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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인공지능 예술과 해석의 철학](/img_thumb2/9791173077616.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컴퓨터/모바일 > 인공지능
· ISBN : 9791173077616
· 쪽수 : 106쪽
· 출판일 : 2025-03-21
책 소개
목차
‘인공지능 예술’이 던지는 철학적 문제
01 해석에 관한 비평철학의 논의
02 의도와 해석의 관계에 관한 전통적 논쟁
03 의도와 해석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논의
04 ‘인공지능 예술’이 의도주의 논쟁에 던지는 문제
05 의도주의의 첫 번째 선택지: 무의도론
06 유의도론(1): ‘개발자’의 의도에 호소하기
07 유의도론(2): 사용자(프롬프터)의 의도에 호소하기
08 유의도론(3): 캐스팅론
09 인공지능이 의도를 가질 수 있을까
10 인공지능은 예술철학에 어떤 도전을 제기하는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상상해 보자. 예를 들어 박두진의 시 〈해〉는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여기서 ‘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해 갑·을·병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갑은 “작품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해’는 ‘광복’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을은 “‘해’는 당연히 낮을 밝히는 태양계의 저 항성을 뜻하지”라고 주장했다. 병은 “‘해’는 내가 작년에 정동진에서 보았던 새해 첫 해를 의미해”라고 주장했다. 물론 갑·을·병의 해석 모두를 맞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적어도 갑·을·병의 해석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해석, 혹은 널리 받아들일 만한 해석이 무엇인지를 묻고 판단하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01_“해석에 관한 비평철학의 논의” 중에서
가설의도주의의 해석 모델은 다음의 두 논제로 구성된다. 첫째, 예술 작품의 의미는 그 작품을 적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관객의 입장에서 작가의 의도일 법한 의미에 대해 세운 가설들 중 가장 정당화된 가설이다. 가설의도주의는 예술 작품이 예술가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직관을 받아들이므로, 우리가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예술가의 의도가 무엇일지를 파악하고자 한다는 점 역시 받아들인다. 즉, 우리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예술가가 어떠한 의도를 가졌을지에 관한 가설을 세워 나가며, 이것이 바로 작품의 의미가 된다. 다만 아무 가설이나 작품의 적절한 의미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적절한 의미가 될 수 있는 가설은 우선 그 작품을 적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감상자의 입장에서 세워진 것이어야 하고, 또한 작품의 내외적 증거를 통해 정당화된 것이어야 한다.
-03_“의도와 해석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논의” 중에서
가령 내가 애완용 뱀에 잉크를 묻힌 뒤, 그 뱀이 캔버스 위를 기어다니도록 풀어 주었다고 하자. 나중에 그 뱀이 기어다닌 흔적을 봤더니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문장으로 읽힐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때, 나는 뱀을 통해 임의적인 시각적 패턴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를 가졌을 수 있고, 따라서 그 의도는 뱀이 남긴 흔적의 원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문장을 통해 특정한 의미를 구현하고자 한 의도, 즉 의미론적 의도를 가지지 않았고, 따라서 그 문장의 의미가 나의 의미론적 의도에 기반하여 의미를 가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06_“유의도론(1): ‘개발자’의 의도에 호소하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