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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83945709
· 쪽수 : 108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학교에서 싸움을 제일 잘한다. 힘도 아주 세다. 나를 건드리는 애들은 모두 코피가 터진다. 내가 때려눕히고, 깔아뭉개 버리면 울지 않는 애들이 없다.
나는 싸움꾼 릴리다.
“할아버지, 공산주의가 뭔지, 꼬꼬들은 무슨 일을 했는지 설명해 줘요.”
한번은 내가 이렇게 때를 써 봤지만 할아버지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건 정치에 관한 거야. 그리고 정치란 어린 여자애에게는 너무 복잡한 거지.”
왠지 무시를 당한 것 같아서 나는 톡 쏘아붙였다.
“흥, 꼬꼬는 닭일뿐이잖아요! 그리고 설명하기에 너무 복잡하다는 말은 설명하지 못하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예요. 그건 그냥 변명이라고요. 꼬꼬 할아버지!”
그러자 할아버지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러면 너는 왜 늘 애들과 싸우기만 하는지 내게 설명해 주겠니?”
“싫어요!”
나는 할아버지한테 꽥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오냐, 꼬꼬한테는 설명하기 싫단 말이지? 좋다, 그러면 피장파장이다. 요 꼬마야.”
나는 꼬마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왜 싸우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아슬란을 쳐다보았다. 아슬란의 눈에는 왠지 슬픔이 가득 고여 있었다.
“너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어.”
아슬란이 되풀이하여 말했다.
“내가 그냥 여자애뿐이라고? 여자애는 ‘그냥 여자애’가 아니야. 여자애일뿐인 것도 아니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내 말에 아슬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애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건 아니었어.”
독특한 억양으로 아슬란이 다시 말했다.
“여자애는 겨-얼-코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야.”
아슬란의 까만 눈동자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