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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6400002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25-08-20
책 소개
목차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스무드
혼모노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우호적 감정
잉태기
메탈
해설 | 양경언
추천의 말 | 이기호·박정민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저자소개
책속에서
야생의 본능을 상실한 호랑이는 무기력하게 몸을 내어주고 있었다. 미약하게 그르릉거리는 순간도 있었으나 사육사가 고무망치로 앞발을 내리치자 금세 잠잠해졌다. (…)
어쩐지 죄를 저지르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흥분되었다.
그건 언젠가 느껴본 적 있는 감각이었다. 죄의식을 동반한 저릿한 쾌감. 그 기시감의 정체를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독하고 뜨겁고 불온하며 그래서 더더욱 허무한, 어떤 모럴.
떨쳐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제는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의 말처럼, 이미 일어난 일은 없던 일이 될 수 없으니까.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수많은 배지에 그 남성의 초상이 담겨 있었다. 군복을 입고 엄숙한 표정을 지은 채 허공을 가리키고 있는 남성. 미스터 김에게 이 남자는 누구냐고 묻자 그가 화색을 띤 채 외쳤다.
나의 대통령입니다!
그의 표정은 단연 오늘 하루 중 가장 밝았다. 말보다 마음이 더 앞서는지 흥분된 어조로 존경, 친애 같은 단어를 쏟아내기도 했다.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입니다.
한국 대통령의 초상이 담긴 배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초상 뒤편에 넘실대는 ‘타이극’ 문양이 대통령의 위대한 업적을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한국의 링컨 같은 존재인가.
―「스무드」
동자님, 입이 쓰면 사탕이라도 드릴까요?
동자들이란 달콤한 것이라면 사족을 쓰지 못하는 법. 사탕이라도 물릴 요량으로 찬장을 여는데 등 뒤에서 웅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수할멈이 점지해줬어. 네놈 앞집에 들어가라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얄궂은 악연의 시작. 혹 잘못 들은 건가 싶어 신애기 쪽을 돌아보며 되물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신애기가 조소했다.
신빨이 다했다더니 진짠가보네. 할멈이 나한테 온 줄도 모르고.
그애는 살기 어린 눈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하기야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만.
―「혼모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