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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문화/예술/인물 > 한국전통문화
· ISBN : 9788928307210
· 쪽수 : 72쪽
· 출판일 : 2012-09-21
책 소개
목차
다시 태어난 숭례문 6
특별한 만남 12
숭례문의 위기 20
숭례문과의 재회 30
대한민국 국보 제1호 40
할머니와의 약속 44
숭례문의 이모저모 52
4대문 중에 제일 62
신통방통한 숭례문 쏙쏙 정보 66
작가의 말 71
리뷰
책속에서
그때였어요. 멀리서 내 쪽을 향해 달려오는 여자아이를 발견했어요.
‘어, 왜 그러지? 무얼 잃어버렸나?’
멀어져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 속에서 혼자만 앞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그 아이의 모습이 유독 두드러져 보였지요.
“헉헉, 헉.”
여자아이는 숨을 고르며 내 앞에 서더니 손에 들고 있는 사진을 번쩍 들어 올렸어요.
“이거……, 헉헉. 이걸 깜빡했어.”
뭘 깜빡했다는 걸까요? 그리고 이 아이가 누구에게 말을 걸고 있는 걸까요? 설마…… 나?
“이 사진, 우리 할머니가 너랑 같이 찍은 거래. 보이니? 여기 이 아이가 우리 할머니야.”
나는 아이가 들고 있는 사진을 찬찬히 살펴보았어요. 사진 속에는 옷차림은 다르지만 여자아이와 꼭 닮은 아이가 있었어요.
“너한테 이걸 보여 주려고 가져왔는데 깜빡했지 뭐야?”
여자아이가 계속 내게 말을 하는 동안 아이의 부모님이 왔어요.
“수지야, 이제 됐지? 가자.”
여자아이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가면서도 몇 번씩 나를 돌아다봤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아이는 아직 할 말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았어요.
수지……, 아까 그 아이의 부모님이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아요. 이 아이는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요? 이 아이를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친구들과 까르르까르르 웃으며 뛰어가는 수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내 머릿속에는 그동안 내가 겪은 여러 가지 일들이 떠올랐어요. 처음 내가 이곳에 세워졌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많은 일들과 사람들 말이지요.
가마를 타고 지나던 임금님의 행차가 자동차로 변하고, 알록달록 신기한 차림을 한 외국 사신들의 행렬이 깃발을 앞세운 관광객들로 바뀌고, 소달구지와 지게에 물건을 가득 실어 와 열었던 장터가 빌딩 숲으로 바뀐 이곳에 나는 늘 그대로 서 있어요.
그리고 옛날에 나를 찾아와 이야기를 주고받던 그 아이들이 할머니가 되고, 또 할머니의 할머니가 되어 버린 지금도, 나는 늘 나를 찾아오는 아이들을 반기고 있지요.
앞으로 수지가 한 아이의 할머니가 되고, 또 할머니의 할머니가 되어도 나는 이 자리에 그대로 있을 거예요. 언제나 찾아와 기대어 쉴 수 있는 아빠처럼 말이지요. 그때도 지금처럼 멋진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어요.
그러면 아이들이 내게 말하겠지요?
“우아, 4대문 중 네가 제일이구나!”
이제는 나도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어요. 아주 먼 옛날부터 당당하게 서울을 지켰던 그 모습 그대로 말이지요.
“내가 너희들을 지켜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