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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라이트 노벨 > 앨리스 노벨
· ISBN : 9788960520240
· 쪽수 : 402쪽
책 소개
목차
세계 평화를 위한 유일한 방법
신이 없는 일요일
[외전] 황궁 안에서 봄은 빠르게 지나간다
후기
리뷰
책속에서
“어머. 이런.”
슬쩍, 할센라비온의 뒤로 돌아선 헤지아나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등에 상처가 난 것 같습니다.”
“아.”
할센라비온이 등 뒤로 손을 뻗더니 다급하게 몸을 돌렸다.
“오래된 상처가 있습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아니,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헤지아나는 미간을 찌푸렸다가 바로 펴며 할센라비온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니요. 뛰어오면서 긁힌 것 같았습니다. 피가 나는 듯하니 좀 보여주십시오.”
“긁힌 상처라면 금방 낫겠지요. 내버려 두십시오.”
“뭘 그리 내외하십니까. 제 명색이 그래도 신의 사제이고 치료의 권능은 땅 위에서 따를 자가 없습니다. 봅시다.”
“괜찮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좀 보자니까!!”
할센라비온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피하자, 헤지아나가 미간을 찌푸리며 상의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아니, 이게 뭐 하는….”
“치료해 준다니까 뭘 그리 빼는 겁니까?!”
헤지아나가 우악스럽게 달려들었고 할센라비온은 당혹한 낌새를 숨기지 못하고 헤지아나의 손을 걷어냈다. 그러나 헤지아나 역시 쉽게 놓진 않았다.
“좀 보자니까…!”
“됐대도…!”
상황은 힘싸움으로 흘러갔다. 아무리 신의 축복을 받았다 해도 할센라비온은 훈련된 검사였기에 헤지아나가 이기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은 신에게 축복받아 지혜를 다루는 종족 중 하나이다. 그래서 헤지아나는 할센라비온이 온 힘으로 자신이 밀어내기를 기다렸다가―.
“엇!”
힘을 빼서, 그가 앞으로 쓰러지게 했다.
“꺄!!”
가식적인 비명과 함께, 헤지아나는 거친 잡초가 자란 풀밭 위로 쓰러졌다. 그 위로 당황한 표정의 할센라비온도 같이 쓰러졌다. 할센라비온의 몸이 가슴 위를 덮은 순간 숨이 막혔다. 헤지아나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움츠렸다.
“괜찮으십니까?”
재빨리 몸을 일으킨 할센라비온이 놀란 표정으로 헤지아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게 왜 갑자기 힘을 빼서….”
그러니까 그 말 한마디만 빼면 좋을 것을.
헤지아나는 그러면서도 걱정스러운 듯 자신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는지 손을 떼는 할센라비온을 보며 그 정도는 용서해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손이 꺾여 아파서 그랬지요. 그러니 순순하게 치료를 받았으면 좋았을 것을.”
“일어나 앉기나 하십시오.”
한숨을 내쉬며 할센라비온이 손을 내밀었다.
“아―. 아니. 그냥 앉아있는 것 보다는 기대서 앉는 게 좋겠군요.”
헤지아나가 손을 붙잡으려고 하자, 할센라비온은 손을 거두더니 헤지아나의 무릎 밑으로 손을 넣고 들어올렸다.
“우왓…!”
헤지아나가 놀라서 소리 지르며 할센라비온의 어깨를 붙잡았다. 잘 붙잡으라거나 하는 말도 없이 그는 헤지아나를 나무 밑으로 옮기고 기대 앉혔다.
땀과 뒤섞인 체취가 코를 자극했다. 묘하게 몸까지 자극하는 듯한 체취에 이끌린 듯 고개를 들어, 헤지아나는 멀어지는 할센라비온을 살펴보았다.
“저는 주변을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불이 꺼지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그 전까지 쉬고 계시지요.”
지금 할센라비온이 나가면 소방훈련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도 있었다. 헤지아나가 손을 붙잡으며 잡아당기자, 할센라비온은 잠시 표정을 굳히더니 씩 웃었다.
“그렇게나 저와 같이 있고 싶으신 겁니까?”
“네?”
할센라비온이 자세를 낮추더니 헤지아나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헤지아나는 할센라비온의 손을 보다가 자신에게 다가온 보라색 눈동자를 발견하곤 놀라 작게 흠칫거렸다.
“그렇게 원하신다면 곁에 있어드리지 못할 것도 없지요. 그 다음은 뭘 원하십니까?”
할센라비온의 무릎이 땅에 닿았다. 헤지아나의 무릎을 다리 사이에 두고, 할센라비온이 간격을 좁혔다.