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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 (2025 뉴베리 대상 수상작)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91158365479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25-09-19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91158365479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25-09-19
책 소개
2025년 뉴베리 대상에 빛나는 The First State of Being이 《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에린 엔트라다 켈리의 세 번째 뉴베리 수상작으로 2024년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2025 뉴베리 대상 수상
2024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
2024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2024 시카고공공도서관 최고의 어린이 소설
2024 커먼센스미디어 최고의 책
2024 북페이지 최고의 중학년 도서
2024 셸프어웨어니스 어린이와 십 대를 위한 최고의 책
2025 주목할 만한 어린이 청소년 SF 추천 목록
‘뉴베리 3관왕’ 에린 엔트라다 켈리의 새로운 뉴베리 대상작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그저 덜 외롭기를 바랍니다. 제 목표는 늘 그것입니다.”
어느 날 먼 미래에서 시간 여행자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요약된 책을 지니고서 찾아온다면 어떨까요? 어떻게 해서라도 그 책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요? 그런데 그 책을 읽으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불안하지 않을까요?
《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는 전작 《안녕, 우주》, 《우리는 우주를 꿈꾼다》로 이미 두 번이나 뉴베리상을 수상한 에린 엔트라다 켈리의 세 번째 뉴베리 수상작입니다. 수상 이력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어 보면 ‘어린이 문학에 주는 노벨상’이라 불리는 뉴베리 대상을 받아 마땅한 작품이라는 사실에 독자들도 깊이 공감할 것입니다.
에린 엔트라다 켈리는 그간 여러 작품에서 자신처럼 수줍고 외로운 아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대변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도 감당하기 힘든 불안과 죄책감, 혼란을 남몰래 품고 있는 예민하고 외로운 소년 마이클이 등장합니다. 초반에는 주변 인물들과 독자의 눈을 피하려던 마이클이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차츰 몸을 돌려 모두와 똑바로 마주하려 애쓰고 있음을 독자도 마음 깊이 느끼고 응원하게 될 것입니다.
전작 《우리는 우주를 꿈꾼다》에서 ‘1986년 챌린저호 발사와 불운한 사고’라는 역사적 사건이 시대 배경이 되었다면, 《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는 컴퓨터 시스템의 인식 오류로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Y2K 공포’가 전 세계에 퍼져 있던 세기말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러나 그 시기를 직접 겪지 않은 독자들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아니 오히려 양극화된 사회와 희망 없는 미래에 더 큰 불안과 소외, 좌절감을 느끼고 있을 오늘의 어린 세대에게 위로가 될 만한 이야기입니다.
1999년 8월 17일, 열두 살 생일을 맞이한 마이클 앞에 자신이 2199년에서 왔다고 말하는 이상한 소년 리지가 나타납니다. 소심하고 걱정 많은 마이클이지만 겉으로는 그럭저럭 평온하게 지내고 있었지요. 그런데 느닷없이 찾아온 리지가 마이클에게 달린 폭발 버튼을 누르기라도 한 걸까요? 나름대로 잘 숨겨 온 불안과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리지를 만나면서 모조리 마이클 몸 밖으로 튀어나와 버립니다. 생필품 좀도둑질로는 대비할 수 없었던 갑작스러운 만남과 크나큰 이별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마이클은 고통스럽지만 용감하게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 이곳이 우리 인생 최고의 장소야.”
99와 99 사이, 시간 선을 넘어온 소년이 가르쳐 준 ‘존재의 첫 번째 순간’
이 책의 원제는 ‘The First State of Being’입니다. 직역하면 ‘존재의 초기 상태’ 정도가 될 텐데, 본문에서는 ‘존재의 첫 번째 순간’으로 옮겼습니다. First State는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이자 ‘미국의 첫 번째 주’라고 불리는 델라웨어주를 가리키는 동시에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리지는 엄마인 마리아 세이비오 박사가 해 준 말이라면서 ‘존재의 첫 번째 순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 엄마가 ‘현재’를 가리키는 말이야. 지금 이 순간.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 여기는? 이건 첫 번째 순간이야, 가장 중요한 순간, 모든 게 의미 있는 순간.”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 처음으로 나로서 존재하는 상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처음으로 자각하는 순간이자, 궁극적으로는 현재에 집중하고 미래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지에게는 시간 여행을 시작한 뒤 느끼는 혼란과 깨달음, 마이클에게는 현재를 똑바로 마주하며 겪는 뼈아픈 성장, 그리고 무척이나 다른 두 인물이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는 경험까지도 아울러 ‘존재의 첫 번째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1999년을 살면서 2000년 1월 1일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불안해하던 마이클은 2199년에서 온 시간 여행자 리지를 만나 Y2K에 관해 끊임없이 캐묻습니다. 리지가 절대 말할 수 없다고 하자, 이번에는 어떻게 하면 리지가 가진 ‘요약서’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 궁리하지요. 마이클에게는 없는 자신감과 어른스러움, 마이클과 리지를 다르게 대하는 기비의 태도, 마이클이 느끼기에 가장 중요한 목표물인 요약서…… 이렇듯 마이클이 처음에 관심을 가진 것은 리지를 둘러싼 조건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이클은 나약하고 아이 같은 리지의 모습,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슬픔과 외로움을 알게 되며 차츰 리지라는 존재 자체를 이해하게 되고 솔직한 마음을 나눕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막연한 미래를 걱정하는 대신 ‘지금 이곳의 나’를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해. 실수했다고 불행해져야 한다는 법은 없어.”
