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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초등3~4학년 > 상식/교양
· ISBN : 9788984016682
· 쪽수 : 216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사랑으로 통하는 배려
지극한 배려 - 새 아빠 / 애틋한 배려 - 캐러멜 / 향기로운 배려 - 사과 소녀 / 착한 배려 - 돌아돌아 티 / 조화로운 배려 - 무지개 일곱 빛깔 / 위로받는 배려 - 즐거운 나의 집 / 누룩 같은 배려 - 갈대옷 / 아끼는 배려 - 연탄불
나눔으로 통하는 배려
쪼개는 배려 - 단희네 식당 / 살피는 배려 - 굴뚝 / 부풀린 배려 - 자동차왕의 10센트 / 낮은음자리표 배려 - 평등빵 / 하루치 배려 - 엄마의 외출 / 귀여운 배려, 얄미운 배려 - 소야 아빠 / 안아 주는 배려 - 나처럼 해 봐요, 요렇게 / 엄마표 배려 - 생글이
지혜로 통하는 배려
끌어들이는 배려 - 물길 / 일그러진 배려 - 감자와 쌀 / 내다보는 배려 - 울짱 / 올곧은 배려 - 왕비의 어머니 / 이해하는 배려 - 콩 한 쪽의 초대 / 섬기는 배려 - 두 나그네 / 받쳐 주는 배려 - 도화지 / 조심하는 배려 - 스님의 친구들
용기로 통하는 배려
하나 되는 배려 - 나도 너와 같아 / 꿈꾸는 배려 - 만델라의 텃밭 / 녹이는 배려 - 뒤져 봐요 / 따끔한 배려 - 사람 거울 / 진실한 배려 - 호칭 / 깨어 있는 배려 - 메이플라워호 /
헤아리는 배려 - 남매의 눈물 / 사과하는 배려 - 안경 / 속 깊은 배려 - 도련님
저자소개
책속에서
살피는 배려-굴뚝
오늘도 돌쇠 아범은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대감이 또 기침을 할까 봐 지레 걱정이 되었다.
“이 크고 호사스런 집에 대감마님이 날마다 냇내로 고생을 하다니…….”
“쿨룩쿨룩…….”
역시나 기침 소리가 밖으로 새 나왔다.
‘안되겠다. 내가 한번 여쭙기라도 해야지.’
돌쇠 아범이 용기를 내서 대감에게 말했다.
“대감마님, 연기가 방으로 들어가게 해서 송구합니다. 저어 굴뚝을 조금만 높여 주시면 연기가 방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괜찮다. 참을 만하다.”
한마디뿐 대감은 더 무슨 말이 없었다.
“…….”
크고 호사스런 기와집, 그러나 집의 품새에 어울리지 않는 굴뚝을 생각할 때마다 돌쇠 아범은 주인마님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집 굴뚝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아침저녁 밥을 지을 때마다, 추운 날 군불을 땔 때마다, 따뜻한 기운은 방으로 소올솔 구들 따라 돌고 연기만 받아 밖으로 내보내는 곳이 바로 굴뚝이다. 그런데 그 굴뚝이 너무 작고 낮아 연기가 미처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연기가 방으로 들어와 헤매는 동안 방 안에 있는 사람은 코가 맵고 눈이 쓰려도 참아야 했다.
며칠 뒤였다.
돌쇠 아범이 다시 대감에게 용기를 내서 말했다.
“대감마님, 아무래도 굴뚝을 조금만 더 높여 주셨으면 합니다. 아궁이에 불을 때는 동안 너무나 매워 소인도 참기가 어렵습니다.”
“보릿고개보다 더 힘들겠느냐?”
“네에?”
대감은 돌쇠 아범에게 그 말 한마디만 해 주고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다.
돌쇠 아범도 속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해 영 답답했다.
“우린 이렇게 잘 먹는다고 연기 퐁퐁 내며 자랑하는 게 좋겠느냐, 나쁘겠느냐? 곡식이 많다고 우리만 배부르면 쓰겠느냐, 못 쓰겠느냐?”
대감이 느닷없이 돌쇠 아범에게 물었다.
“그 그거야…….”
돌쇠 아범이 머뭇거릴 뿐 대답을 못했다.
“나가 사랑채 뒤주나 열어 보거라. 줄었으면 채우고.”
“네, 대감마님.”
밖으로 나온 돌쇠 아범이 코를 팽 풀고 중얼거렸다.
‘허긴 그렇지. 고래 등 같은 집에서 시도 때도 없이 연기가 퐁퐁 나면 배가 고픈 사람 어찌 참을꼬. 지나가다가도 속이 뒤집히겠지.’
대감의 깊은 속내를 뻔히 알면서도 한번 디밀어 본 말이 도로 아미타불이 되었다.
돌쇠 아범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사랑채로 향했다.
대문께로 구멍이 나 있는 쌀뒤주를 열고 들여다보았다. 그새 꽤 여러 사람이 왔다 갔는지 뒤주에 쌀이 반이나 줄었다.
돌쇠 아범이 더 채울 쌀을 가지러 광으로 가는데 딸 언년이가 이남박을 들고 뛰어왔다.
“아부지, 또 쌀뒤주 채우러 가세요?”
“오냐. 반이나 줄었더구나. 헌데, 넌 어딜 가려는 참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