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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공학계열 > 건축공학 > 건축사/건축일반
· ISBN : 9788995268360
· 쪽수 : 1224쪽
· 출판일 : 2023-09-11
책 소개
목차
1권
6 차례
11 한 식물성 인간의 시선에 대하여 | 이일훈 _건축가
16 서문을 대신해 _대답들 아니 여전히 물음들
28 일상 _설계에 대해
43 하늘과 땅과 바다가 하나의 기운으로 순환하던 그 때 용은 하늘에
서 인왕산 자락으로 내려와 만초천을 따라 한강으로 들어갔다가 멀리 서해까
지 다녀왔을 것이다
| 서울 용산기지 공원화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 제안
49 푸른 궤적의 볼펜 구슬은 멈췄는데 구슬의 족적을 따라가던 생각의
수레바퀴는 프러시안 파랑과 클라인파랑 사이 어느 시공에서 멈추는가
| 인천 청라지구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 조경 현상설계
59 비껴 달려간 선이 만들어낸 그릇에 담긴 물은 어떻게 수직을 거부
하고 비껴 떨어질 수 있는가
| 동덕여자대학교 제2캠퍼스 자연관과 예술관
81 덕흥리 고분 벽화에 있는 직녀를 따르던 검은 개가 지상으로 유배
되어 범어네거리의 실 잣는 사람이 된 신화적 사실과 설계의 추상적 사실은
어디서 접점을 만드는가
| 대구 동대구로 디자인 개선사업 현상설계
131 부산, 움직이다
| 부산 중앙광장 현상설계
173 대체 광화문광장을 생각할 때 밀려오는 난감함은 어디서 비롯된 것
일까. 장소부정합성에 따른 무기력증을 동반한 직업병에 기인한 것인지, 소실
된 장소가 주는 망각과 삶의 표피 사이 간극에서 발생한 상실감을 동반한 우
울증인지 가늠할 수 없어 그에게 몇 가지 사소한 질문을 놓는다
| 서울 시청 앞 광장 현상설계
| 세종문화회관 주차장 공원화계획 현상설계
| 부산 중앙광장 현상설계
201 밝은 방을 통과한 감광된 홀씨가 남긴 유전자가 사억 사천삼백칠십
만 년의 기억을 건너 허난설헌의 스물일곱 송이 연꽃으로 피어난 황홀을 어떻
게 얘기할 수 있는가
| 완주 비비정마을 삼례양수장 저수조 활용 방안 제안설계
219 오차드 글라스와 리드카나리아 글라스로 뒤덮인 초지를 넘어오는
편동풍은 홀아비바람꽃의 생육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 대관령 하늘목장
471 조물주 샨카르는 인간을 창조하고 자기 몸의 털 세 오라기를 뽑아
세 그루의 나무를 만들었다. 최초의 인간이 나무에 열매가 없다고 하자 자기
머리칼을 덮고 있는 재를 훑어 나무에 뿌렸더니 나무들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 인도 구자라트주 기프트시 조경 마스터플랜 현상설계
551 은사시나무와 낙엽송, 소나무와 신갈나무 군락의 숲길 끝 절벽 아래
평창강과 주천강이 만나고 다래산과 배거리산이 포크레인으로 허물어지는 모
습을 숲의 눈이 지켜본다
| 영월 한반도면 몽정리 전망대와 주변 종합계획
2권
제례와 망각으로 추동되는 일상은 어떻게 시간의 틈을 빠져나가는가
| 서소문 밖 역사유적지 현상설계
91 나의 설계는 그들이 손댈 수 없는 자리에 그려져야 한다. 그리고 그
각인은 소거되기 위한 새김이어야 마땅할 것이다. 지금 나는 정유년이나 무술
년에 있다
| 서소문 밖 역사유적지 관광 자원화 사업 _서소문역사공원
241 미겔 데 세르반데스 사아베드라가 류인에게 주문했다는 ‘맘브리노
투구를 쓴 라 만차의 돈 끼호테 조각’을 보고 싼초 빤사가 내린 평가가 소더비
경매가에 미친 영향을 승정원 서기 환 가요 데 안드라다는 왜 언급하지 않았
는가
| 홍천 해밀숲수목원 류인조각정원
333 중국굴피나무 열매의 날갯짓이 품었던 꿈은 을숙도로 날아든 넓적
부리도요가 본 남지나해의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 동아대학교 승학캠퍼스 중앙운동장 공원 되기