불안과 두려움에 잠겨 있는 오늘의 어린 독자에게 보내는 위로
마이클은 Y2K를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아무도 모르게 통조림 같은 생필품을 하나씩 훔쳐다가 침대 밑에 숨겨 두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이클이 느끼는 불안의 이면에는 죄책감이 있습니다. 대형 마트에서 중간 관리자로 일하던 엄마가 일을 빠지고 독감에 걸린 자신을 돌보다가 해고되었기 때문입니다. 이후로 엄마는 낮은 급료를 받으며 일터 세 곳에서 밤늦게까지 일하게 되었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기비가 돌보미를 자처하며 마이클을 돌봐 주게 된 것이지요.
죄책감은 또 다른 죄책감을 불러옵니다. 엄마를 자른 점장의 딸 기비를 좋아한다는 것, 공과금 낼 돈도 없는 엄마에게 생일 선물로 비싼 조던을 받고 기뻐했다는 것, 자신이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모든 감정이 마이클은 죄스럽기만 합니다. 안타깝게도 마이클은 내내 ‘나는 나쁜 아이다. 그러니까 나는 기쁘고 행복하면 안 된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스스로에게 벌을 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언제 들킬지 모르는 좀도둑질을 계속하는 것도 사실은 불안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나쁜 아이’임을 잊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아니었을까요?
그런 마이클은 리지를 만난 뒤로 억눌러 온 감정을 툭툭 터뜨리기 시작합니다. 리지가 첫 번째 귀환을 시도하던 날, 마이클은 충동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털어놓습니다. 그때 리지는 아무런 추궁 없이 마이클에게 이렇게만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해. 실수했다고 불행해져야 한다는 법은 없어.”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괴짜 시간 여행자가 아마도 마이클이 오랫동안 기다려 왔을 말을 들려준 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면에서 마이클과 정반대인 것처럼 보이던 리지도 첫 번째 귀환에 실패하면서 마이클과 비슷하게 부정적이고 나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면역이 없는 채로 감기에 걸린 리지는 엄마가 오랫동안 공들인 공간 텔레포트 모듈(시간 여행 장치) 연구를 자신이 망칠지도 모른다는 죄책감과 가족과 영영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완전히 절망해 버리지요. 그런데 그때 마이클이 리지에게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해. 실수했다고 불행해져야 한다는 법은 없어.”
마이클이 리지에게 들은 말을 돌려주는 이 장면에서 아마도 많은 독자가 전율을 느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마이클과 리지뿐만 아니라 오늘날 저마다 크고 작은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어린 독자에게 작가가 들려주고 싶은 말이라는 것을 깨닫고, 깊은 위로를 얻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먼지야, 마이클. …… 그래도 우리는 모두 역사의 일부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모여 역사를 이룬다는 명쾌한 진리가 담긴 책
리지가 첫 번째 귀환에 실패한 뒤 마이클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일이 벌어집니다. 마이클이 어릴 때 가족을 떠난 진짜 아빠보다 더 마이클에게 애정을 쏟던 아파트 관리인 모슬리 씨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뜬 것이지요. 모슬리 씨는 마이클처럼 외로운 사람이었고, 엄마가 일하러 나가 있는 동안 마이클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마이클의 마음을 살뜰히 챙겨 준 사람입니다.
