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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95189342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14-03-18
책 소개
목차
나의 할아버지께
읽지 않음
학교가 싫어
할아버지가 오신단다
할아버지가 오셨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할아버지를 부탁해
열두 살 보호자
나의 친친 할아버지께
한글 선생님
할아버지와 함께라면
첫 번째 벽 깨기
최선을 다해
조금씩 나아가기 1
조금씩 나아가기 2
작가의 말
리뷰
책속에서
학교가 싫어
‘뚱볼보’와 ‘곰탱이’라는 별명을 가진 장군이는 뭘 해도 자신이 없다. 몸이 굼떠서 운동도 못 하는 데다 수업 시간에 친구들하고도 잘 어울리지 못한다. 그런 탓에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하는 건 아주 질색이다.
“이제 장군이 발표해 볼까?”
선생님이 내 이릉을 부르자 머릿속이 하얘졌다. 다른 애들이 발표하는 것만 멍하게 보다가 내가 뭘 할지 정하지도 못했는데 내 차례가 돼 버렸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 하지만 일어서야 한다. 그러나 내 궁둥이는 의자와 이별하기가 영 싫은 모양이다.
“뭐야, 발표 안 해?”
책상 밑에서 창식이 발이 휙 날아왔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 나를 번쩍 들어 집으로 냉큼 옮겨 주었으면 좋겠다. 잘 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내가 눈물 날 정도로 한심하다. 나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열두 살 보호자
아빠가 사업에 실패해 고향집을 날려 버리는 바람에, 할아버지가 서울로 올라와 장군이하고 한방에서 지내게 된다. 장군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지낸다는 사실만으로 마냥 행복해하지만, 정작 할아버지는 치매 초기 판정을 받고 걱정에 휩싸여 있다. 다른 기능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뇌에 문제가 생겨서 글자를 읽지 못하게 된 것이다.
“나, 이제 글 못 읽는다.”
“네? 뭐라고요?”
“내 머릿속 스위치가 꺼져 버렸어. 글자만 보면 깜깜해. 쓸 수도, 읽을 수도 없어.”
할아버지는 농담 같은 말을 웃지도 않고 툭 뱉어 놓고는 무심한 얼굴로 콜라를 쪽 빨아올렸다. 투명한 빨대를 따라 올라가는 까만 콜라를 멍하게 바라보다가 할아버지 공책이 떠올랐다. 자음이나 모음들이 삐뚤빼뚤 암호나 낙서처럼 어지럽게 쓰여 있던 그 공책.
“내가 알츠하이머 초기란다.”
“알츠, 뭐라고요? 그게 뭔데요?”
태어나서 처음 들어 보는 말이었다.
“할아버지가 치매 초기라고. 치매 알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자꾸만 나이가 들면 몸이 말을 잘 안 듣는 것처럼 뇌도…….”
“치매가 무엇인지는 저도 알아요.”
나는 할아버지 말씀을 댕강 잘라 버렸다.
“텔레비전에서도 봤고, 친구들이 바보같이 행동할 때 ‘너 치매냐?’ 그러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텔레비전에서 봤던 치매에 걸린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우리 할아버지는 완전히 다르다. 내가 본 치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밥도 잘 못 먹고, 말도 잘 못 하고, 만날 길이나 잃고, 아기처럼 울고 정말 바보 같았단 말이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렇게 멀쩡한데요. 그런데 치매라고요?”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우리 할아버지가 치매라니 말도 안 된다.
한글 선생님
할아버지는 장군이에게 치매에 걸린 사실을 고백하고 보호자 역할을 맡긴다. 장군이는 할아버지의 치매 증세가 심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 공책에다 손으로 편지를 써서 읽어 주기 시작한다.
나의 친친 할아버지께
아무래도 수진이가 저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씀 진심이세요? 에이, 설마요. 걔처럼 예쁘고 똑똑한 애가 왜 저같이 아무것도 잘 하는 게 없는 겁쟁이 울보 곰 같은 애를 좋아하겠어요? 저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할아버지뿐일 거예요.
아무튼, 수진이가 입을 삐죽거릴 때 조금 귀여운 건 사실이지만 저는 절대로 수진이한테 관심 없어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제 생각도 묻지 않으시고 수진이를 집으로 초대하시면 어떡해요! 설마 수진이가 정말로 우리 집에 불쑥 찾아오진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