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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3710531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4-09-25
책 소개
목차
1부
큰 바위 얼굴 | 김도연
외로울 때면 책을 읽었다 | 고영직
I ‘can’ live with or without you | 유이월
내 인생에서 책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 강명효
12월의 어느 우중충한 아침에 책의 증식에 대한 단상 | 류동현
보들레르의 『악의 꽃』 | 윤혜준
나의 동반서, 『한어대사전』 | 김영문
『옥루몽』에 얽힌 사연 | 김풍기
“나는 책 덕후로소이다” | 권성욱
레이먼드 챈들러와 나 | 김효정
전집과 박스 세트를 소유하라.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 오동진
나는 왜 그토록 책에 매혹되었을까? | 장석주
우아한 판타스틱 북월드 | 강창래
빌린 책의 흔적들 | 이라영
2부
책을 지키는 사람 | 강건모
책과 함께, 보통의 날들 | 주순진
단팥빵 | 현택훈
책을 만들던 모든 순간이 골든에이지 | 김경민
책을 읽는 사람들 | 조한욱
따끔거림, 또는 우리가 서로에게 전해야 할 진실에 관하여 | 홍정인
편집자와 번역자 | 정영목
세상에 남긴 단 한 권의 책 | 이홍
책이 만든 어떤 운명의 표정 | 권성우
우리 누가 먼저 내나 내기합시다 | 박지혜
여기 없는 사람 | 오경철
사전 먹는 사람에서 머리 없는 사람으로 | 故 고원효
3부
읽기 위해 살다 | 장은수
기록 매체의 변천사로 본 책의 역사 | 서미석
책과 국기에 대한 단상 | 한성윤
책 읽기는 김매기다 | 황규관
최초의 조선 여성, 향란을 담다(1886) | 이상엽
책, 시간 속으로 흩어질 것을 거두어들이는 힘 | 송기호
책, 도(道), 똥, 사변적 감응 | 박준영
당신은 무엇을 읽습니까 | 곽경훈
시니어 독서에 주목하라 | 김경집
나의 책,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 유성호
탐서와 열독 그리고 루쉰과 만유 | 노승현
나의 서(書) 읽기 | 윤성훈
책의 무게 | 박찬휘
책속에서
위성 지도는 고향집 뒤편 부모님의 밭 사진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아직 파종하기 전인 가지런한 밭고랑은 누가 보아도 거대한 원고지였다. 그러니까 부모님은 그 원고지 위에 매년 새로운 이야기를 심고 가꾸셨던 것이다. 거의 평생 동안. 나는 그 책을 읽으면서 문학 공부를 했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는 걸 깨닫자 비로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당신들이 바로 나의 큰 바위 얼굴이었다.
몸으로 느리게 작업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책이 내게 무엇이었는지가 명확해졌다. 급하게 속도를 낸 독서는, 아니 독서가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급하게 속도를 냈던 것은 내 것이 되지 못한 채 연기처럼 내 손에서 빠져 날아가버렸다. 그건 그저 탐닉이었을 뿐, 사랑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또 이내 깨닫는다. 사랑에 이끌려 잡았던 손을 수십 년 놓지 않을 수 있게 해준 힘이 책에서 나왔다는 것을. 사랑하는 이와 길 끝까지 손을 놓지 않고 함께 걸어갈 힘을 책 읽기에서 얻었다는 것을 말이다.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날, 포로처럼 묶인 『한어대사전』을 카트에 싣고 세관을 나오는데 직원이 수상쩍은 눈초리로 훑어보다가 물었다.
“이게 뭡니까?”
“책인데요.”
“똑같은 책을 왜 이렇게 많이 샀어요?”
“네? 똑같다니요?”
“제목이 다 똑같잖아요? 장사하시는 거예요?”
이런 제길~
“거참! 자세히 보세요. 사전인데 한 질이 열세 권이잖아요!”
하긴 뭐 당시 인천항 국제여객선터미널엔 99%가 보따리장수였으니 세관 직원들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책 보따리장수는 첨 봤으니 이상하기도 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