그런 모슬리 씨를 갑작스럽게 보내고 마이클은 “마치 온몸의 근육을 모두 잡아당겨 가슴 한가운데 못으로 박아 놓은 것만” 같은 고통을 느낍니다. 그리고 함께하지 못한 마지막 점심에 대해 또다시 죄책감을 느끼지요.
마이클은 리지에게 모슬리 씨가 죽을 걸 알고 있었느냐고 묻습니다. 요약서에 나와 있었느냐고요. 리지는 마이클에게 요약서에 모든 사람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그걸로 끝이야? 아저씨가 죽었는데 기록도 안 남고 그냥 잊히는 거야? 아저씨는 역사에 안 들어가?”
“역사는 형편없는 사람들을 기억하기도 하고 훌륭한 사람들을 잊기도 해. 어쨌건 지금 여기서 너랑 내가 기억하잖아. 기비도, 너희 엄마도. 책에 안 적힌다고 그분의 삶이 시시했다는 뜻은 아니야.”
혼자 아픈 아들을 돌보다가 해고되어 급료가 낮은 일들을 전전하는 글로리아, 가족 없이 혼자서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던 모슬리, 세속적인 아버지와 망나니 오빠 때문에 일찍 철이 든 고등학생 기비, 지진이나 허리케인의 이름 뒤에 스러져 간 평범하고 성실한 이름 없는 사람들…… 마이클은 자신에게 소중한 혹은 누군가에게 소중했을 사람들이 한낱 먼지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리지는 마이클에게 한 가지 중요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가 모두 먼지인 것은 맞지만, 그 먼지들이 모여서 역사를 이루는 것이라고요. ‘요약서’는 리지 입장에서 ‘역사책’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래서 마이클이 정작 알고 싶어 하는 것들은 요약서를 보아도 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바로 ‘미래’니까요.
모슬리 씨는 자신이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받은 애정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마이클에게 고스란히 물려주었습니다. 역사를 이루는 촘촘한 씨실과 날실에는 이런 따뜻한 사람들의 연대가 맺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슬리 씨 어머니가 어린 모슬리 씨에게 들려주었다는 말이 결국 마이클을 현실과 마주하게 만듭니다. “밤에 자기 전에 자신에게 물어보렴. 나는 오늘 좋은 사람이었나? 아니라는 답이 나오면 내일 더 잘하면 돼.”
“이거 봐, 마이클. 너무 아름답지 않아? …… 지금 지구에는 호랑이가 있구나.”
환경, 비혈연 가족 등 여전히 유효한 고민거리와 SF다운 매력적인 반전을 품은 이야기
《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의 앞머리에는 ‘웃는 남자에게’라는 헌사가 실려 있습니다. 이 ‘웃는 남자’는 레베카 스테드의 《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상한 노숙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에린 엔트라다 켈리는 자신이 아끼고 좋아하는 레베카 스테드의 작품에 보내는 답가로서 《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를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리지의 이름이 적힌 종이’라든가 이 책의 중요한 비밀이 담긴 반전 요소들이 레베카 스테드 작품의 오마주로 보이는데, 두 책을 함께 놓고 읽어 본다면 더욱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 여행’이라는 SF 소재에 충실하게 본문 중간중간 유머러스한 별면 기록을 수록한 것이나 2199년의 기록들과 ‘과거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관해 작가 나름의 답을 후반부에서 유쾌한 반전으로 풀어 놓은 것도 무척이나 재미있고 매력적입니다.
Y2K가 한참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들을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여 냈다는 점도 이 작품의 훌륭한 지점입니다. 특히 쇼핑몰 장면에서 환경 문제에 대해 다룬 부분들이 인상적입니다. 마이클이 기후 위기에 관한 아이작 아시모프의 책 《성난 지구》를 계속해서 언급한다거나 리지가 벌에 쏘인 여자아이를 보고 울 정도로 기뻐하는 장면 뒤에 벌의 멸종에 관한 미래의 보고서를 수록한 것은 재미있는 이야기에 빠져 있던 독자들을 한 번씩 움찔하게 만듭니다.
또한 마이클과 기비, 마이클과 모슬리 씨, 마이클과 리지처럼 냉정하게 말해 남남일 뿐인 사람들이 혈연관계에 있는 가족 이상으로 마음을 나누고 연대하는 모습에서는 점차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고 있는 ‘비혈연 가족’에 대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작가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간 여행을 다룬 SF 동화가 이렇게 다양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담아내면서 문학이 문학으로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가장 아름답게 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독자들이 감동하리라 생각합니다. 기술적인 부분 이전에 작가가 말한 것처럼 “아이들이 이 책 한 권만큼 이라도 관심과 보살핌을 받으며 친구가 생겼다고 느끼기를” 바랍니다.
