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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0028952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5-03-03
책 소개
목차
꾸오레 7
묘증후군 15
강의실 7101호 59
세렝게티에 가다 65
레브흐 93
심장바이러스 119
아르마딜로 143
퍼즐 173
아라리, 하다 197
향수 219
금릉여인숙 245
저자소개
책속에서
검은색 고양이 하나가 앞서 걷고 있다. 이미 내게 말을 걸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랬다면 미안하다, 나도 말을 걸었다. 하지만 녀석은 무심한 듯 앞만 보며 걸을 뿐이다. 마치 산행 중 만나는 길앞잡이 벌레처럼 내가 가야 할 곳을 알려주려는 듯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앞서간다. 일정함은 곧 존재를 잊게 한다. 이를 아는지, 녀석은 중간에 한 번씩 느닷없이 데굴데굴 구르며 허공에 발짓을 한다. 흠칫, 내가 놀란 듯 걸음을 멈추면, 희뜩 바라보곤 또 앞서 걷기를 반복한다.
- 묘증후군
언제부터인가 남자는 병적으로 개미를 죽이기 시작했다. 방의 어딘가에서 커다란 바퀴벌레의 살점을 뜯는 개미의 환청이 그를 미치게 했다. 지나가는 개미들을 라이터로 태워 죽이거나 손가락으로 짓이겨 버렸다. 음식으로 몰려든 개미들을 향해 살충제를 뿌려댔고 바닥의 틈새를 실리콘으로 모조리 막아버렸다. 하지만 개미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남자는 죽이고 또 죽이다가 결국 포기해 버렸다. 방 안 곳곳에서 적대의 눈초리로 그를 감시하고 있을 수만 개의 시선이 느껴졌다.
- 세렝게티에 가다
“심장을 찾았어요.”
잠든 줄 알았던 소희가 내 주절거림이 끝나자마자 속삭였다. 마치 인형 뽑기 기계에서 원했던 예쁜 인형을 건져 올린 소녀의 말투였다. 그녀 말대로 심장이 다시 조금씩 뛰고 있었다. 얼굴과 팔다리에 열기가 느껴졌다. 나는 가슴을 두어 번 쳤고, 심장이 놀라 움찔움찔 피를 토해내더니 정신없이 뛰어대기 시작했다. 가슴이 뻐근해져 왔고 몸이 나른해졌다. 난 손끝이라도 썩는다면 심장을 도려내겠다고 중얼댔다. 심장이 내 엄중한 경고를 알아들었을까? 그치지 않는 펌프질에 내 손가락과 발가락이 찌릿찌릿 저려오고 있었다. 이내 내 몸은 마치 3,000미터 달리기를 마친 소년 시절처럼 축 늘어졌고 소희는 식은땀까지 흘리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 심장바이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