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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58544744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23-12-01
책 소개
목차
토령, 흙으로 빚은 방울
신라인 신녀
우륵의 가얏고 소리
풀 수 없는 실타래
다가오는 말발굽 소리
임금님 가시는 그곳
길고도 모진 밤
스스로를 구할 방법
실낱같은 희망의 끈
달빛 능선으로 가는 길
장례식 전날 밤의 장례식
대가야의 달빛 소녀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옷은 대가야국으로 올 때, 달이 외할머니께서 만들어 준 옷이란다.”
달이도 그 옷을 본 것은 몇 번 되지 않았다. 아마도 왕비를 위한 기도를 할 때만 꺼내 입는 듯했다.
“왕비에게 신라의 정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란다. 자리를 보존하고 계신 왕비의 쾌차를 빌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구나.”
모단은 그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고 있었다. 신라의 풍속을 따르는 자는 국법으로 처형하라는 왕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법을 어겼다는 죄목으로 신라에서 온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 ‘토령, 흙으로 빚은 방울’ 중에서
“달아, 세상에 허투루 피는 꽃은 없단다. 어미는 세상에 태어나 네 아버지를 만나 좋았고 너를 수태하고 낳아 기르는 동안 행복했으니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그렇지만 정견모주님께서 우리 달이를 세상에 내어놓은 데는 분명 큰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부디 제 몫을 다하며 살아다오.”
모단은 무릎을 꿇고 떨리는 손으로 달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죄인은 순순히 따르라!”
쇠로 만든 칼과 도끼를 찬 병사들이 모단을 거칠게 포승줄로 묶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이 어머니를 데리고 가려고 해요. 아버지가 좀 막아주세요!”
다급한 달이의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연조가 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곧 병사의 칼날이 그의 목을 겨누었다.
“여보! 안 돼요. 달아, 아버지에게서 떨어지지 말고 그냥 있어! 어미를 따라오면 절대 안 돼!”
끌려가면서도 모단은 남편과 딸을 걱정했다. 연조는 달이가 본 얼굴 중 가장 슬픈 얼굴로, 쓰러지듯 딸을 끌어안았다. 연조의 눈물이 달이의 통통한 한쪽 볼을 적셨다. 병사들의 발자국 소리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연조는 달이를 안고 놓지 않았다.
- ‘신라인 신녀’ 중에서
손에 든 방울을 내려다보았다. 따스한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 준 것이었다. 모단이 죽고 석 달이나 지난 후에야 연조는 그것들을 가마에 넣고 불을 지폈다. 그리고 잘 구워진 토령과 토우들을 아내의 체취가 남아 있는 신당에 가져다 두었다. 달이는 토령을 만지지 않았다. 아물고 있던 마음의 상처가 덧나는 게 두려웠다.
마치 처음 본 물건이라도 되는 듯 토령을 감싸쥐었다. 그 순간 뭔가 번쩍하고 불빛이 일었다. 그렇지만 푸른 불빛은 금세 사라져 버렸다. 달이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 ‘풀 수 없는 실타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