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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96155339
· 쪽수 : 122쪽
· 출판일 : 2022-05-18
책 소개
목차
1. 광주에서 온 아이
2. 마침표를 부르는 물음표
3. 만남
4. 두 아버지의 가출
5. 돛대 바위
6. 과거
7. 가슴이 아픈 사람들
8. 봉숭아와 하모니카
9. 밤나무골 무덤
10. 유리상자 속의 끈팔찌
저자소개
책속에서
머리말
역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2001년 출간된 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아버지의 눈물》이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어 오랫동안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어요.
많은 어린이들이 《아버지의 눈물》을 읽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의미를 되새겨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작가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요.
그런 아쉬움을 달래고 이야기의 빠른 전개를 위해 글도 많이 줄이고 고친 뒤, 제목을 《아버지의 5·18》로 바꾸어 세상에 다시 내놓아봅니다.
우리 주위에는 《아버지의 5·18》의 아버지들처럼 당시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이 사과와 용서, 화해를 통해 세월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고 있는 아픔을 꼭 치유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불어 지금의 어린이들이 《아버지의 5·18》을 읽으며 민주주의 발전에 밑거름이 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이해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기 바랍니다.
아동문학가 박신식
“조만간 자네가 이 곳을 찾아올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었네.”
그때 마디 아버지가 절뚝거리며 전 중사 앞에 섰다.
“세월이 뭔지……. 오랜만이군요. 이렇게 인사를 해야 하나요?”
마디 아버지가 마치 발톱을 세운 고양이처럼 전 중사를 날카롭게 노려봤다.
“아! 당신이 그때 살아남았다던…….”
전 중사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살아남아서 죄송하군요. 그때 죽었더라면 이런 만남은 없었을 텐데…….”
마디 아버지의 말이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전 중사에게 박혔다.
“전 중사님, 저희가 왜 이 곳에 왔는지 아시죠?”
한새 아버지의 물음에 전 중사가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어쨌든 당신에게는 죄송하다는 말도 차마 못 하겠소.”
전 중사는 마디 아버지에게 낮은 목소리로 어렵게 말을 꺼냈다. 순간 마디 아버지가 전 중사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쥐고 흔들었다.
“죄송하다고? 그깟 죄송하다는 말로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가 살아오실 것 같아? 이 뻔뻔한 인간아!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살 수가 있어? 나쁜 새끼!”
마디 아버지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전 중사는 고개를 숙인 채 마디 아버지의 손아귀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마디 아버지가 갑자기 전 중사의 멱살을 풀었다. 그러자 전 중사는 힘없이 땅바닥에 쓰러졌다.
마디 아버지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그 오열은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 아래에서도 시퍼렇게 살아 전 중사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전 중사는 땅바닥에 엎드렸다.
“그때 난 윗사람들 말을 믿었지. 맞아! 죄가 있다면 난 명령에 충실히 따른 죄밖에 없소. 하지만 군인에게는 그것이 죄가 될 수 없는 거요. 그 놈들이 너무나 밉소. 같은 민족을 빨갱이라며 속여 죽이라고 시키고는 부와 권력을 쥐고 한 시대를 살았던 그 놈들이…….”
전 중사는 쉬지 않고 가슴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쏟아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