2024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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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베리 3관왕’ 에린 엔트라다 켈리의 새로운 뉴베리 대상작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그저 덜 외롭기를 바랍니다. 제 목표는 늘 그것입니다.”
어느 날 먼 미래에서 시간 여행자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요약된 책을 지니고서 찾아온다면 어떨까요? 어떻게 해서라도 그 책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요? 그런데 그 책을 읽으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불안하지 않을까요?
《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는 전작 《안녕, 우주》, 《우리는 우주를 꿈꾼다》로 이미 두 번이나 뉴베리상을 수상한 에린 엔트라다 켈리의 세 번째 뉴베리 수상작입니다. 수상 이력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어 보면 ‘어린이 문학에 주는 노벨상’이라 불리는 뉴베리 대상을 받아 마땅한 작품이라는 사실에 독자들도 깊이 공감할 것입니다.
에린 엔트라다 켈리는 그간 여러 작품에서 자신처럼 수줍고 외로운 아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대변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도 감당하기 힘든 불안과 죄책감, 혼란을 남몰래 품고 있는 예민하고 외로운 소년 마이클이 등장합니다. 초반에는 주변 인물들과 독자의 눈을 피하려던 마이클이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차츰 몸을 돌려 모두와 똑바로 마주하려 애쓰고 있음을 독자도 마음 깊이 느끼고 응원하게 될 것입니다.
전작 《우리는 우주를 꿈꾼다》에서 ‘1986년 챌린저호 발사와 불운한 사고’라는 역사적 사건이 시대 배경이 되었다면, 《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는 컴퓨터 시스템의 인식 오류로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Y2K 공포’가 전 세계에 퍼져 있던 세기말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러나 그 시기를 직접 겪지 않은 독자들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아니 오히려 양극화된 사회와 희망 없는 미래에 더 큰 불안과 소외, 좌절감을 느끼고 있을 오늘의 어린 세대에게 위로가 될 만한 이야기입니다.
1999년 8월 17일, 열두 살 생일을 맞이한 마이클 앞에 자신이 2199년에서 왔다고 말하는 이상한 소년 리지가 나타납니다. 소심하고 걱정 많은 마이클이지만 겉으로는 그럭저럭 평온하게 지내고 있었지요. 그런데 느닷없이 찾아온 리지가 마이클에게 달린 폭발 버튼을 누르기라도 한 걸까요? 나름대로 잘 숨겨 온 불안과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리지를 만나면서 모조리 마이클 몸 밖으로 튀어나와 버립니다. 생필품 좀도둑질로는 대비할 수 없었던 갑작스러운 만남과 크나큰 이별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마이클은 고통스럽지만 용감하게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 이곳이 우리 인생 최고의 장소야.”
99와 99 사이, 시간 선을 넘어온 소년이 가르쳐 준 ‘존재의 첫 번째 순간’
이 책의 원제는 ‘The First State of Being’입니다. 직역하면 ‘존재의 초기 상태’ 정도가 될 텐데, 본문에서는 ‘존재의 첫 번째 순간’으로 옮겼습니다. First State는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이자 ‘미국의 첫 번째 주’라고 불리는 델라웨어주를 가리키는 동시에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리지는 엄마인 마리아 세이비오 박사가 해 준 말이라면서 ‘존재의 첫 번째 순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 엄마가 ‘현재’를 가리키는 말이야. 지금 이 순간.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 여기는? 이건 첫 번째 순간이야, 가장 중요한 순간, 모든 게 의미 있는 순간.”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 처음으로 나로서 존재하는 상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처음으로 자각하는 순간이자, 궁극적으로는 현재에 집중하고 미래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지에게는 시간 여행을 시작한 뒤 느끼는 혼란과 깨달음, 마이클에게는 현재를 똑바로 마주하며 겪는 뼈아픈 성장, 그리고 무척이나 다른 두 인물이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는 경험까지도 아울러 ‘존재의 첫 번째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1999년을 살면서 2000년 1월 1일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불안해하던 마이클은 2199년에서 온 시간 여행자 리지를 만나 Y2K에 관해 끊임없이 캐묻습니다. 리지가 절대 말할 수 없다고 하자, 이번에는 어떻게 하면 리지가 가진 ‘요약서’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 궁리하지요. 마이클에게는 없는 자신감과 어른스러움, 마이클과 리지를 다르게 대하는 기비의 태도, 마이클이 느끼기에 가장 중요한 목표물인 요약서…… 이렇듯 마이클이 처음에 관심을 가진 것은 리지를 둘러싼 조건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이클은 나약하고 아이 같은 리지의 모습,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슬픔과 외로움을 알게 되며 차츰 리지라는 존재 자체를 이해하게 되고 솔직한 마음을 나눕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막연한 미래를 걱정하는 대신 ‘지금 이곳의 나’를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해. 실수했다고 불행해져야 한다는 법은 없어.”
