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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25519241
· 쪽수 : 472쪽
· 출판일 : 2008-05-08
책 소개
목차
망연기
색, 계
못잊어
해후의 기쁨
머나먼 여정
재회
연애는 전쟁처럼
옮긴이의 말
해설
리뷰
책속에서
분첩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며 얼굴에 분첩을 두드렸다. 늦게 도착한다 해도 그가 직접 올지 안 올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염증을 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신선한 매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햇다.
그녀가 다시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마치 스타킹의 올이 나간 후 느껴지는 서늘한 느낌이 종아리를 타고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것 같은 실패의 예감이 그녀를 감쌌다.
대각선 쪽 맞은편에 앉아 있는 중국 복장의 남자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역시 혼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 그녀보다 이곳에 먼저 와 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녀를 미행했을 리는 없었다. 그는 그녀가 어떤 내력을 가진 여자인지 도저히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그녀가 걸치고 있는 장신구들은 모두 진짜일까? 춤을 추는 무희 같지도 않은데... 영화배우라고 하기엔 얼굴이 너무 낯설었다. - '색, 계' 중에서
술집여자들을 데리고 나가 선물을 사주는 데에 그는 고수였다. 그저 한쪽 옆에 서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은 채 조용히 따라다니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의 미소에는 어떤 비웃음도 담겨 있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서글퍼 보이는 미소였다. 스탠드에 비친 그의 옆모습에서 그녀는 부드러움과 왠지 모를 연민의 기운을 느꼈다. 그의 시선은 아래를 향해 있었는데 그의 속눈썹은 나방의 미색 날개처럼 여윈 그의 두 뺨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사람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구나!'
갑자기 몰려든 생각에 뭔가를 잃어버린 듯 심란해진 그녀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미친 듯이 뛰었다.
너무 늦었어! - '색, 계' 중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앞으로 다가간 지아인이 혼란스러운 듯 한동안 그곳에 말없이 서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창문을 거는 작은 고리로 분홍색 담벽을 긁었다. 종위는 자신이 혹시 말실수 한 게 아닌가 걱정하며 얼른 말을 이었다.
"내 말은, 내 말은 내가 항상 이혼을 생각해왔었다는 겁니다."
지아인이 말했다.
"하지만 전...그래도...정말...마음이 괴로워요."
"저도 괴롭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절 위해 괴롭다면 전 정말..."
두 사람 모두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했다. 촛불의 붉은 심지가 기쁨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지아인이 울먹이며 말했다.
"처음 만난 후...그리고 다시 만나고부터...내가 괴롭고 힘들었던 걸 당신은 모를 거예요." - '못잊어' 중에서
매년 성탄절에는 사무실에서 파티를 열었다. 무슨 큰 축제라도 벌어진 양 이날만큼은 위아래도 없이 난장판으로 지냈다. 한 여비서가 파티에서 강제로 키스를 당햇다는 소리도 들었다. 커리 선생은 평상시에 짬만 나면 그녀에게 짓궂은 농담을 하곤 했다. 이런 날 취기를 빌려 혹시 이상한 짓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지만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설마 무슨 짓을 하겟냐 싶어 안심했다. 게다가 그는 사소한 농담에 장난을 한 것일 뿐 나쁜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녀에게 밖에서 만나자고 한 적도 없고 설사 만나자고 했어도 싫다면 그만이지 그것 때문에 회사에서 쫓겨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전례가 없어 단언할 수는 없었지만 그럴 것이라고 추측했다. - '머나먼 여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