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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447737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1-11-25
책 소개
목차
얼마나 이상하든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욕실로 들어가 양치질과 세수를 했다. 양치질과 세수를 할때는 꼭 양치질을 먼저 하고 세수를 나중에 해야 했다. 세수를 하고 난 다음에 양치질을 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얼굴에 묻은 비누 거품을 씻어낼 경우에는 물을 열아홉 번— ‘19’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였다 — 끼얹어야 했다. 그보다 많아도, 그보다 적어도 안 되었다. 그냥 그래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뭔가가 있었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정해진 규칙과 순서에 따라 양치질과 세수를 하고 외출 준비를 끝냈다.
편의점 ‘불면증’은 그냥 개인이 운영하는 조금 크고 멀끔한 구멍가게 같은 곳이다. 대기업이 전투적으로 확장하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보니 수익 구조가 단순했다. 중간 유통 단계가 없어 ‘불면증’은 다른 편의점에 비해 물건값이 쌌다. 싸게 많이 팔자는 사장의 전략이 먹힌 것인지 용케 경쟁에서 살아남은 ‘불면증’은 현재 4호점까지 불어난 상태였다. 사장의 최종 목표는 이 일대에 ‘불면증’을 세 개 더 늘리는 것이다. 누가 보면 돈 욕심이 많아서 그런 거냐고 오해할 테지만 속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안에서 수녀복 차림의 웬 여자애가 다급히 뛰쳐나왔다. 나와 어깨를 부딪친 여자애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주변을 두리번댔다. 뭔가 초조해 보이는 낯빛이었다. 그 애의 불안한 시선이 나를 향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내 자전거였다. 대뜸 여자애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급해서 그러는데 그 자전거 좀 빌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