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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94773452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17-07-17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이 책의 주인공 햇살이가 전하는 말·
프롤로그·
가족 소개·
1. 집으로
2. 동생이 온 날
3. 우리는 친구가 아니야
4. 상추 할아버지와 아르쉬딥 누나
5. 큰누나는 북한에서 왔어요
6. 아기들을 안아 줘요
7. 햇살이의 그림책
부록 | 재미있고 활발한 나눔을 위한 질문들
리뷰
책속에서

동산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한 그루 있었어요. 키는 어른 서너 배쯤 되고 초록 잎이 무성했어요. 가장 굵은 가지에 튼튼한 두 줄로 그네가 매여 있었지요. 다섯 살 훈이는 그네에 앉아 그넷줄을 붙잡았어요.
"준비됐어, 훈아?"
등 뒤에서 엄마가 말했어요.
"응!"
훈이는 작고 하얀 손으로 그넷줄을 꽉 잡았어요.
엄마가 등을 밀어 주자 그네가 움직였어요. 점점 높이 올라갔다 내려왔다 했지요.
"와! 신난다! 엄마, 더 밀어 줘. 더 세게, 더 세게!"
그런데 엄마가 아무 대답이 없는 거예요. 등에서 엄마의 손길도 느낄 수 없었고요. 훈이는 두 발로 땅을 디뎌 그네를 멈추었어요. 그러고는 뒤를 돌아보니, 엄마가 보이지 않았어요.
"엄마! 엄마! 엄마?"
훈이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나무 뒤, 바위 뒤, 동산 이곳저곳을 찾아다녔지만 엄마는 아무데도 없었어요.
"엄마, 엄마, 엄마……!"
"훈이가 오늘은 낮잠을 오래 자네. 훈아,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선생님이 훈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훈이는 눈을 반쯤 뜨고는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누워 있었지요.
한 달에 한 번 오던 엄마
눈, 코, 입이 자꾸 희미해져요.
세 달이 지나도 안 오는 엄마
눈, 코, 입이 자꾸 잊혀져 가요.
훈이는 아기집에서 살아요. 아기집은 엄마 아빠 대신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사는 큰 집이에요. 훈이를 낳아 준 엄마는 한 달에 한 번씩 훈이를 찾아왔는데, 이제 오지 않아요. 훈이는 엄마 얼굴이 잘 그려지지 않아요. 그냥 희미하게, 안개처럼, 그리운 마음만 뽀얗게 남아 있어요.
엄마는 안방에 가서 큰 가방을 꺼내 가지고 왔어요.
"여기다 싸."
엄마가 다니엘에게 가방을 건넸어요.
어깨가 축 처진 다니엘은 가방을 질질 끌고 방으로 들어갔어요. 그러고는 주섬주섬 옷이랑 책을 가방에 넣기 시작했어요. 엄마는 문 앞에 선 채 다니엘을 지켜보았고요.
'다니엘이 온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장난을 너무 심하게 쳐서 떠나는 건가?'
햇살이는 다니엘이 떠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엄마가 그렇게 말했으니 어쩔 수 없나 보다 싶었어요.
"잘 가."
햇살이가 손을 흔들면서 슬픈 목소리로 다니엘에게 인사했어요.
다니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안녕."
요한이 형도 풀죽은 목소리로 인사했어요.
다니엘은 묵묵히 짐만 쌌어요.
"빠이."
사랑이도 굳은 얼굴로 인사했지요.
다니엘의 표정이 일그러졌어요.
"안녕, 형."
한결이도 어두운 얼굴로 인사했지요.
다니엘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을 때였어요.
"너희들 정말 보자보자 하니까!"
무시무시한 고함 소리에 햇살이가 돌아보니 엄마가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서 있었어요.
"엄마가 야단치느라고 그랬지, 정말 나가란 소리겠니? 나가긴 어딜 나가? 다 엄마 아들인데! 그리고 엄마가 나가라고 한다고 해도 형제가 돼 가지고 '안녕'이 뭐니? 보내지 말라고 엄마를 붙들고 매달려야지. 너희들 형제 맞니?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구나?"
엄마의 목소리는 아까 다니엘을 야단칠 때보다 백 배 천 배는 더 쩌렁쩌렁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