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저자 하버트 조지 웰스 역자 홍윤기 | 북팟
0원 | 20220708 | 9791166635380
1895년, 허버트 조지 웰스가 을 출간한 지도 10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이 지났다. 현대 사회에서 타임머신이란 개념은 이미 닳고 닳은 기계처럼 오래된 것이다. 아직 아무도 본 적도 없게 사용해 본 적도 없는 기계가 오랜 시간을 거치며 우리에게 진부한 유물로 남아 있다. 그간 여러 편의 영화나 만화, SF 소설 혹은 일반 소설 등에서 직간접적으로 인용되었으니, 그 파급력이나 영향력만큼은 실로 놀랍다. 그럼에도, 특별히 시간 여행에 관심을 둔 사람이 아니라면, 원작을 읽어볼 기회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선뜻 손에 잡기 어려운 은 과연 어떤 책일까?
타임머신이라고 하면, SF 영화가 먼저 떠오를 수 있다. 실제로 이 책에도 환상적이고 신기한 장면과 상황들이 나온다. 하지만 그런 장면만 기대한다면, 이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현대의 장르 문학 작품들은 설령,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해도, 가볍고 쉬운 문체를 사용한다. 반면에, 에는 다소 쉽지 않은 문장도 등장한다. 몇몇 장면에서, 저자가 본인의 철학을 화자의 입을 통해 비교적 직설적으로 설명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초에 허먼 멜빌의 나 카프카의 을 읽을 때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을 읽는 게 나을 것이다. 이 작품이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준 ‘고전 문학’이란 점을 염두에 두면서 말이다. 이 그리는 황폐한 미래 세계에는, 엘로이와 몰록이란 두 부류의 인간이 살고 있다. 엘로이는 아이처럼 행동하고 성격이 온순하며 지상에 산다. 반면에 몰록은 기계를 다룰 줄 알고 포악하며 지하에 산다. 주인공인 시간 여행자는 두 부류의 인간들 사이에서 미래가 그토록 암울해진 원인을 성찰한다. 물질적 풍요와 안정을 추구하며, 지상에 살던 인류는 더 이상의 발전 의지를 상실한 반면, 지하 세계에 살던 인류는 인간성을 상실하고 짐승이 되어버렸다. 은 계층의 분화로 인한 비극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2차 산업 혁명이 무르익었던 영국의 1985년에, 작가는 기계를 다루는 고된 노동자를 보며 몰록에 대한 영감을 얻었을지 모른다(몰록이 인육을 제물로 바치던 암몬족의 신이란 견해도 있다. 그 신은 몰렉이라고도 불린다.) 작가는 지상 세계의 자본가들이, 지식수준이 높고 기계를 다룰 줄 아는 노동자들에게 잡아먹힐 것으로 본 것 같다. 현시점에서 보면, 기계를 다루는 노동자들이 반드시 ‘지하’ 생활을 하는 건 아니며 포악하지도 않다(일부 예외). 그럼에도, 미래에 대한 작가의 예측은 21세기인 현재에도 유효하다. 4차 산업 혁명이란 말이 유행하는 요즘,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점은, 변화하는 가치와 시스템으로 인해 누군가는 ‘지상’의 엘로이로, 누군가는 ‘지하’의 몰록으로 살아갈지 모른다는 불안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작가는 인간 본성에 대한 반성이 없는 물질문명의 발달이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은 현대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현실의 엘로이들이 지닌 물질에 대한 욕망은 인육에 대한 몰록의 욕망을 능가하지만 말이다.
이 작품의 주된 내용은 시간 여행자가 여러 사람에게 자신이 경험한 바를 들려주는 식으로 전개된다. 좀 더 생동감 있는 대화체로 번역할까 했지만 말을 주고받는 식이 아니고 일방적으로 전하는 식어서 경어체로 번역했다. 그리고 바(bar)란 용어가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타임머신을 조종하는 조종 장치의 의미로 쓰이지만, 이후 시간 여행자는 부러진 막대(bar)를 들고 몰록들을 공격한다. 이 부러진 막대는 iron mace 즉, 금속 곤봉 및 철퇴란 용어도 표현된다. 별도의 무기를 구한 것인지 불명확해서, 부러진 막대(bar)를 mace의 용도로 사용했다고 보고 \'막대\'로 번역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장면들 중 하나는 엘로이와 몰록이 사는 시대보다 30만 년 후의 시대를 묘사한 부분이었다. 거기서 시간 여행자는 바위처럼 생긴 게들을 만난다. 그런데 그 게의 모습이 3탄의 도입 부분에 나오는 게의 모습과 아주 흡사했다. 특히, 돌멩이가 게로 변하는 모습은 을 참고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이에 대한 근거 자료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