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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93315486
· 쪽수 : 206쪽
· 출판일 : 2012-05-01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이야기/ 거미와 지렁이
길
꼬부랑 할머니와 초롱
노래하는 접시
딸부자와 신발 총각
바쁘다, 바빠
종자 콩과 하얀 집
붕붕이 파리학교에 입학하다
상자 속의 비밀
서울에 온 오리 가족
정맹수 담임선생님
할아버지의 무서운 꿈이야기
꾸러기 학교의 악동들
할머니와 이야기 담요
뽀뽀는 사랑을 싣고
별나라에서 만난 사람들
뒤를 돌아보지 말아라
뿅뿅이를 찾아라
골짜기의 빨간 집
제멋대로 아가씨
저자소개
책속에서
거미와 지렁이는 친구입니다.
거미는 나무 위 높은데 살고 지렁이는 땅 속 낮은데 살았습니다.
거미는 나뭇가지 사이에 거미줄을 쳤습니다.
“야아, 정말 예쁘다! 거미줄 무늬가 별을 모아놓은 것 같다.”
거미줄이 아름답게 모양 갖추어지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가운데부터 8방으로 큰 신작로를 뽑고
신작로 사이를 반듯한 줄들로 연결합니다.
마치 큰 도시를 설계하여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보자기를 만드는 거니?”
“아니야.”
“그럼 집을 만드는 거니?”
“그것도 아니야.”
“그럼 미술 작품을 만드는 거니?”
“그게 아니라 먹이를 잡을 올무를 치는 거야.”
바로 이때 파리 한 마리가 신나게 날다가 거미줄에 걸렸습니다.
날개가 붙어 꼼짝도 못합니다.
“봤지? 내가 만드는 실은 풀 같아서 한 번 붙잡히면 못 도망가.”
파리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지렁이도 무서워졌습니다.
“오늘이 내 생일인데 우리 땅굴 집에 와줘.”
지렁이의 초대를 받고 거미는 무척 기뻐하였습니다.
방금 잡은 파리를 선물로 가지고 가면 될 것입니다.
땅속에 들어가 본 거미는 아주 놀랐습니다.
거미줄처럼 땅속 사방에 굴이 파져 있습니다. 땅속의 도시 입니다.
그렇지만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흙이 무너지면 어떻게 하나?'하고 걱정하였습니다.
“걱정하지 마. 내가 판 굴은 절대 안 무너지니까.”
“정말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어?”
“딱 한 번, 재개발 지구에 살 때 난리가 났었지.”
“재개발 지구라면 작은 집들을 헐고 아파트 짓는 데 말이지?”
“맞아. 큰 트럭들이 와서 땅을 마구 파헤쳤거든.”
“네가 만든 굴들이 무너졌겠구나?”
“굴 뿐인가. 목숨까지 잃을 뻔했어. 그 날 내 동생이 죽었어.”
거미는 눈물이 나는 것을 억지로 참았습니다.
“제일 무서운 동물이 사람이야.”
“맞아. 나도 며칠 전에 죽을 뻔했어.”
거미가 다리 여덟 개를 바르르 떨며 말했습니다.
“차돌이네 집 부엌 구석에 거미줄을 쳤거든.”
“파리가 안 잡혔니?”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나며 억센 바람이 부는 거야.”
“지진이 일어났구나!”
“지진이 아니라 차돌이 엄마가 진공청소기를 돌렸어.”
“그게 뭔데?”
“바람을 빨아들이는 기계야.”
“사람들은 우리를 지옥으로 보내는 기계를 발명했구나?”
“거미줄은 날아가고 나는 의자 다리에 매달려 겨우 살았어.”
다리 없는 지렁이는 다리를 여덟 개나 가진 거미가 부러웠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없는 땅속에 사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이 때 머리 위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거미도 지렁이도 사람이라면 무조건 조심해야 합니다.
“내가 나가서 보고 올 테니 너는 여기에 숨어있어.”
거미는 굴을 따라 재빨리 밖으로 나갔습니다.
굴 입구가 바로 거미가 사는 벚나무 뿌리입니다.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몰려오고 있습니다.
낚시 대를 메고 있는 것을 보니 낚시꾼들입니다.
지렁이에게 악마와 같은 것이 낚시꾼입니다.
거미는 나무 위로 올라가 그들을 지켜보았습니다.
나무 밑에서 아주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낚시꾼들이 땅을 파기 시작하였습니다.
다행히 친구 지렁이가 숨어있는 반대 쪽 땅이었습니다.
낚시꾼들은 잡아 올린 지렁이를 칼로 두 동강이를 냈습니다.
그리고 큰 낚시 바늘을 지렁이 배에 사정없이 꽂았습니다.
너무나 잔인해서 거미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습니다.
빨리 이 사실을 지렁이 친구에게 알려 주어야 합니다.
거미는 결사적으로 달려 지렁이 굴로 내려갔습니다.
“낚시꾼들이다. 빨리 도망쳐야 해!”
“어디로 도망가니? 땅 위로 올라가면 금방 들킬 거고.”
“내가 사는 나무 위로 올라가자.”
“나는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서 걷지 못해.”
“참 그렇구나. 좋은 수가 있다. 헬리콥터를 타는 거야.”
“헬리콥터?”
“내가 나무에 올라갔다가 내가 만드는 실을 타고 내려오겠어.”
“그럼 내가 너에게 업혀 실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거니?”
위험한 모험이지만 그 길 밖에 없습니다.
거미가 나무로 올라갔다가 실을 타고 내려옵니다.
그리고 지렁이를 업고 실을 당기며 하늘로 올라갑니다.
이렇게 멋진 서커스가 없습니다.
그런데 낚시꾼 중의 한 사람이 거미를 보았습니다.
“이상한 거미다!”
“거미가 지렁이를 업고 있잖아?”
“정말 그러네. 거미도 낚시를 하려는가?”
“아냐. 거미와 지렁이가 서로 사랑하는가봐.”
“두 놈 모두 잡아 버리자.”
그렇지만 낚시꾼들의 발이 갑자기 묶였습니다.
수많은 개미떼가 이동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거미와 지렁이가 개미들에게 인사하였습니다.
“고맙다. 너희들이 낚시꾼들의 눈길을 돌려주었어.”
“천만에. 하늘이 도운 거지.”
“너희들 모두 어디로 가는 거니?”
“새집으로 이사가는 거야.”
“와아. 끝이 안 보이게 많은데 식구가 몇 마리나 되니?”
“7백 마리가 이동하고 있어.”
“너희들은 싸우지도 않고 마음을 모아 잘 사는구나.”
“싸움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리 개미에게 배워야 해!”
먹이랑 나뭇잎이랑 이삿짐을 물고 가는 개미도 많았습니다.
개미 행렬이 끝날 무렵 지렁이가 말했습니다.
“거미야 고맙다. 나를 살려 주어서.”
“친구를 돕는 건 당연하지. 너희 지렁이가 지구를 살리고 있다더라.”
“그게 정말이니?”
“지렁이들이 땅 속을 잘 갈아서 빗물을 식물에 대준다는 거야.”
지렁이도 거미를 칭찬하였습니다.
“나도 배웠는데 거미가 없으면 곤충들이 세상을 점령한다더라.”
땅속 어두운 데에 사는 지렁이도 어깨가 넓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징그러워하는 거미도 콧대가 높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모두가 살기 좋은 지구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미와 지렁이 친구는 벚나무 위와 아래에서
서로 오가며 오래 오래 사이좋게 잘 살았습니다.
- 최효섭 작가의 들어가는 글 「거미와 지렁이」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