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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좋은부모 > 육아 > 육아법/육아 일반
· ISBN : 9788958271185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18-10-13
책 소개
목차
시작하며
1장 _ 놀이, 그 짜릿한 모험과 일탈
“우리 반에서 가장 빠른 일진을 제가 쳤어요”
굽혔다 폈다 굽혔다 폈다
“이 놀이 X나게(?) 재밌다!”
사기 치기, 죽이기, 해방구 만들기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지
왕과 꼴찌의 순환구조, 왕과 거지
아이들에게 도전과 모험을 허락하라
2장 _ 놀이로 키우는 관계의 맷집
선생님, 쟤가 괴롭혀요
‘눈물 나는 엉덩이’와 ‘폭소폭탄 엉덩이’
넌 언제나 내 단짝이야
“딱지놀이를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여요”
반칙왕의 최후
일단 내가 살고 보자
나는 개뼈다귀 놀이가 좋다
3장 _ 놀이, 그 소중한 회복과 치유
화내기 대장이 달라졌어요
미안해, 진심으로 미안해
‘감’을 두 개 줄 거야
영웅이 된 왕따
엄마가 있는 사람을 사랑합니다?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4장 _ 아이들의 놀 권리
우리도 숨 쉬고 싶어요
누구를 위한 놀이인가요?
놀면서 공부하는 학교
창의성과 공동체 의식이 살아나는 놀이터
‘놀이의 날’이 국경일이 될 때까지
5장 _ 놀이하는 공동체를 위하여
마을에 놀이길을 그리다
시끄러우니까 딴 데 가서 놀라고요?
나와 너, 우리를 이어주는 신비한 연결고리
컴퓨터 게임보다 더 재밌는 놀이가 있는 줄 몰랐어요
놀이로 이루어지는 평등 세상
마치며
리뷰
책속에서
놀이를 하다 보면 아이들 사이의 은근한 권력관계가 드러난다. 고학년이나 중학생과 놀이를 할 때 특히 그렇다. 그 반에서 누가 인기가 많은지, 누가 운동을 잘하는지, 누가 가장 센지 금세 알 수 있다. 심지어 그 반에서 가장 센 아이가 수업에 협조적이지 않으면 나머지 아이들이 그 아이를 따라가기도 한다.
그 일상의 권력을 놀이 속에서 깰 때 아이들은 희열을 느낀다. 놀이라는 비일상에서나마 강자를 이겨보는 경험이 얼마나 짜릿하겠는가.
술래 여자아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발이 빠른 편이 아니니 평소에는 자기 반에서 달리기로는 ‘짱 일진’이라는 육상선수 남자아이에게 도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놀이에서는 다르다. 무려 20여 분을 쫓고 쫓아서 마침내 멋지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처럼 일상에서는 하기 힘든 도전과 모험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 이것이 바로 놀이가 가진 매력이 아니겠는가.
- <1장 _ “우리 반에서 가장 빠른 일진을 제가 쳤어요”> 중에서
놀이가 시작되자 달팽이 놀이를 할 때는 한없이 유유자적하던 아이들의 움직임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그중 특히 내 눈에 들어온 건 어느 여자아이 그룹이었다. 한 여섯 명 정도 되는데, 교실에서 실내놀이를 할 때면 연신 거울을 꺼내 보며 딴 짓을 하다가 어쩔 수 없이 놀이에 참여하던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여섯 명 중 한 아이는 옷이 위로 말려 올라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대 팀 아이 한 명을 붙잡아 놀이판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걸 본 같은 그룹 여자아이 한 명이 그 힘겨루기에 가세했고, 상대 팀 아이 한 명도 이에 질세라 달려들었다. 그렇게 여자아이 네 명은 2대2로 붙어서 넘어지고, 깨지고, 서로를 끌어내고, 끌려 들어가면서 몸싸움을 벌였다.
개뼈다귀 놀이는 이처럼 온몸을 다하는 적극적인 전투정신과 건강한 공격이 서로 허용되어야 재미나고 신난다.
- <1장 _ “이 놀이 X나게(?) 재밌다”> 중에서
다행히 여자아이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스스로 팔을 길게 뻗었고 몸을 원 안쪽으로 깊숙히 들이밀었다. 덕분에 첫 번째 판에서보다 훨씬 빨리 한 명을 쳤다. 드디어 함께 쳐줄 술래가 생긴 것이다. 그러자 놀래의 몸놀림이 달라졌다. 술래가 적극적으로 움직일수록 놀래들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얼싸안고 몸부림을 친다. 호랑이 굴 놀이는 그래야 재미가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여자아이의 표정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아이는 원래 감정 표현을 크게 하지 않는 편이었다. 처음 한 명을 쳤을 때도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천생 여자인 아이의 가녀리고 순진무구한 얼굴이 놀이라는 판 안에서 호랑이 굴에 들어온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처럼 용맹무쌍한 얼굴로 변해갔다. 내가 알던 그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 <1장 _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