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날개를 단 연어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한 시연이 아파트 현관문을 와당탕 밀치고 달려 나갔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다가 포기하고 비상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왜애앵.
사방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온 천지가 먼지로 뿌여서 잠시 어디로 가야 할지 아득해져 멍하게 서 있었다. 마침 지나치던 아주머니를 붙잡고 다급하게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무슨 일이에요?"
아주머니가 시연의 모습을 위아래로 쳐다보더니 쌀쌀맞게 대꾸했다.
"백화점이 무너졌대요. 나 참, 기막혀서. 지하철 가스 폭발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도대체 무슨 나라가 이 모양인지."
시연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항상 먼저 와서 기다리곤 했으니까 오늘도 분명 그가 먼저 와서 기다렸을 텐데…….
뿌연 먼지 속에 폭삭 내려앉은 건물 잔해만 들어올 뿐, 주위를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한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연은 달려가던 119구급대원을 붙들고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대피한 것이냐고 물어보았다. 알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송한얼! 한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