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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라이트 노벨 > 앨리스 노벨
· ISBN : 9788960520233
· 쪽수 : 334쪽
책 소개
목차
[외전] 각인
후기
리뷰
책속에서
‘허어어어어어어억.’
닫힌 옷장 속에서 헤지아나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소리죽여 심호흡했다. 신이시여, 저 이런 서스펜스 원하지 않습니다. 그냥 가일란 빨리 가게 하면 안 되나요? 네?
‘저기, 대체 가일란 언제 나가요?’
헤지아나는 신을 불렀다. 하지만 신은 대답이 없었고, 옷장 너머로는 뚜벅뚜벅하는 발걸음 소리가 났다. 그리고 이어서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났다. 끼익, 탁.
1분 후, 헤지아나는 다시 신을 불렀다.
‘갔어요?’
[음….]
창조신의 고뇌 어린 신음이 들려왔다.
[그래…. 나가도 상관없어…. 이나 저나 어쨌든 상관없는 거 같아…. 아니 이게 좀 더 낫나….]
‘아니, 무슨 대답이 그래요? 뭔 소리야?’
헤지아나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어쨌든 나가도 상관없다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가일란도 방에서 좀 떨어졌겠지. 지금 나가지 않으면 방에 갇힌 채 이 밤을 보내고 교황청은 전무후무하게 교황을 잃은 혼돈의 도가니가 되어 교황 수색에 열을 올릴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무슨 쪽팔림이란 말인가.
헤지아나는 잽싸게 옷장 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물론, 한 손에는 사악하고 불길한 약물, ‘열세 번째 빛’이 들려 있었다.
그러고 보니 대체 왜 이름이 열세 번째 빛이야?
‘아니,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고.’
이걸 증거품으로 삼아서 가일란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 리암은 아직 식사를 마치지 않았겠지만, 사안이 중하다. 빠른 상담!
“악!”
…을 하려고 튀어나가던 헤지아나의 몸이 뒤로 쏠렸다. 손목을 붙잡는 억센 힘, 그것이 헤지아나를 뒤로 잡아당기고, 벽에 밀어붙였다.
쾅! 둔중한 소리와 함께 헤지아나의 뒤통수가 벽에 세게 부딪혔다. 이어 목줄기를 짓누르는 힘이 느껴졌다.
“호오. 머리도 틀어 올리고.”
“컥….”
숨이 막혔다.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길이 불쾌했지만 그것을 쳐내지 못했다. 오른손은 쥐고 있던 케이스를 떨어뜨리고 자신의 목을 조르는 굵은 팔을 움켜쥐었다. 떼어내려고 했지만, 생각처럼 되진 않았다.
“소매도 걷어 올리고.”
“가일….”
가일란이었다. 그가 침실 방문 옆에서 튀어나오는 헤지아나를 붙잡아 벽에 밀어붙인 것이었다. 그는 웃으며 헤지아나의 드러난 맨살을 손끝으로 더듬었다. 예민해진 감각이 그 손길을 더없이 불쾌하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왜 치마는 짧은 걸 입을 생각을 못 하셨을까요.”
“뭐….”
헤지아나가 말하려는 순간 가일란의 굵은 손가락이 목줄기를 눌렀다. 고개를 돌릴 수 없을 정도로 눌려 목에서 재채기가 튀어나왔다. 치맛자락이 빠져나온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숨바꼭질을 한두 번 한 것도 아니고 치마는 잘 걷어 올려 숨겼다. 그렇다면.
[아니, 왜 날 의심해?! 너 왜 네가 믿는 신을 그렇게 못 믿어?!]
저는 님께서 저를 곤경에 빠트림을 믿습니다.
헤지아나는 고개를 돌리고 힘을 주어 가일란의 손을 걷어냈다. 밀쳐진 손아귀가 잠시 힘을 잃었고, 헤지아나는 자신의 목을 조르던 가일란의 손을 뒤로 잡아당기고 반대쪽 손을 세게 뻗었다. 가일란의 턱이 손끝에 걸렸다.
“큭!”
가일란이 크게 주춤거리자 헤지아나는 바닥에 떨어진 케이스를 주워 방문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가일란이 헤지아나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붙잡았다. 주춤거리는 헤지아나의 오금을 향해 구두 끝이 달려들었다.
“꺄!”
“사제 양성 과정에 호신술 수업이라도 있습니까? 아, 무술 훈련 과정이 있다고 했나.”
뒤에서 육중한 무게가 내려앉았다. 무릎으로 헤지아나의 등을, 그리고 머리를 누른 가일란이 신음하며 크게 몸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