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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라이트 노벨 > 앨리스 노벨
· ISBN : 9788960524651
· 쪽수 : 386쪽
책 소개
목차
[외전] 유리구슬이 가득한 세상에
후기
리뷰
책속에서
오후, 헤지아나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리시를 불러 세 가지를 지시했다.
첫 번째로 서쪽 수도원들에게서 현재 주변의 상황과 소문, 특히 무기와 군사 유입과 생산에 대한 정보를 입수할 것.
두 번째로 양 제국에 있는 수도원에게서도 마찬가지의 정보를 입수할 것.
세 번째로 교황청 내에 아셔와 자신의 관계에 대한 불순한 소문이 있는지를 조사할 것.
세 번째 지시는 극히 개인적인 사항으로, 보수적인 23세 여인 특유의 부끄러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다행히 리시는 이에 대해 바로 답변해 주었다.
“많이 퍼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입막음하고 있습니다. 다른 대표분들이 알면 곤란할지도 모르니까.”
“퍼졌구나….”
얼굴을 가리며 헤지아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차마 ‘어떤 소문이 났느냐’고는 도저히 물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부끄러워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헤지아나는 얼굴을 가린 채 리시에게 일렀다.
“리시, 지금 북측의 움직임이 수상해 아셔에게 수색하라 일렀네. 추기경에게 보고하라 해 두었으니 그와 협조하여 보고하도록.”
“그렇지만 성하, 이렇게 되면 제가 할 일이 너무 많아집니다. 당장 저는 제 업무와 회담 일정 관리 및 대표 분들을 살피는 것도 벅찹니다. 적어도 정보 입수와 보고에 관한 건 다른 이에게 분담하고 싶습니다만….”
“아.”
헤지아나는 신음하며 고개를 들었다. 평소 그녀에게 이런 일들을 전담하였던 차라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대표들을 맞은 현재 그녀의 업무는 과중하다. 헤지아나는 리시를 쳐다보며 물었다.
“리시, 사실 나는 이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을 늘리고 싶지 않네.”
“그럼 가라드 추기경은 어떠십니까. 발이 넓고 입이 무거운 분이시니 적임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그분께 맡기도록 하지. 해당 사항을 전달해 주게나.”
“근데 서쪽에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군사와 무기 유입에 대한 조사라니.”
헤지아나 대신 특정 지역의 교구장이나 교황청에서 먼 곳에 있는 추기경들에게 보낼 공문을 쓰고 있던 로미나가 물었다.
공문의 내용은 현재 정세가 불안정하니 수도원이나 교회 내부의 보안에 힘쓰며 배고프고 추운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경각심을 잠시 환기 시키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확정할 수는 없는 일이네. 허나 현재 아셔가 대표로 선정된 일도 그렇고, 가일란 엘리아스가 북측의 움직임이 수상하며 서측이 그 움직임을 받아 준비를 하고 있다 하니 알아보기는 해야겠지.”
“또 15년 전처럼 북측이 뭐 불만이 있어서 터트리는 건가요?”
“그때는 북측의 행동으로 벌어진 전쟁이었지만 지금 먼저 움직인 건 파헨타움 아닌가. 그래서 지금 상황이 무거운 것이고. 어쨌든 그 원인까지는 지금 우리가 분석할 수 없으니 사실을 확인하고 움직이는 수밖에.”
“흐음~.”
로미나는 종이를 한 장 더 꺼내더니 슥슥슥 적어 헤지아나에게 건넸다. 지금 이야기한 내용이 간략하게 정리된 종이였다.
대필하는 서기관답게 대충 썼는데도 멋들어진 글씨체가 눈을 사로잡는다. 헤지아나는 그 종이를 받아 자신이 아는 사실들을 덧붙였다. 아마 앞으로 여기엔 더 많은 내용들이 붙을 것이다.
[로미나 님이십니다.]
순간 아셔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간략하게 현재 자신이 알고 있는 상황들을 정리하던 헤지아나는 펜 끝의 움직임을 멈췄다. 지금 저 로미나가 아셔에게 그랬던 적이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강렬한 호기심이 헤지아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러고 보니 말일세.”
조심스럽게, 로미나의 눈치를 살피며 헤지아나는 말했다.
“나는 그런 경험이 없어서 모르겠네만, 자네들은 혹시 그러니까…. 교황청 내부에서 마음에 드는 이를 발견한 적 없나?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경험이 없으니….”
“아셔 경과 사랑에 빠지신 겁니까?”
“아니, 그건 좀 곤란합니다. 앞으로 따먹, 아니, 유혹해야 할 사람이 몇 명인데 벌써 한 명에게 푹 빠져 버리면.”
“왜? 좋지 않나, 로미나. 육첩을 거느리고 공평하게 사랑해 주는 하렘 주인이라니.”
“음, 그렇게 생각하니 꽤 좋군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안경을 고쳐 쓰며 고개를 숙이는 로미나와 그것을 받는 리시를 보며 헤지아나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