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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잡지 > 대중문화/예술
· ISBN : 9772671413007
· 쪽수 : 96쪽
책 소개
목차
Cine Special
25 화려함 속의 쓸쓸함, 홍콩은 도시 자체로 미장센이 된다 / 박소언
33 고통은 불가피하지만 괴로움은 선택이다 <무간도 트릴로지> / 김하나
39 녹색 밤이 절실할 때, <녹야> / 김윤정
45 홍콩영화 속 노래하는 배우 ‘유가령’ / 방경미
Cine & City
영화와 시선 <2046>
57 #01 90년대를 대표하는 왕가위 감독의 저력 / 임정록
65 #02 2046년 향해 떠나는 기차 / 김우리
71 #03 낭만적 디아스포라 2046 / 이소영
독자 리뷰
78 자유를 원하는 모든 이에게 외치는 메시지 <브이 포 벤데타> / 황석현
84 Be Water, <시대혁명> / 장운경
Cine Review
저자소개
책속에서
영화 <2046>은 왕가위 감독의 또 다른 영화 <화양연화>와 그 궤를 같이한다.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가 주인공 이름이 귀에 익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그랬다. 영화 <화양연화>의 주인공 차우와 수리첸이 묵었던 숙소의 방이 2046호였다. 두 사람은 이어지지 못하고 끝내 헤어지게 된다. 수리첸과 이별한 차우가 영화 <2046>에서도 주인공이다. 수리첸을 잊지 못한 그는 싱가포르로 이주해 상업적인 글을 쓰며 생계를 이어가는 작가가 되어 있다. 영화 <2046>은 차우가 집필하는 소설 『2046』의 주인공 탁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탁은 미지의 기차에 몸을 싣고 있다. 이 기차의 도착지는 2046. 승객들이 2046으로 향하는 목적은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것’ 뿐이다. 그러나 2046에 간 사람은 있어도 돌아온 사람은 없다. 소설 주인공 탁이 유일하게 돌아온 사람이다. 탁은 이 기차 안에서 안드로이드 승무원 1967과 사랑에 빠진다.
영화 <2046>에는 차우의 소설 속 탁의 사랑 이야기를 포함해 5개의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화양연화>의 수리첸과 이름이 같은 여인 수리첸, 클럽에서 만난 루루, 차우가 묵는 호텔 옆방의 바이링, 호텔 사장의 딸 왕징웬이 차우를 스쳐 가는 여인들이다. 소설 속 이야기를 포함한 이 모든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5개의 이야기가 영화에서 표현되는 방식은 굉장히 불친절하고 난해하다. 차우의 소설 속 이야기와 현실의 사랑이 교차 편집되어 보는 내내 관객은 혼란스럽다.
2046의 의미는 무엇이며, 차우와 저 여인들의 사랑은 모두 왜 이뤄지지 않은 채로 끝나야
만 하는가.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영화의 제목을 검색창에 입력하고 엔터를 치는 순간, 제목의 의미를 깨달았다. 2047년은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 기간이 끝나고 완전히 자치권이 소멸하여 중국에 종속되는 해이다. 영화 속 소설에서 미지의 기차를 타고 2046으로 향하는 승객들은 2047로 향하는 홍콩 시민들로 볼 수 있다. 차우의 소설 속 주인공 탁은 말한다. 2046에서는 모든 것이 영원하지만 그곳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없어서 이것이 사실인지 모른다고. 홍콩의 자치권이 소멸한 2047을 중의하는 2047호에 사는 차우의 모습에서 불안한 채로 떠도는 홍콩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런 불안함이 영화에서는 화려하지만 어지러운 영상으로 표현되는 듯하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사랑이 모두 이루어지지 않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리라. 특히 <2046>의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는 <화양연화>에서 수리첸을 떠나보내는 것을 홍콩의 현재 체제를 떠나보내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_본문 ‘2046년을 향해 떠나는 기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