렵해야 할 다양한 법학과목을 공부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거나 로스쿨 과정에 입학 예정인 학생들로서는 법학 전반을 빠르게 개관할 수 있는 책을 미리 읽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 우리나라의 법학교육은 갈수록 쇠퇴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즉, 기존의 법학과에서 로스쿨로 전환된 대학은 학생들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는 것이 큰 과제로 되었고, 반면 로스쿨로 전환되지 않은 기존의 법학과에서는 점차 일반학생들의 법학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대학 차원에서는 경제적 여건 등을 이유로 법학 관련 교양과목의 강좌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이러한 법학교육의 변화가 우리 사회 전반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대학에서 전공이든 교양이든 법학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만큼 대학이 올바른 규범의식을 갖춘 건전한 시민을 양성하는 데 충분한 기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법이 법률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듯이, 법학 또한 결코 법학자들만을 위한 학문일 수 없습니다. 법, 그리고 이를 다루는 법학은 민주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시민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해 대학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교수님들은 많은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서의 집필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법학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본서의 집필진은 새로운 법학입문서를 세상에 출간하는 것으로 약간이나마 문제해결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시중에는 이미 다양한 이름의 법학입문서들이 많이 출간되어 있지만, 여기에 필자들이 내놓은 또 한 권의 법학개론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기존 법학개론서의 전통적 문체나 체계를 탈피하여 백지상태에서 완전히 새로 집필하였습니다. 집필진은 기존에 발표하였던 자료나 다른 유사한 서적을 참고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집필을 맡은 부분을 전적으로 자신의 언어로 처음부터 새로 쓴 것입니다. 기존의 형식과 문장에서 벗어나서 온전한 ‘신상품’을 내놓자는 뜻에서 그리하였습니다.
둘째, 틀에 박힌 법학입문서를 탈피하여 현대사회의 새로운 법적 이슈까지 담아내고자 하였습니다. 특히 기존의 법학입문서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 지적재산권법, ICT법, 인공지능(AI)법 등 현대사회에서 갈수록 중요성을 더해가는 새로운 이슈에 대해서도 헌법, 민법, 형법 등 전통적인 법학분야와 같은 비중으로 다루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서의 제목도 『현대 법학개론』으로 지어졌습니다.
셋째, 특정한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본서는 법학 전반을 빠르게 개관하려는 로스쿨 준비생들에게도, 법학을 교양과목(liberal arts)으로 수강하고자 하는 학부생들에게도, 나아가 대학교육과 상관없이 우리나라 법률 전반을 알고자 하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서술되었습니다. 특히 제5편은 기술 발전에 따른 법적 쟁점을 다룬 ‘기술법학서’로서의 기능을 담고 있어서 관련 업종 종사자들에게도 활용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에 감사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어려운 출판 환경에도 불구하고 본서가 출간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안종만 회장님과 안상준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조성호 이사님은 책의 구상을 위한 집필진의 첫 모임에도 직접 참여하여 본서의 출간을 지원해주셨습니다. 본서의 출간에는 최동인 대리님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3년 전 한양대를 담당하게 되면서 줄곧 공학과 융합된 한양대의 색채를 가진 새로운 법학개론서를 출간해야 한다면서 교수님들의 연구실을 수시로 찾아다니며 설득에 설득을 더하였습니다. 그의 노력에 힘입어 현재의 집필진이 구성되어 법학개론 집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더욱 의미있는 것은 본서의 집필이 단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님들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학부과정의 정책학과 교수님들도 참여하여 한양대에 소속한 법학전공 교수님들이 그야말로 원팀이 되어 ‘한양법학’의 결과물을 완성하였다는 점입니다. 그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편집부 이지원 님은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능수능란한 솜씨로 휼륭하게 편집작업을 마쳐주었습니다.
조선소에서 배의 건조를 마치고 진수(進水)하기 전에는 누구나 긴장하기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책의 출간을 앞두고 홀가분한 마음보다 긴장감이 앞섭니다. 긴장감 속에서도 약간의 바람이 있다면, 본서가 법학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법학을 이해하는 데 그리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았던 책으로,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초학자들에게도 법학이라는 낯선 지형의 등고선을 무리없이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 책으로 기억되기를 기대합니다.
2026. 3.
집필진을 대표하여
송 호 영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