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메이트

해마다 봄을 심하게 타는 유화.

봄이 되고 날이 따뜻해지면
몸이 나른하고,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사랑하고 싶고, 꽃놀이하러 다니고 싶다.

그때마다 친구 강지에게 남는 남자 없냐며 졸라대지만,
그게 말뿐이라는 것은 본인이 더 잘 안다.
꽃놀이하러 가고는 싶지만, 늘 마음뿐이다.
언제나 여의도 윤중로 벚꽃 한 번 찍고 아쉽게 봄을 흘려 보낸다.

유화에게 한 걸음씩 다가오는 옆집 남자 신우.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에 옷을 적시듯 신우는 유화의 일상에 시나브로 자리잡는다.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물건을 공구하고, 길고양이 밥을 주면서.

그렇게 약 1년.

일 때문에 신우는 최소 한 달 반의 일정으로 미국으로 떠나게 되고
유화는 신우를 만나기 전 혼자만의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조금 허전하다 말겠지, 생각하는 유화.
하지만 신우 없이 보내는 시간이 유화에겐 지독하게 외롭고 쓸쓸하다.

한 달의 시간이 흐르고, 신우가 돌아온다.
유화는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곁에 와준 신우가 눈물겹게 반갑고 고맙다.

신우가 돌아온 날,
유화는 그와 함께 밤을 보낸다.
하지만 이튿날,
유화는 친한 이웃에서 남자로 성큼 다가온 신우에게서 뒷걸음질 치려 한다.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유화에게 신우는 스프링 메이트라는 관계를 제안한다.
친구처럼, 연인처럼, 가족처럼 함께 봄을 보내자고.
봄이 끝나고 여름이 시작되면 다시 원래대로, 이웃으로 되돌아가겠다고.

유화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신우와 함께 생애 최고의 아름다운 봄날을 보낸다.

시간이 흘러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시작된다.
스프링 메이트 관계를 끝내고
유화는 다시 예전처럼 신우와 이웃으로 되돌아간다.

하지만 유화는 예전처럼 되돌아가기가 한없이 힘겹다.
신우에 대한 마음이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후니까.
이미 그를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난 신우 씨가 너무 좋아서 힘들어 죽겠는데. 그래도 신우 씨 잃고 싶지 않아서, 신우 씨랑 끝내는 게, 헤어지는 게 싫어서! 스프링 메이트 이상은 안 하려고 내가 얼마나 죽도록 애썼는데! 이웃으로 만족하려고 했는데! 나만 참고 참고 또 참고! 내가 들장미소녀 캔디도 아니고!”
“아직도 유화 씨한테 나는 그냥 이웃이에요? 그러면……. 여전히 스프링 메이트로만 지내고 싶은 사람?”
“신우 씨. 나……. 이민 갈래요. 같이 갈래요?”
“당연하죠. 어디로 갈까요?”
“따뜻한 나라요.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1년 열두 달 봄인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