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건강/취미 > 등산/캠핑
· ISBN : 9791196249069
· 쪽수 : 600쪽
· 출판일 : 2018-08-31
책 소개
목차
여는 글 올드 맨
1부 · 시작
제1장 나는 누구인가
제2장 열정을 발견하다 4
제3장 멘토
2부 · 견습 기간
제4장 신들의 거처
제5장 새로운 인생
제6장 나의 길을 가다
제7장 아이거 직등
제8장 삶과 죽음
3부 · 절정
제9장 안나푸르나 남벽
제10장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제11장 험난한 길
제12장 오거
제13장 K2 ― 한 시대의 끝
제14장 새로운 지평선
제15장 꿈은 끝나고
4부 · 에베레스트를 넘어서
제16장 과거로 돌아가다
제17장 얼음의 세계
제18장 소중한 인연
제19장 두 아들
제20장 세푸 캉그리
제21장 색다른 은퇴
제22장 가장 잔혹한 도전
맺는 글 또 다른 사랑
감사의 말씀
옮긴이의 말
주석
찾아보기
책속에서
멘토
윌런스는 등반을 하면서 일관된 자세를 유지했다. 거칠고 자기만족적인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서두르지 않았다. 윌런스와 발터 필립이 있었기에 우리는 그 루트를 오를 수 있었다. 하산할 때는 윌런스가 팀 전체를 이끌었다. 해미시와 나는 기력을 회복했지만, 리처드는 기진맥진해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영국에서 나는 내 등반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상황을 통제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확신을 가지지 못한 채 마음속에 의구심만 가득했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해야 하는 등반이 싫었다. 그러나 자신감이 넘치는 윌런스의 모습은 나에게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켰고, 그에게서 나는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었다. 필라에서의 경험을 통해 나는 상황이 얼마나 악화되든,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지든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더 이상 미지의 위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고통 받지 않았다. 공포는 내가 행동을 통해 줄이거나 쫓아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가르쳐준 윌런스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들의 거처
마침내 걸리의 꼭대기가 눈앞에 보였다. 내가 느릿느릿 열 발자국을 올라가자, 두 달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며 온 세상이 나의 것이 되었다.
웨스턴 쿰이 내려다보였고, 그 건너편으로 에베레스트가 보였다.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거대하고 끝없는 공간, 웅장한 산 너머로 넓게 펼쳐진 갈색 평원, 그리고 멀리 지평선까지 아득히 뻗어간 산들과 그 사이사이에 간간이 모습을 드러낸 하얀 산들이었다. 흐릿하게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멀리까지 굽이치는 지형 하나하나가 차갑고 희박한 공기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정상은 눈처마였다. 나와 펨바는 그 위에 주저앉았다. 나는 마침내 사투가 끝난 것에 감사했다. 그리고 이곳보다 거의 1,000미터나 더 높은 에베레스트 정상을 산소 없이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때 내 눈앞에 펼쳐진 검은 바위로 된 삼각형의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내 삶의 대부분을 바치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눕체 정상에서의 기억은 황량하고 건조한 갈색의 티베트 고원뿐이었다.
새로운 인생
뒤따라 올라오던 이안은 숨을 헐떡거리면서 “어려운 곳을 해냈구나.”라고 말했다. “루트 맞아? 피톤이 안 보이잖아?” 우리가 루트에서 벗어나 오른쪽으로 올라왔다는 것이 금방 밝혀졌다. 시작은 제대로 했었다. 그러고 나자 등반은 이제 아이들의 놀이처럼 느껴질 정도로 쉬웠다. 우리는 로프를 풀고 정상 설원을 뛰다시피 올라갔다. 거의 2,000미터에 달하는 발 아래쪽으로는 숲과 계곡의 거대한 심연이 펼쳐져 있었다.
“로프를 쓰는 게 좋겠어.”라고 이안이 말했다. 나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우리는 우리에게 다가온 행운에 감사하며 조심스럽게 정상으로 올라갔다. 나는 그렇게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등반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나 자신의 어두운 경험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공포를 한데 집결시키는 원형극장 같은 아이거 북벽의 구조 역시 그런 분위기에 크게 일조했다. 햇빛이 반짝이는 정상에서 우리는 말린 과일을 먹으며 기쁨과 함께 안도감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