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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84018068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1-11-22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아침 전쟁
최악의 날
정말로 바라는 것, 남색 문을 열다
잘생기고 예쁘면 다 용서된다고?
변신 작전!
런웨이를 걸으며
불편한 진실
나와 마주 서기
나름대로 멋진 너, 남색 문을 닫다
생각하고 나누는 톡톡(talk&talk) 교실
리뷰
책속에서
정말로 바라는 것, 남색 문을 열다
아무도 없는 집이 싫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너무 좋아졌습니다. 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창에 걸린 암막 커튼을 주르륵 당겼습니다. 방 안이 깜깜해졌습니다. 창의 한가운데 덜 닫힌 틈으로 살며시 빛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가온이는 침대 아래 상자에 넣어 두었던 남색 무릎담요를 꺼냈습니다. 고흐 그림 전시회에 갔을 때 기념품 가게에서 아빠가 사준 것입니다.
“고흐는 밤하늘에서 달과 별이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추며 잔치를 한다고 생각했대.”
“고흐 아저씨 꼭 아이 같다.”
“그렇지? 우리 가온이 마음 같지?”
아빠는 가온이의 손을 더욱 꽉 쥐며 눈을 맞추고 말했습니다.
그때 아빠의 따스한 눈빛과 숨결을 가온이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빠 생각을 하자 울음이 터졌습니다.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웃을 때면 가느다란 실눈이 가온이와 꼭 닮은 아빠. 엄마의 큰 눈을 안 닮았다고 외할머니는 혀를 찼지만 가온이는 아빠 닮았다는 말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아빠 닮은 작은 눈이 너무나 싫습니다.
‘아빠, 내가 대체 뭘 잘못했어? 눈 작은 게 내 잘못이야? 왜 놀림을 받아야 해? 엄마는 왜 내 말을 안 들어주는 거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한테만 뭐라 하고.’
가온이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이 그려진 남색 담요를 돌돌 말아 가슴에 안고 침대 위를 굴렀습니다. 아빠가 보고 싶거나 외롭고 슬플 때, 고민이 있을 때 담요를 안으면 아빠 품처럼 마음이 편해지고 스르르 잠이 오곤 했습니다. 남색 담요에 눈물이 스며들었습니다.
짙은 남색 밤하늘 아래 노란 별빛이 밝혀 주는 길을 걷던 가온이는 불꽃처럼 하늘로 치솟은 사이프러스 나무 앞에 우뚝 섰습니다. 나무 밑동에는 아치형 남색 문이 있었습니다.
“이건 무슨 문이지?”
가온이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쇠로 된 낡은 검정 손잡이를 돌렸습니다. 삐그덕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습니다. 문턱을 넘어 들어가자 눈앞에 남색 융단이 길게 깔린 길이 나타났습니다. 양쪽 벽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가 길과 맞물려 펼쳐져 있었습니다. 가온이는 그 광경이 너무 아름답고 신기해서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익숙한 길인 듯 사뿐히 걸어 도착한 곳에는 너무도 낯선 광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가온이는 어쩔 줄 몰라 손으로 입을 막고 눈을 크게 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