403 새벽녘 두 개의 둥근 달이 뜨고 어슴푸레하게 푸르른 대기 속에 지
평선이 검붉은 윤곽을 드러내는 지금쯤 직녀성을 떠난 배가 견우성의 중력권
으로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 국립과천과학관 중장기과학공원 조성을 위한 개념설계
| 공룡동산 개선 사업
499 들쑥날쑥 엉금앙금 꼬불구불 요리조리 길쭉걀쭉 우당탕탕 미끈축
축 슬금살금
| 네 개의 어린이놀이터
577 침목 빠진 철길 따라 흐트러진 푸른 풀과 기울어진 전봇대, 녹슨 쇳
덩어리들 사이로 검은 개 지나고 꽃향기도 없이 도로는 부러졌고 발전소는 폐
쇄됐으며 강은 늪처럼 변한 흉한 소문 속 긴 송수관이 만든 터널 지나 모래 둔
덕 가득한 방 지나 안이면서 밖인 벽으로 둘러싸여 부지불식간에 비가 쏟아지
는 텅 빈 차원의 공간 앞에 욕망이 울고 소망이 입을 닫는다. 여긴 어디인가
| 마포 석유 비축기지의 재생 및 공원화 사업을 위한 국제설계경기
설계지침서
| 시흥 맑은물 상상누리 문화재생 2단계 조성사업 설계 제안공모
611 색인과 호명 | 사의와 호명 | 흘려보내는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v책상 위에는 초벌그림을 그리기 위한 몇 개의 도구가 있다. 1800x900mm 크기의 책상 위에 달린 길이 900mm짜리 아이자, 두 개의 플라스틱판을 붙이고 자의 양쪽 끝에 두 개씩 네 개의 바퀴에 꼰 철삿줄을 8자로 걸어 책상에 고정해 놓게 되어 있어 좌우가 놀지 않고 평행으로 움직인다. 밑판에는 여섯 개의 구슬이 달려 있어 위아래로 움직임을 돕고 위판의 왼쪽에 아이자를 고정할 수 있는 돌림 단추가 있다. 아이자를 이용하면 곧은 직선을 일정한 간격으로 그릴 수 있다. 그러나 설계하면서 쓰는 아이자는 단순히 직선을 그리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하늘과 땅의 접점을 확인시켜주는 먼 지평선을 내포한 도구다. 계획지의 이쪽과 저쪽으로 그은 긴 직선 하나 중력의 무게를 드러낸 가로선은 하늘의 끝이거나 땅의 표면 여기에 길을 내고, 나무를 심고, 데크를 깔고, 의자를 놓아 사람들을 부른다. 그도 아니면 지평선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풍경이 되어버리거나.
도면은 환하게 빛나지만, 선은 보이지 않는 도구를 내려놓은 채 비로소 먼 산을 보며 담배 한 대 피울 수 있는 산 그림자가 마을에 길게 드리우고 파란빛깔의 하늘과 선명한 경계를 이루는 시간을 그림책 작가 안 에르보는 ‘파란 시간’이라 이름했다. 지금은 파란 시간이다. 가끔 사실은 자주 설계가 힘들다는 말을 내뱉지만, 엄밀히 말하면 설계 자체가 힘든 것인지, 설계하는 상황이 힘든 것인지 모호해질 때가 많다. 이 모호함은 규명되지 않은 채 삶이 ‘원래 힘든 걸로’ 귀결되기 일쑤여서 더 이상 들여다보지 않게 되곤 하지만 그래도 파란 시간인 까닭에 무언가 생각이라는 것을 아니면 꿈이라도 꾸어야 하지 않나, 싶어진다.
광장은 도시의 배꼽이다. 배꼽이 몸의 중심이라면 도시에서 광장이 그러하고 민주주의를 공급하여 물질대사가 일어나게 하던 탯줄의 흔적이자 미래라면 더욱 그러하다. 집적과 적층의 도시에서 거의 유일하게 비워진 곳으로 광장은 도시의 숨구멍이다. 이 숨구멍으로 바람이 들어오고 하늘을 우러를 수 있는 까닭에 광장은 도시의 창이 된다. 창을 통해 우러르던 하늘은 우주로 열려 있다. 열린 우주에서 도시를 바라보면 광장은 도시의 우물이다. 깊고 어두워 바닥을 알 수 없는 우물은 도시의 의문부호다. 의문은 거리를 만든다. 비워 떨어진 거리만큼 도시를 바라보고 이 바라보는 시선이 도시의 규모와 색, 질감과 음영, 어둠의 분위기, 골목으로 숨어드는 사람들을 통해 도시를 가늠한다. 그래서 광장은 한 도시를 읽는 척도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