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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글쓰기
· ISBN : 9791159252976
· 쪽수 : 519쪽
· 출판일 : 2017-12-24
책 소개
목차
일러두기
제1장 무협소설이란 무엇인가
무협소설의 어제와 오늘
_무협소설의 시초 당나라 시대의 전기
_송나라 시대의 화본과 필기
_명나라 시대의 장・단편 백화 무협소설
_청나라 시대의 ‘협의’ 공안소설
_협객의 미덕을 갖춘 명・청시대의 무협
_20세기 초반의 남・북파 무협소설
_홍콩・대만의 신파 무협소설
_신파의 비조, 양우생
_김용의 방대한 작품 세계
_변칙 스타일로 성공한 고룡
_대륙 무협소설의 부활
무협소설은 어른들의 동화
아이들에게는 동양 전통문화의 입문서
무협소설을 폄하하는 시각의 문제점
무림 고수의 비애와 반무협소설
중국의 무협소설과 서양의 기사도소설
제2장 무림세계의 설계
원천❶_ ‘협’과 ‘무’
원천❷_ 칼 그림자 속의 풍아함; 박학다식함의 묘미
원천❸_ 한 폭의 그림이 무협소설이 되다
원천❹_ 시와 가사로 운치를 자아내다
원천❺_ 경전에서 따온 무협
원천❻_ 역사상 인물과 무협소설의 만남
원천❼_ 서양 소설에서 얼개를 빌리다
구성❶_ 회목은 어떻게 짜는가
구성❷_ 작명에 숨은 오묘한 뜻
오류❶_ 지나친 상업화는 독자를 멀어지게 한다
오류❷_ 앞뒤가 맞지 않는 상상력
오류❸_ 대충대충 마무리가 빚어낸 참사
오류❹_ 거창하게 등장했다가 슬그머니 퇴장하다
작가❶_ 평강 불초생과 『강호기협전』
작가❷_ 환주루주와 『촉산검협전』
작가❸_ 김용과 양우생의 차이
작가❹_ 백우의 불우한 인생
제3장 무림세계의 구축
인물❶_ 대협의 본색
인물❷_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다
인물❸_ 의리와 용기
인물❹_ 협객이라고 다 협객은 아니다
인물❺_ 무협의 비조는 여성
인물❻_ 세상 사람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인가?
인물❼_ 입으로 싸우는 무림 고수
인물❽_ 일자무식의 무림 고수
인물❾_ 장애인 무림 고수
무공❶_ 무협과 검협
무공❷_ 지독한 무공
무공❸_ 무공과 초식
무공❹_ 천차만별의 초식
무공❺_ 무초가 유초를 이긴다
무공❻_ 세상에서 가장 악랄한 초식
묘사❶_ 무협소설 속의 공포
묘사❷_ 무협소설에 나타난 과학성
묘사❸_ 자연현상과 환상세계의 절묘한 어우러짐
조직_ 무림의 문파와 방회
무기❶_ 기발한 법보와 요물들
무기❷_ 18반 무기란 무엇인가
무기❸_ 병기・장식물・법기로서의 검
무기❹_ 독, 극악의 극치
역주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부록: 무협소설 주요 용어 해설
찾아보기
책속에서
김용은 작품을 통해 세상이 깜짝 놀랄 무림 고수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생각나는 대로 꼽아보면, 무학의 일대종사들로 홍칠공洪七公·황약사黃藥師·구양봉歐陽鋒·일등대사一燈大師·주백통周伯通·금륜법왕金輪法王·장삼풍張三豐·풍청양風淸揚·임아행任我行 등이 그들이다. 그런가 하면 곽정郭靖·양과楊過·장무기張無忌·영호충令狐沖·단예段譽·허죽虛竹 등의 수많은 고난과 우여곡절, 그리고 기연의 만남은 생사의 문턱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기묘함을 발한다. 주인공이 계속 괴이한 경험과 고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예측 불허의 스토리 전개에 따라 독자의 흥미는 점점 고조된다. 독자들은 잔뜩 긴장하며 내용에 혼을 빼앗겨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게 된다. 곽정의 과묵하면서도 진실한 성품, 양과의 깊은 정과 소탈함, 장무기의 정견定見 없는 마음, 영호충의 호방함과 지혜, 단예의 치정癡情, 허죽의 솔직함 등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수학자 화라경華羅庚 선생은 무협소설을 ‘어른들의 동화’라 불렀다. 일리 있는 말이다. 동화는 이야기의 변화가 크고, 신기한 소재를 다루며, 자연물을 의인화하는 수법을 이용하여 어린이의 심리와 기호에 조응한다. 동화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어른들의 동화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무협소설은 신기한 스토리와 풍부한 상상 그리고 놀라운 과장을 통해 수많은 어른들을 책 속으로 끌어들인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무공의 수준을 놓고 볼 때 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접근하지 못할 불가사의한 경지로 과장되어 있지만, 한편으론 이상하리만큼 모두가 보통 사람의 감정과 성격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서 독자들은 거부감 없이 쉽게 받아들인다.
중국 무협소설에는 걸출한 여협이 많이 등장한다. 서양에는 기본적으로 중국처럼 성숙한 협녀상은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갖다 붙일 만한 인물이라면 영국의 침략에 대항해 싸운 프랑스의 잔 다르크 정도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잔 다르크는 ‘성녀’로 불린다. 물론 영국에서는 오랫동안 그녀를 마녀라고 여겼다. 심지어는 셰익스피어의 『헨리 6세』에도 그렇게 묘사되어 있다. 성녀가 되었든 마녀가 되었든 분명한 것은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서양 기사도소설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은 일반적으로 예쁘고 연약하며 신분이 높은 처녀이지, 칼이나 검 따위는 절대 휘두르지 않는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까닭은 서양의 문화 전통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기독교가 미처 유럽을 지배하기 전 서구 세계는 여성을 생육번식의 상징으로 보아 신성한 존재로 여겼다. 여협의 모습이라고 해봐야, 맨손의 여자가 전쟁터에 나타나 쌍방의 화해를 호소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여자들의 힘은 바로 그들이 여성이라는 점에 있었다.
중국에서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오랜 옛날 ‘巫(무당)’, ‘舞(춤)’, ‘武 (무력)’는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무당은 당연히 여자였다. 굴원屈原은 『구가九歌』에서 무녀가 춤을 추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뒷날 춤은 다시 문무文舞와 무무武舞로 나누어졌다. 당나라 때 공손대낭公孫大娘의 무검기舞劍器는 일종의 무검이었다. 이런 역사적 연원이 있기 때문에 중국 여자들이 무에 익숙한 것도 이상할 게 없다. 중국 부녀들은 지금까지 서양 여성처럼 신격화라는 대우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여성은 그 무엇이 아닌 사람 자체이고, 그것도 피와 살이 있고 애정과 원한이 있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사람이다. 서양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연약하고 섬세하며 순결하다 못해 성스러운 빛이 늘 머리 위에 감도는 여주인공과 비교하자면, 사람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중국 협녀상이 한결 넉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