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쓴 컴플라이언스 구축과 운영 실무
신명근 | 박영사
19,800원 | 20260105 | 9791130324920
이 책의 집필은 동기변호사의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법무팀장으로 근무하던 동기변호사가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을 지시받고, 준법지원인으로 근무하던 저에게 자문을 구한 적이 있습니다. 동기에게 나름의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의 구축과 운영에 대한 자문을 해주었지만 뭔가 석연치 않았습니다. 예산과 인력 없이 시작한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의 고생스러움과 그 결과물의 쓸모없음이 눈앞에 보여 저에게 자문을 구한 동기에게도 회사의 인력 및 예산 지원이 없으면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시작하지 말 것을 조언하였습니다.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은 한 사람의 힘으로 구축해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닙니다. 적절한 예산과 인력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처음 구축하는 실무자는 그 구성과 규모를 가늠할 수 없어 회사에 예산과 인력의 수요를 요청하기 어렵습니다.
동기와의 대화를 통해 준법통제체제 혹은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이 어떤 체계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며, 어느 정도 수준의 인적 · 물적 자원이 소요되어야 하는지 알고 있어야,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을 기획하고 시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회사에 지원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이후로 사내변호사들이 회사 내에서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하는 등 컴플라이언스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만, 본격적인 컴플라이언스 활동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내변호사는 사내변호사의 활동을 통하여 컴플라이언스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본격적으로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에는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였고, 제가 수행하는 회사 내부자문과 계약서 검토가 컴플라이언스 활동의 전부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사내변호사의 소송관리, 계약서 검토, 기타 자문 등 활동이 컴플라이언스 활동에서 아주 중요한 구성축인 것은 분명하나, 컴플라이언스 활동의 일부일 뿐 전체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은 사내변호사의 활동을 넘어선 계획, 실행, 점검, 개선의 사이클을 갖춘 시스템으로서 일정한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고, 그 구축에 별도의 방법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한 경험이 있는 실무자로서, 앞으로 이 길을 걸으며 고생할 컴플라이언스 실무자들 및 사내변호사들과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취득한 노하우와 경험을 나누어 보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이론적 배경, 학문적 성취와는 크게 관계가 없고, 오로지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의 경험이 없는 실무자들이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을 고민할 때 그 대강을 이해하여 회사에 관련 자원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습니다.
또한,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컨설턴트에게 묻기 어렵거나 컨설턴트로부터 들을 수 없는 실무적이고 속 시원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부수적인 목적으로 하였습니다. 저 역시 컴플라이언스 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았지만, 컨설턴트의 설명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책의 내용은 가급적 가볍고 쉽게 구성하였고, 컴플라이언스를 구축하려는 법무, 컴플라이언스 기획 관련 부서의 임직원들이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의 대강을 이해하고 실무에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양식, 규정, 프로세스 등을 책에 최대한 많이 밀어넣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저자로서는 이 책이 실무자들에게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는 데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하거나,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실무자들이 참고서 같이 참고삼아 자주 펼쳐보는 용도로 활용되기를 바라며, 이와 함께 컴플라이언스 분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자 하는 사내변호사들에도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한국은 성숙한 자본주의 사회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주식회사에 대한 컴플라이언스 요구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다가올 미래에는 ESG와 주주친화 경영의 키워드와 같이 회사에 대한 컴플라이언스 요구 메시지가 더욱 구체적이고 명확해질 것이고,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의 도입은 선택의 영역에서 필수의 영역으로 전환될 것입니다. 그 전환의 시대에 독자의 회사와 일터를 더욱 건강하게 유지하고 그 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할 수 있는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에 관심을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저자를 공정거래법과 컴플라이언스로 이끌어 주신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신영수 교수님, 집필에 많은 아이디어와 격려를 아낌없이 보내주신 현대그룹 이곤형 실장님, 일 욕심 많은 준법지원인을 믿고 함께 고생하며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한 현대무벡스 주식회사 법무팀 김 변호사, 최 매니저와 김재현 매니저, 얕은 지식과 미천한 글재주로 책상머리에서 고민하는 집필의 시간을 격려해준 집사람과 가족들에게 지면을 빌려 감사를 표합니다.
2025년 가을에
저자 신명근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