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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문화/예술/인물 > 한국인물
· ISBN : 9788997162246
· 쪽수 : 139쪽
· 출판일 : 2012-05-21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벌교 앵보
언제나 일 등만 하는 촌놈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키우는 소년
책장수의 남다른 꿈
세계를 품은 사업가
뿌리 깊은 나무를 심다
우리 것에 대한 끝없는 사랑
시련에 꺾이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이 되어 흐르다
더 알고 싶어요
1. 한창기 할아버지의 삶을 돌아보았어요
2. 한창기 할아버지를 만났어요
리뷰
책속에서





“와? 닭을 기냥 안고 온 거이니?”
“죽이지 못하겠어요.”
“와?”
“…….”
창기는 고개만 푹 숙이고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속으로는 어린 제자에게 이런 잔인한 일을 시키는 선생님이 원망스러웠어요.
“너, 혹시 닭 잡는 일을 천하게 생각해서 그런 게 아이니? 닭 잡는 일은 너처럼 영어 공부를 하는 학생에게 어울리지 않아서 못 잡은 거은 아이지?”
창기는 움찔했습니다. 사실 마음속으로 닭과 소를 잡는 따위의 직업은 자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창기는 고개를 저었어요.
“그란데 와 못 잡았네? 무서워서 못 잡았다고? 파리도 잡고, 모기도 잡고, 쥐도 잡으면서 뭐가 무섭니? 닭고기는 맛있는데, 닭은 못 잡겠다니. 그런 얄팍한 마음보가 어딨네!”
창기는 선생님의 나무람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섭섭하거나 억울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직업에 대해 가졌던 생각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그날, 선생님의 가르침은 창기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누구나 좋아 보이는 일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궂은일을 해야 한다면 창기 자신은 팔을 걷어붙이리라 다짐했어요.
당시,《뿌리깊은나무》는 여러모로 무척 파격적인 잡지였습니다. 그 시절의 잡지사라면 아무도 해 보지 않던 다양한 시도를 맨처음 시작한 잡지라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대부분의 잡지는 일본 책이나 오래된 한문 책처럼 세로쓰기하는 게 일반적이었어요. 그리고 부록을 꼭 따로 챙겨 주고, 책을 최대한 두껍게 만들었지요. 책 크기도 지금처럼 큼직큼직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한자 이름으로 짧게 이름 짓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한글 이름으로, 그것도 길게 여섯 글자나 되는《뿌리깊은나무》는 사람들 눈에 이상하게 비치는 게 당연했습니다. 무엇보다《뿌리깊은나무》잡지 기사에는 한자나 영어가 단 한 자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순 우리말 잡지였습니다. 누구도 해 본 적 없는 시도였어요.
“한국에서 발간되는 잡지는 가장 한국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글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읽을 수 있는 잡지를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입니다.”
창기의 생각은 확고했습니다.
“우선 작은 것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일본 잡지를 더는 흉내 내지 않는 잡지, 누구라도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잡지, 외래어로 얼룩지지 않고도 얼마든지 품격 있는 순 우리말 잡지를 독자들에게 선보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