불안과 두려움에 잠겨 있는 오늘의 어린 독자에게 보내는 위로
마이클은 Y2K를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아무도 모르게 통조림 같은 생필품을 하나씩 훔쳐다가 침대 밑에 숨겨 두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이클이 느끼는 불안의 이면에는 죄책감이 있습니다. 대형 마트에서 중간 관리자로 일하던 엄마가 일을 빠지고 독감에 걸린 자신을 돌보다가 해고되었기 때문입니다. 이후로 엄마는 낮은 급료를 받으며 일터 세 곳에서 밤늦게까지 일하게 되었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기비가 돌보미를 자처하며 마이클을 돌봐 주게 된 것이지요.
죄책감은 또 다른 죄책감을 불러옵니다. 엄마를 자른 점장의 딸 기비를 좋아한다는 것, 공과금 낼 돈도 없는 엄마에게 생일 선물로 비싼 조던을 받고 기뻐했다는 것, 자신이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모든 감정이 마이클은 죄스럽기만 합니다. 안타깝게도 마이클은 내내 ‘나는 나쁜 아이다. 그러니까 나는 기쁘고 행복하면 안 된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스스로에게 벌을 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언제 들킬지 모르는 좀도둑질을 계속하는 것도 사실은 불안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나쁜 아이’임을 잊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아니었을까요?
그런 마이클은 리지를 만난 뒤로 억눌러 온 감정을 툭툭 터뜨리기 시작합니다. 리지가 첫 번째 귀환을 시도하던 날, 마이클은 충동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털어놓습니다. 그때 리지는 아무런 추궁 없이 마이클에게 이렇게만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해. 실수했다고 불행해져야 한다는 법은 없어.”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괴짜 시간 여행자가 아마도 마이클이 오랫동안 기다려 왔을 말을 들려준 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면에서 마이클과 정반대인 것처럼 보이던 리지도 첫 번째 귀환에 실패하면서 마이클과 비슷하게 부정적이고 나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면역이 없는 채로 감기에 걸린 리지는 엄마가 오랫동안 공들인 공간 텔레포트 모듈(시간 여행 장치) 연구를 자신이 망칠지도 모른다는 죄책감과 가족과 영영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완전히 절망해 버리지요. 그런데 그때 마이클이 리지에게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해. 실수했다고 불행해져야 한다는 법은 없어.”
마이클이 리지에게 들은 말을 돌려주는 이 장면에서 아마도 많은 독자가 전율을 느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마이클과 리지뿐만 아니라 오늘날 저마다 크고 작은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어린 독자에게 작가가 들려주고 싶은 말이라는 것을 깨닫고, 깊은 위로를 얻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먼지야, 마이클. …… 그래도 우리는 모두 역사의 일부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모여 역사를 이룬다는 명쾌한 진리가 담긴 책
리지가 첫 번째 귀환에 실패한 뒤 마이클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일이 벌어집니다. 마이클이 어릴 때 가족을 떠난 진짜 아빠보다 더 마이클에게 애정을 쏟던 아파트 관리인 모슬리 씨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뜬 것이지요. 모슬리 씨는 마이클처럼 외로운 사람이었고, 엄마가 일하러 나가 있는 동안 마이클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마이클의 마음을 살뜰히 챙겨 준 사람입니다.
그런 모슬리 씨를 갑작스럽게 보내고 마이클은 “마치 온몸의 근육을 모두 잡아당겨 가슴 한가운데 못으로 박아 놓은 것만” 같은 고통을 느낍니다. 그리고 함께하지 못한 마지막 점심에 대해 또다시 죄책감을 느끼지요.
마이클은 리지에게 모슬리 씨가 죽을 걸 알고 있었느냐고 묻습니다. 요약서에 나와 있었느냐고요. 리지는 마이클에게 요약서에 모든 사람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그걸로 끝이야? 아저씨가 죽었는데 기록도 안 남고 그냥 잊히는 거야? 아저씨는 역사에 안 들어가?”
