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매치

프롤로그
1. 기억을 뒤로하고
2. 뉴 제너레이션
3. 시선이 움직인다
4. 소년이 남자 되다
5. 파도치는 감정들
6. 몰래 하는 데이트
7. 아이돌 스타 되다
8. LOVE…….
9. 폭풍 전야
10. 빅 매치(Big Match)
11. 위기는 기회다
12. 화해 그리고 사랑
에필로그
작가 후기

사랑을 뒤로하면 또 다른 사랑이 오나봐.
그 남자의 뒷모습은 아련하고 눈, 코, 입은 안개비처럼 흐려져~
헤어 나올 수 없다고 여겼는데
새로운 사랑이 오려고 해.
두근거리지 않을 것같이 굳어가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어.
두근두근~

“두근두근?”
정아는 가슴 위에 손을 얹고는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렇게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있다가 그녀는 거세게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야. 이건 정말 아니야. 후우.”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면서 머리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녀의 뇌리를 강타하는 충격에 몸이 휘청거렸다. 그녀가 한국까지 온 이유가 서서히 희미해지고 있었다. 피터를 잊기 위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그녀에게 달려오게 만들고 싶어 한국행을 결심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피터에게서 연락이 없는 걸 보면 그녀에 대한 미련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왜 이렇게 내 뜻대로 안 되는 거지? 그리고 왜 이런 교통사고가? 그래, 이건 교통사고야.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이제 어떡하지?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게 되어버렸어.’
“아, 미치겠다.”
그녀는 비명 지르듯이 소리치면서 손에 쥐고 있는 캔맥주를 던지려고 머리 위로 치켜 올렸다. 하지만 그녀는 팔을 내릴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
“누구…….”
“왜 미친다는 거야?”
그녀는 놀라서 반사적으로 뒤돌아서려고 했지만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그녀의 몸이 뻣뻣하게 굳으면서 눈빛이 흔들렸다.
“…….”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용기가 나지 않았다.
“왜 미친다는 거야? 나 때문이야?”
정아는 아니라고 크게 소리치려고 고개를 들었다가 그의 눈을 마주친 순간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
“맞나보군.”
그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져 나가면서 그의 손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난…….”
“쉿! 아무 말도 하지 마.”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우린 이러면 안 돼. 넌…….”
그녀는 그의 손을 밀어냈다.
“왜 안 되지?”
그가 비아냥거렸다.
“넌…… 나보다 어리고, 가수가 되고 싶어하고, 너에게 어울리는 여자는…….”
‘메이지의 혜미야.’라는 말을 해야 하는데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진서가 욕심났다, 숨이 막힐 정도로. 하지만 이러면 안 된다고 그녀의 남아 있는 이성이 말했다. 더구나 그런 그녀 마음 한편에는 아직도 피터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동시에 두 남자가 그녀 마음속에 있는 한 그 누구도 선택할 수 없었다. 아직은 혼란스러웠고 괴로웠다.
“아니, 나에게 어울리는 여자는 정아, 이정아뿐이야. 그리고 지금 당장 결혼하자고 하는 거 아니잖아. 서로의 감정을 숨기지 말자고 우리 한 번…….”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입술에 닿으면서 그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녀는 그의 눈에 포로가 되어 머릿속은 하얀 백지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의 얼굴이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입술이 닿았다. 그의 부드러운 입술 감촉에 그녀의 입술이 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