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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90396679
· 쪽수 : 216쪽
책 소개
목차
1장 직접적인 명령
2장 학교로
3장 하루 휴가
4장 거센 물살
5장 별나기 짝이 없는 것
6장 천재, 나서다
7장 다시 세기
8장 고지 선점
9장 내부 공간
10장 그럴 듯한 것, 믿어지지 않는 것
11장 어른 조력자들
12장 나타난 사람들
13장 확신할 수 없는 일
14장 다시 쓰인 역사
15장 범죄 현장에서
16장 연결되다
책속에서
열쇠를 쓰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라고…… 그 생각을 하자 벤의 입술에 미소가 떠올랐지만 아주 잠깐 동안 뿐이었다. 끔찍한 농담이었다. 학교 수위였던 킨 할아버지는 겨우 여드레 전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세상을 떠나기 불과 몇 시간 전, 할아버지는 벤에게 오크스 초등학교를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맹세하도록 만들었다. 할아버지는 벤에게 금화 한 닢을 주었고 그 금화 앞면에는 ‘공격을 받을 시는 상갑판 선체 중앙부에서 북북동을 보라’라는 글귀가, 뒷면에는 ‘처음부터 항상 나의 학교는 어린이들의 것이다. 방어하라. 던컨 오크스, 1783’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오크스 선장이 직접 내린 명령이었다. 그러니 난 강도는 아니야, 난 학교의 수호자 중 한 명이고 설립자의 직접적인 명령을 따를 뿐인 거야, 벤은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이 학교에는 방어가 필요했다. 학교 건물은 독립전쟁 전부터 바클리 만 옆에 있었고, 오크스 선장이 1783년에 개조해 학교로 만들었다. 그런데 3주만 지나면 철거용 철구가 이 건물을 산산이 부수어 버릴 예정이었다. 단 하루만에 에지포트의 엄청난 역사가 파괴되는 셈이었다. 그 이유가 뭐냐고? 해안과 맞닿은 땅에 시끄러운 초대형 테마파크를 짓기 위해서였다.
벤은 그 생각을 하면서 이를 앙다물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오늘밤 하려는 일이 그다지 범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학교에 침입해서 기물을 부수거나 뭔가를 훔치려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저 살펴보고 조사하려는 것이었다. 이 건물 여기저기에는 비밀, 1780년대 이래로 숨겨져 있었으며 아마도 학교가 파괴되고 항구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관광지로 만드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이제 전쟁은 시작되었고 벤과 질과 로버트가 고지를 선점한 상태였다. 벤은 그 점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니 영리하게 굴고 조심한다면 고지를 지킬 수 있을 터였다.
담임선생님 교실 근처 모퉁이를 돌아가면서 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개는 안도감이었지만 약간의 실망감도 섞인 한숨이었다. 솔직히 벤의 머릿속 한부분에서는 라이먼 아저씨를 혼내주고픈 심정, 장전하고 조준해서 도시 밖으로 내던져 버리고픈 심정
이 도사리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선장의 방식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만약 수호자들이 승리를 하기 위해서 라이먼 아저씨 같은 사람의 힘을 빌려야 한다면 그것은 다른 종류의 고지를 포기한다는 의미였다. 그랬다, 아이들은 폭력배가 되지 않고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필요가 있었다.
이제 전쟁은 시작되었고 적군은 벌써 언덕을 오르는 중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막강한 방어막을 세울 수 있었다. 모든 보호책을 제자리에 놓기만 한다면.
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수호자들이 마지막 전투를 지나치게 일찍 시작한다면 적군에게 압도당하기 십상이었다. 지금은 용기를 그러모으고, 열심히 일하고, 무엇보다도 인내심을 가져야 할 때였다.
“적군 눈의 흰자위가 보이기 전에는 총을 쏘지 말라!”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