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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불교 > 불교사/불교철학
· ISBN : 9788964476055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20-09-17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_ 5
머리글╻일본 사회, 종교문화 그리고 비판불교 _ 길희성
제1부 _ 비판불교의 대승불교사상 비판 _ 류제동
1장╻대승불교사상 비판 (1)
1. 유가행파 비판
1) 본성주종성(本性住種性)에 관하여
2) 진여소연연종자(眞如所緣緣種子)에 관하여
3) ‘식’(識)에 관하여
2. 여래장(불성)사상 비판
3. 본각사상(本覺思想) 비판
1) 하카마야 노리아키의 본각사상 비판
2) 마츠모토 시로의 본각사상 개념에 대한 비판과 불성현재론(佛性顯在論)
3) ‘본각사상’과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2장╻대승불교사상 비판 (2)
1. 길장(吉藏)의 공사상 비판
2. 유마경 비판
3. 선불교 비판
1) 육조단경 비판
2) 임제록 비판
3) 도겐(道元) 선사의 12권본 정법안장(正法眼藏) 비판
제2부 _ 비판불교의 일본 사회 및 종교 비판 _ 정경일
3장╻비판불교의 일본 사회 비판
1. 비판의 시작: 마치다사건
2. “일본”에 대한 신앙
3. 사회 비판으로서의 종교 비판
4. 현실 긍정과 차별의 (비)불교적 논리: 본각사상과 공간적 연기 이해
5. 비판불교의 사회 비판에 대한 문제제기
1) 여래장/불성, 본각사상과 사회적 평등
2) 사회윤리적 실천의 비판불교적 근거
4장╻비판불교의 일본 종교문화 비판
1. 세속적 일본 사회의 종교혼합주의
2. 신도와 외래 종교
3. 역사적 고찰: 신불습합에서 신불분리까지
4. 비판불교의 종교혼합주의 비판
5. 결론을 대신하여: 비판불교가 더 답해야 할 것
5장╻비판불교에 대한 세계 불교학계의 반응
1. ‘폭풍’이 지나간 자리
2. 비판불교의 소위 ‘보편성’ 문제
3. 비판의 태도에 대한 비판
4. 서양 불교학계의 관심: ‘신앙’
5. 비판불교는 근본주의적 ‘불교신학’인가?
6. 비판불교의 ‘기체론’ 비판과 ‘사회 비판’에 대한 비판
7. 비판불교의 자기비판: 무아(無我)의 길
종합적 비평╻ 비판불교와 한국 종교 _ 길희성
1. 비판불교, 불교 근본주의, 학문의 가치중립성의 문제
2. 붓다의 연기설과 무아설 그리고 사회윤리적 비판의식
3. 기체설과 사회 비판의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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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비판불교의 불교 내적 비판 정신은 어디에 기인하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간단히 말해서 그것은 비판불교가 붓다의 근본 사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에 기초하고 있다. 거기에 입각해서 비판불교는 그 후에 전개된, 좀 더 정확히 말해, 인도 대승불교 중기 이후로부터 전개된 유식사상(唯識思想), 특히 여래장(如來藏)사상과 불성(佛性)사상 그리고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중국 찬술로 간주되는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이후에 전개된 본각(本覺)사상 그리고 이에 근거한 천태(天台)본각사상과 선(禪)불교사상 등 중국 불교사상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사상들을 통틀어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사실상 비판불교의 비판은 대승불교사상 전체를 겨냥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리고 일본 불교사상이라고 특별히 지칭할 말한 내용은 별로 없다. 다만 위에 언급한 대승불교사상이 지닌 사회적 함의가 일본 사회와 문화에 끼친 부정적 결과에 비판불교는 주목하고 있다.
_ <머리글 _ 일본 사회, 종교문화 그리고 비판불교> 중에서
“여래장사상은 불교가 아니다”라는 마츠모토의 주장은 그 자신의 술회에 따르면 세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첫째로 여래장사상이란 무엇이며, 무엇을 여래장사상이라고 보는가, 둘째로 불교란 무엇이며, 무엇을 불교라고 보는가, 셋째로 첫째와 둘째가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가운데서 불교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는 불교학이 탐구하는 영원한 과제이므로 “나는 X를 불교라고 생각한다”라는 주관적인 판단 형식으로 두는 것밖에는 해답을 제시할 수 없다고 마츠모토는 생각한다. 물론 그 주관적 판단은 불자들이 불전으로 전승해오는 문헌에서 설하는 바에 어느 정도 근거하지 않으면 설득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
불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마츠모토 자신의 견해는 붓다의 연기설과 무아설이 불교의 근본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이 하쿠주(宇井伯壽)의 말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연기설이 붓다가 설한 근본 취지로서 그 이론적 기초로 되어 있는 것이고 근본불교의 근본사상이라고 인정한다.” 우이 하쿠주의 말이 시사하고 있듯이, 연기설이 붓다의 가르침의 핵심이라는 것은 일본 불교학계에서 일반적인 것이지만, 연기설에 관한 마츠모토의 해석이 특이하다. 그는 우선 원시 불교로부터 전해온 것으로 여겨지는 12지 연기설을 중심으로 해서 연기를 이해하며, 더욱이 그것을 일정한 방향성을 지니는 시간적 인과관계로 이해한다. 따라서 중중무진(重重無盡)의 법계연기(法界緣起)나 사사무애(事事無碍)를 설하는 화엄사상(華嚴思想)에 기초해서 연기를 해석하는 우이 하쿠주(宇井伯壽)의 이해는 석존이 설했다고 보는 연기설의 해석으로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 마츠모토의 판단이다.
_ <1장 _ 대승불교사상 비판 (1)>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상(無常)을 하나의 곡선이 끊임없이 매순간마다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어서 잠시도 멈춤이 없는 것처럼 이해한다. 다시 말해서 이 곡선은 직선을 포함하지 않는 순수한 곡선이며, ‘끊임없는 변화’(constant change)라는 것이다. 그러나 곡선에서 직선을 완전히 배제하려고 하면 곡선은 최종적으로 하나의 원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원이란 ‘끊임없는 변화’로서 끝없이 변화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변화의 방식(정도)이 일정하기 때문에 곡선이 제시하는 것은 실은 ‘변화’가 아니라 ‘무변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곡선은 ‘변화’라는 시간성의 가장 본질적인 성질을 상실함에 따라 일정한 불가역적 방향성도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곡선에는 방향을 제시하는 화살표도 이미 소실되고 시간이 완전히 해소되게 된다는 것이다.
한순간도 멈춤이 없는 ‘끊임없는 변화’라는 것은 실은 ‘무변화’이고 ‘무시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마츠모토의 판단이다. 그에 의하면 이와 같은 ‘끊임없는 변화’를 상정하는 시간론의 근본적인 오류는 시간을 본질적으로 공간적인 양의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는 데 있다. 따라서 어떤 것 X에 대해 끊임없는 변화가 상정될 때 그 X는 반드시 공간적인 ‘사물’(thing)로 파악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말하자면 물리적 시간, 과학적 시간이기 때문에 이론으로서는 일반인들이 납득하기 쉬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된다는 것이 마츠모토의 비판이다.
_ <2장 _ 대승불교사상 비판 (2)>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