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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만화 > 논픽션/휴먼만화
· ISBN : 9791160850246
· 쪽수 : 264쪽
책 소개
책속에서
작가 안토니오 알타리바는 아버지의 생애를 다룬 작품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을 소개하던 자리에서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받는다.
“그럼 당신 어머니는요?”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아버지와 유전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아버지의 전기를 쓸 수 있다고 말했던 아들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자신과 유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어머니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거의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 질문을 받고 난 다음에야 깨닫는다. 평생 날아오르고 싶었던 아버지의 자유로운 영혼을 찬미하던 아들은 어머니의 날개는 처음부터 부러져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평생 먹이고 입하고 돌봤던 그 누구도 그녀가 왼팔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몰랐음을 알았다. 어머니가 어떤 세상을 살았던가에 대해 완벽히 무지했음에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 별 문제가 없었다면, 이는 무엇인가 크게 뒤틀려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작가는 이 놀라운 무지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아버지는 자신의 생애를 이백 쪽의 글로 남겼지만, 어머니는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이라면 언급조차 삼갔다. 이 명백한 대비 속에서 독자들은 역사에 기록될 수 있는 삶, 국가와 가족 안에서 불려지는 위치와 상호간의 유대감 자체가 남성적 특권의 영역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작가와 그의 아버지는 둘 다 꽃을 의미하는 안토니오로 이름마저 같다. 작가의 아버지는 아들의 탄생 이후 아나키스트로서의 꿈을 접으며 아들에 대한 사랑이 ‘국가 우선’에서 ‘가족 우선’으로 자신의 가치관이 자리바꿈하게 된 일을 정당화시켜 주었다고 술회한다.
그러나 태어나자마자 친아버지의 손에 죽을 뻔했던 어머니는 평생을 어딘가에 소속되기 위해 투쟁했지만, 결국 누구와도 유대감을 갖지 못했다. 아마도 어머니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깊은 신앙심은 국가와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던 여성들이 당시 종종 선택했던 소속감의 장소였을 것이다. 작가의 어머니 이름은 페트라이고, 페트라는 그리스어로 바위를 뜻한다.
과연, 바위가 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었던 여성의 이름. 페트라.
- 권김현영(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 여성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