“역사는 형편없는 사람들을 기억하기도 하고 훌륭한 사람들을 잊기도 해. 어쨌건 지금 여기서 너랑 내가 기억하잖아. 기비도, 너희 엄마도. 책에 안 적힌다고 그분의 삶이 시시했다는 뜻은 아니야.”
혼자 아픈 아들을 돌보다가 해고되어 급료가 낮은 일들을 전전하는 글로리아, 가족 없이 혼자서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던 모슬리, 세속적인 아버지와 망나니 오빠 때문에 일찍 철이 든 고등학생 기비, 지진이나 허리케인의 이름 뒤에 스러져 간 평범하고 성실한 이름 없는 사람들…… 마이클은 자신에게 소중한 혹은 누군가에게 소중했을 사람들이 한낱 먼지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리지는 마이클에게 한 가지 중요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가 모두 먼지인 것은 맞지만, 그 먼지들이 모여서 역사를 이루는 것이라고요. ‘요약서’는 리지 입장에서 ‘역사책’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래서 마이클이 정작 알고 싶어 하는 것들은 요약서를 보아도 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바로 ‘미래’니까요.
모슬리 씨는 자신이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받은 애정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마이클에게 고스란히 물려주었습니다. 역사를 이루는 촘촘한 씨실과 날실에는 이런 따뜻한 사람들의 연대가 맺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슬리 씨 어머니가 어린 모슬리 씨에게 들려주었다는 말이 결국 마이클을 현실과 마주하게 만듭니다. “밤에 자기 전에 자신에게 물어보렴. 나는 오늘 좋은 사람이었나? 아니라는 답이 나오면 내일 더 잘하면 돼.”
“이거 봐, 마이클. 너무 아름답지 않아? …… 지금 지구에는 호랑이가 있구나.”
환경, 비혈연 가족 등 여전히 유효한 고민거리와 SF다운 매력적인 반전을 품은 이야기
《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의 앞머리에는 ‘웃는 남자에게’라는 헌사가 실려 있습니다. 이 ‘웃는 남자’는 레베카 스테드의 《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상한 노숙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에린 엔트라다 켈리는 자신이 아끼고 좋아하는 레베카 스테드의 작품에 보내는 답가로서 《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를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리지의 이름이 적힌 종이’라든가 이 책의 중요한 비밀이 담긴 반전 요소들이 레베카 스테드 작품의 오마주로 보이는데, 두 책을 함께 놓고 읽어 본다면 더욱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 여행’이라는 SF 소재에 충실하게 본문 중간중간 유머러스한 별면 기록을 수록한 것이나 2199년의 기록들과 ‘과거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관해 작가 나름의 답을 후반부에서 유쾌한 반전으로 풀어 놓은 것도 무척이나 재미있고 매력적입니다.
Y2K가 한참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들을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여 냈다는 점도 이 작품의 훌륭한 지점입니다. 특히 쇼핑몰 장면에서 환경 문제에 대해 다룬 부분들이 인상적입니다. 마이클이 기후 위기에 관한 아이작 아시모프의 책 《성난 지구》를 계속해서 언급한다거나 리지가 벌에 쏘인 여자아이를 보고 울 정도로 기뻐하는 장면 뒤에 벌의 멸종에 관한 미래의 보고서를 수록한 것은 재미있는 이야기에 빠져 있던 독자들을 한 번씩 움찔하게 만듭니다.
또한 마이클과 기비, 마이클과 모슬리 씨, 마이클과 리지처럼 냉정하게 말해 남남일 뿐인 사람들이 혈연관계에 있는 가족 이상으로 마음을 나누고 연대하는 모습에서는 점차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고 있는 ‘비혈연 가족’에 대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작가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간 여행을 다룬 SF 동화가 이렇게 다양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담아내면서 문학이 문학으로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가장 아름답게 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독자들이 감동하리라 생각합니다. 기술적인 부분 이전에 작가가 말한 것처럼 “아이들이 이 책 한 권만큼 이라도 관심과 보살핌을 받으며 친구가 생겼다고 느끼기를” 바랍니다.
책속에서
“우리 어머니가 뭐라고 하셨는지 아니? ‘밤에 자기 전에 자신에게 물어보렴. 나는 오늘 좋은 사람이었나? 아니라는 답이 나오면 내일 더 잘하면 돼.’”
“도움을 거절하면 안 될 것 같다. 가끔은 남의 보살핌을 받는 것도 좋지.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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